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의 예비를 가지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업적이 세상 끝날까지 계속되도록 그의 구속의 은혜를 모든 인류에게 전달하는 기관으로서 교회를 세웠읍니다. 그리고 부활후에도 40일간 당신 제자들에게 여러가지 마지막 교훈을 남기시고 당신 나라에 가신 다음에는 우리에게 성신을 보내어 주셨읍니다. 성신이 오시는 오늘 이날이야말로 그리스도의 교회가 첫 출발하는 날이었읍니다. 종도행전에서는 성신강림을 이렇게 기록했읍니다.
『오십일이 바야흐로 마칠 때에 모든 문제들이 일심하여 한곳에 모였더니 홀연 하늘로조차 소리나 마치 큰 바람이 밀려옴 같아야 그 않ㅈ았던 온 집에 충만하고 불같은 혀의 형상이 저들에게 나타나며 흩어져 각 사람 우에 좌정하매 모든이가 성신을 충만히 받고 비로소 여러나라 말을 하야 성신이 저들에게 말할 것을 주시는 대로 말하더라』 (종도 2,1-4)
그리스도로부터 약속받은 성신이 오시기까지 기도에 열중하던 종도들이 성신을 받더니 여러나라 말을 하였을 뿐 아니라 성신이 저들에게 말 할 것을 주시는대로 말했다고 합니다. 공포와 무서움에 사로잡혀 있던 종도들이 정작 그리스도의 사도가 되던 날이 성신을 받았던 날이었읍니다.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주신 전리의 싹이 움트기 시작한 것도 성신이 내려오던 그날이었읍니다. 그러기에 이날을 일컬어 「교회창립일」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감히 천주님의 계시 진리를 그릇침이 없이 말할 수 없읍니다. 사람이 감히 그리스도의 교회를 손상치 않고 이끌어 갈 수 없읍니다. 로마제국이 쓸어졌고 나포레옹이 쓸어졌지만 보잘 것 없는 어부들로 이루어진 가톨릭이 오늘까지 살아있다는 것은 그것이 성신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두루의 배는 이천년간 갖가지 풍랑을 겪었으나 파산되지 않고 오늘까지 내려왔고 이것은 종래 피안의 세계 즉 우리의 고국 천국 항만에까지 무사히 도달하리라는 확실을 우리는 가지고 있읍니다. 가톨릭은 성신의 빛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성신이 두갈래 세갈래 찢어질 수 없읍니다. 그러기에 가톨릭은 하나인 것입니다. 가톨릭이 가톨릭됨이 곧 성신의 힘이기에 신학자들은 성신을 「교회의 영혼」이라고 합니다. 교회는 사람을 닮아서 영혼과 육신으로 결합된 단체입니다. 육체에 영혼이 겨랍될 때 비로소 사람이 되듯이 열두종도 위에 성신이 결합되자 비로소 「교회」가 된 것입니다.
교회를 움직이는 영혼은 성신이요 육신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성직자 수도자 모든 교우들 그리고 우뚝 우뚝 솟은 모든 성전들입니다. 5척 남짓한 인간이 대우주를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안에 영혼이 있기에 그러하듯이 인간들로 구성된 가톨릭이 하나의 분렬없이 세말까지 줄곧 뻗어나갈 수 있다는 소치가 바로 그의 영혼인 성신이 인도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우리가 성찰할 바가 몇가지 있읍니다. 아오스딩 성인께서는 이르시기를 『누구든지 교회밖에서는 어떠한 구원도 얻을 수 없다.』고 하셨읍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말씀 『이 세상을 다 얻었다 할지라도 영혼에 해를 받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이것은 곧 육신 생명 보다 영혼 생명이 더 중대함을 말씀하시는 것이겠지요! 교회에 있어서도 육신보다 영혼이 더 귀중합니다. 우리는 교회에 속한 지체들입니다. 각자 성찰해봅시다. 나는 교회에 속하되 어디에? 영혼에 속하여 있는가 아니면 육신에만 속하여 있는가? 영세 입교한 교우들은 다음 두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첫째는 교회의 육신에만 속하는 자들이고 다음은 영혼 육신에 다 속하여 있는 자들입니다. 육신에만 속하여 있는 자들은 성신과는 생명이 끊어진 자들입니다. 이들은 마치 양복점의 마네킨이 사람처럼 서있지만 실상 거기에는 생명이 없듯이 비록 그들이 영세하여 교적에 등록되어 있다 하지라도 죄악으로 성신과는 성총의 생명이 끊어진 교회이 마네킨일 것입니다. 그들은 육신의 눈은 뜨고 있지만 영혼의 장님들입니다. 교회의 영혼과 육신에 속한 교우들은 명실공히 성총 속에 살명서 성신과 생명을 같이 하는 영혼들입니다.
오늘은 「성신당림 주일」 성신이 우리 마음에 오시는 날입니다. 우리는 과연 성신과 생명이 통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읍니까? 아오스딩 성인께서 말씀하시는 「교회 안에서만 구원」, 이것은 성신과 통하는 교회를 말하는 것입니다. 포도 넝쿨이 줄기에 불어있어야 열매를 맺고 교회의 지체들은 성신에 붙어있어야 영생을 얻을 수 있읍니다. 만일 우 리영혼이 생명과 끊어져 꼬치꼬치 말라있다면 하루빨리 일어나야 하겠읍니다. 천주님의 자비의 손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읍니다. 진리의 성신은 언제나 우리 언저리에 충만하여 있읍니다.
朴道植 神父(해군 진해통제부 군종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