[歐洲隨想(구주수상)] ⑧ 여자를 사랑해야…
발행일1962-06-03 [제329호, 3면]
아무리 「낙원」이라 하지마는 아담이혼자 사는 모습은 천주님이 보시기에도 퍽 측은(惻隱)하게 보였었겠다. 낙원을 지당(地堂)이라고 해서 천당에 버금가는 좋은 곳이 된 것도 아담의 분신(分身)인 예와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리라.
아담은 사랑하는 예와 때문에 자꾸만 능금이 먹고싶어지고 마침내 원죄까지 뒤집어 쓰게 되어 살기 좋은 지당산천을 뒤로 피난의 길을 떠났겠다.
예와 때문에 아담이 얼마나 골탕을 먹었느냐. 그래도 세상에 쫓겨나올 때는 예와를 앞세우고 뒤따르던 아담은 곰곰히 생각했으렸다. 두고온 산천저 지당에 예와를 따라 다시 돌아가야지. 세상에 여자가 없었더라면 무슨 살맛이 있겠느냐 말이다.
여자는 어미요 애인이요 또한 순결한 처녀의 세가지 천성을 동시에 지녀, 이 세가지 성품이 빛날 때 아름답기 한량없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남성들은 여성에게 목을 매고 죽네 사네, 하지 않느냐.
영원한 모성 영원한 약혼녀(約婚女), 영원한 동정녀에게 우리는 영원한 구원의 목을 매어도 좋다.
여름철이 되면 골목끝에 아이들이 둘러앉아 금붕어를 골른다. 두꼬리보다 세꼬리 그붕어가 더 아름답다고 한다.
농업협동조합에서는 품평(品評)회를 한다. 말씀하게 씻긴 돼지를 앞에 놓고 살이쩌서 좋고 허리가 쭉 빠져서 좋고 주둥이가 짝달막해서 좋다고 한다.
마침내 발가벗은 돼지의 기리를 재고 근수를 달고 해서 등급을 매기면 돼지는 꿀꿀하며 밖으로 쫓겨나고 주인은 상을 탄다.
「미스 코리아」를 품평해서 한국 최고의 여성을 뽑는 일을 사람들은 좋아한다. 수영복을 입은 여자들을 앞에놓고 사회윤리를 개탄하는 지명인사들 도의를 논하고 진리를 강의하는 저명교수들 정신문화를 자알하는 문화인들이 모여앉아 없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여자의 키와 가슴과 허리둘레를 재고 근수를 달아 진(眞) · 선(善) · 미(美)를 결정한다. 관객들 중에 「미스 코리아」에게 진 · 선 · 미를 느끼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한바탕 웃을 뿐이다. 사람들은 내일부터 제각금 영원한 여성을 찾기에 심각해진다.
사람들은 여성을 찾는데 기리와 근수를 겨누는 법이 없다. 그래도 다 예와 률을 찾는다.
성당에서 무슨 행사가 있으며 여자들만 모임다고 개탄하여 마지않는 사람이 있다. 매일아침 미사때나 성시시간때는 대부분이 여교우들이다. 그러나 걱정할 것도 개탄할 것도 없다. 세계의 모든 여성이 다 교우라면, 진짜 교우라면, 성당에 나오지 않는 여자가 이 세상에서 하나도 없다면 남자들이 다 어디를 가겠느냐 말이다.
진실로 마음에 진 · 선 · 미를 갖추어 천당문전에서 「미스 코리아」로 당선될 여성이 많아지는 순간이 구원의 순간이로다.
여성을 사랑하사이다. 『영원히 여성이신자 우리를 구언하리로다.』 여자를 앞세우고 여성을 따라 두고온 고향으로 돌아가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