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주신 나눔의 기회였어요.”
춘천 만천본당 주임 김도형(스테파노) 신부는 최근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조혈모세포를 기증할 조건이 일치할 확률은 희박하다. 형제자매 간 4명 중 1명, 부모 자식 간 불과 5%, 비 혈연관계에서는 2만분의 1도 채 안 된다. 김 신부가 기증을 신청하고 실제로 기증이 이뤄지기까지 18년 넘는 세월이 걸렸다. 김 신부는 “이 고귀한 생명 나눔 실천에는 하느님의 은총이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신학생 시절, 그는 사제서품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친구들과 다 같이 학교 축제 때 조혈모세포 기증을 신청했고, 그 후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김 신부 앞으로 여러 차례 발송과 반송 흔적이 있는 우편물이 도착했다. 조혈모세포 기증을 위해서는 조직 적합성 항원(HLA)형이 일치해야 하는데, 그와 맞는 환자가 있어 기증을 요청하는 연락이었다.
김 신부는 “유학 중 본가 주소 변경 등으로 반송이 된 것 같은데 수소문해 다시 보낸 편지였다”면서 “내용도 굉장히 다급하게 찾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미 사제로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다짐하고 사는데, 이렇게 찾아온 기회 앞에 망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 환자에겐 지금으로선 자신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데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김 신부는 기증을 하겠다고 연락했다.
사흘간의 통원 후 2월 23일 입원, 24일 조혈모세포를 추출하는 수술을 받은 김 신부에게 그 기간은 다른 어떤 날들보다도 멋진 날들이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해 선을 이룬다’(로마 8,28)는 말씀처럼 김 신부 또한 ‘나눔의 선물’을 받았다. 김 신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부터 시작해 교구청 사제들이 앞장서 본당에서 미사를 주례해 줬고, 수술 소식을 들은 신자들은 그와 환자를 위해 기도했다.
김 신부는 앞으로도 이러한 “나눔의 로또, 생명 나눔 기회에 당첨된다면 언제든 기증하고 싶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이식받은 분들은 이식받은 날을 생일로 기억하며 살아간다고 해요. 새 삶이 시작된 날이니까요. 저의 며칠이 누군가에게 평범하고 소중한 내일을 보장하는 미래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훌륭한 나눔이 또 어디 있을까요?”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 문의 02-532-6517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