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歐洲隨想(구주수상)] ⑨
中世(중세) 辱(욕)하는 文人(문인) 中世物(중세물)에 警嘆(경탄)
父母(부모) 잃은 뒷길 꼬마 活氣(활기) 없고
발행일1962-06-10 [제330호, 3면]
「빠리」라고 하면 우선 화려한 대도시를 연상한다. 일년을 두고 하루도 관광객이 끊질 날이 없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드는 수많은 여행자들은 촌각을 아껴 유명한 명성 고적을 찾는다. 유명한 곳 역사적 유서깊은 곳이란 대개가 성당이다. 화려한 곳이란 대개가 성당을 중심으로한 주변 시가지인 경우가 많다. 중세기를 욕하고 저주하면서 「중세기의 문화」와 그 예술을 찾는 것이 현대인이다.
「빠리」에는 크고 작은 성당들이 하도 많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 많은 성당들이 대개 중세기에 건립되어 시대와 더불어 장식되면서 수백년을 보낸 성당들이요 돌하나 기둥한개 성상하나 할 것 없이 역사를 말하지 않는 것이 없고 이 전체가 조화되어 아름다운 하나의 예술품을 이루고 있다.
중세기를 암흑시대라고 공격하는 것이 현대적 「문화인」이 되는 하나의 자격처럼 생각하고 있다. 이 자격을 구비한 문화인들이 부지런히 「노뜨르담」대성당의 아름다운 예술을 찾고 황홀해지고 마음이 한없이 밝아진다. 어찌 암흑이 광명을 낳을까. 암흑한 중세기의 예술인들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 저 돌 하나, 하나를 깍아 올렸으리라. 무한한 광명과 희열을 느끼며.
「빠리」의 성당은 대개가 관광객들에게 개방되어 착한 교우들은 소란과 혼란을 피하며 잠잠히 묵상할 수 있는 숨은 성당을 찾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되었다. 성당이 너무 유명해지기 때문에 교우들은 자기네들의 성당을 빼앗긴다. 어머니가 너무 유명해지면 아이들은 그 어머니를 빼앗기고 고독해지는 법이다.
구경꾼이 많이 찾아드는 성당일수록 유명한 성당임에는 틀림이 없으리라. 그러나 화려한 세계적 대도회 「빠리」에는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기로 유명한 성당들도 많다. 한가한 사람들이 손꼽아 말하기를 유명하면서도 숨은 성당이 「빠리」 시내에 13개처나 있다고 한다.
「생 제르맹 드 샤른느」성당은 「빠리」 뒷골목의 조그마한 성당이다. 오래되기로 말하면 「빠리」에서도 일류다. 12세기에 건립된 성당이며 옛날 「빠리」의 유일한 포도밭이던 「샤른느」동리의 본당이었으니 지금은 버림받은 성당처럼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성당 주변 교우들에게는 다행한 일이다. 구경꾼이 없어 한없이 고요하다.
아침 미사가 끝나면 하루종일 성당을 지키는 교우들이라곤 오직 성당 주위의 조그마한 묘지에 누워 영원한 안식을 구하는 망자들뿐이다. 포도농사를 짓던 할아버지들 외에는 수백년동안 유명한 사람이라곤 아무도 묻히지 않았기에 이 묘지를 찾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다. 「평안함에 쉬기 위한 망자들」에게는 호적의 안식처다.
성당 주변에는 소시민들의 주거지로 좁은 골목 낮은 집들, 길까에는 그 많은 자동차 하나 없고 이따금씩 「리어까」가 버린것처럼 놓여있다. 버려져 있는 것은 「리어까」 손구루마 뿐만이 아니다. 어린 것들도 부모를 잃고 진종일 고독하다. 황혼히 들어 부모들이 일터에서 돌아오면 이 골목은 다시 활기를 띠며 집집마다 광명이 내리리라. 암흑 속에도 어머니의 품 속은 아이들의 광명이다.
어떠냐 천주를 잃은 현대가 중세기의 암흑시대보다 더 밝다고 생각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