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의 영혼을 맏튼 군종사제로서 오늘은 각 병 여러분께 몇가지 묵상재료를 말씀드리고저 합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우리는 다 같이 군인입니다. 군인은 정의를 수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읍니다. 정의를 위해서는 귀중한 생명까지라도 희생해야 하는 것이 군인입니다. 군인은 모름지기 『정의야말로 우리 생명보다 값지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솔직히 말합시다.
정의의 값이 없다면 내 죽어 이나라에 평화가 온들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며 내 죽어 내 동상이 남산 위에 우뚝 솟은들 나에게 무슨 유익이 있읍니까?
우리는 세속인들에 바라는 그따위 명예나 이름을 남기려고 귀중한 목숨을 걸어놓고 군복을 입은 것이 아닙니다. 이것보다 일각이라도 잊을 수 없는 성주(聖主)의 수훈(垂訓)이 우리의 귓전을 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를 위하여 군란을 받는 자는 진복자로다. 천국이 저들의 것임이요』(마두 5,10)
이와같이 정의를 위해 내몸을 바칠 양이면 정의의 최후 심판관은 우리에게 천국상급을 약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정의의 투사가 된 것입니다.
우리의 정의는 윤리의 최고심판관 천주님과 연결되는 값진 정의입니다. 군인을 만들기 위해 상투수단으로 말하는 저 바깥세상의 알맹이 없는 정의와는 다릅니다. 장병 여러분! 여러분들이 부르짖는 정의가 정의의 원천이신 천주님과 직결되어 있읍니까? 의를 위해 값진 생명을 바치면 천국이 우리의 것이라는 신념으로 군대생활을 하고 있읍니까?
군대는 특수한 사회입니다. 다른 사회에서 볼 수 없는 모순이나 고통이 많은 곳입니다. 왜냐하면 군대가 시작한 터무니가 모순이요, 군이 지향하는 목표가 모순이기 때문입니다. 군인은 유사시에 싸워야합니다. 적을 죽여야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다니 이것보다 더 큰 모순과 비참이 또 어디에 있읍니까? 이것을 위해 국민의 대표로 앞장서서 칼부림을 하는 것이 군인들입니다.
그 목적이 모순이고 보니 이것을 위한 방법에 모순이 있을 수밖에 없읍니다. 보십시요! 얼마나 많은 젊은 정력들이 군대에서 썩어나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재원이 군대에서 썩아나고 있읍니까? 군에 있는 젊은이들을 공장으로 농장으로 보내보십시요.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산품을 얻을 수 있겠읍니까! 군대의 물자를 우리 사회로 끌어내어봅시다. 군함은 여객선으로 폭격기는 여긱기로 전차는 자가용택시로 총칼은 자동식 세탁기로 만들어 보십시요. 그리고 수소탄 원자탄을 없애고 그 돈으로 태평양을 횡단하는 다리를 놓아보십시요! 생각만 해도아도 어깨가 으쓱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도리 수 없는 우리의 비참한 현실입니다. 인간은 인공위성을 띠우리만큼 지혜롭지만 전쟁을 하지 않을만큼 지혜롭지는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천주님을 배반하고 나온 아담이 자손들이기 때문입니다.
교우장병 여러분! 우리는 군대 생활을 통해서 천주님을 배반한 죄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묵상합시다.
근대에서 맛보는 고통의 쓴잔은 곧 인류가 범한 죄의 벌이람을 뼈저리게 느껴야 하겠읍니다. 그리고 감심으로 희생하십시다. 카인과 아벨 두 형제의 싸움으로 시작된 원죄의 벌은 급기야는 오늘의 대전쟁을 만들고 말았읍니다. 오늘의 전쟁은 진정 죄악에 대한 천주님의 심판이 아닐 수 없읍니다. 심판을 기꺼히 받읍시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있읍니다. 그러나 우리가 메고 있는 십자가 나무에서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주신 생명의 열매를 딸 수도있읍니다. 오로지 우리에게 달렸읍니다. 모양은 같은 십자가엿지만 우도의 십자가는 영생을 주는 십자가였고 좌도의 십자가 영원히 죽음을 주는 십자가였읍니다. 여러분의 십자가는 누구의 것입니까?우도의 것입니까? 좌도의 것입니까? 이왕 받은 십자가를 슬기롭게 메고갑시다. 「골고타」산상의 우도 좌도의 십자가는 세기를 통해서 인류에게 교훈을 주고 있읍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정신을 본받읍시다. 인격을 모독하고 기압을 넣으면 그리스도께서 하신 것처럼 말없이 겸손되이 참아받읍시다. 『앞에 총』을 하고 손에 땀을 쥐고 숨가뿌게 시가를 구보(驅步)하면 거리에 사람들은 창경원 원숭이 구경하듯 물끄러미 우리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그때 그들을 위해 흘린 한방울의 땀을 생각한다면 속에서 속에서 울분이 치밀어 오지만 그때 그리스도의 가시관을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그리스도와 가까이 할 수 있는 조건에 살고 있읍니다. 푹신푹신한 방석에 앉아서는 그리스도를 만나지 못하지만 우리 군인들은 앞에 총을 끼고 산비탈 길을 올라가보면 「골고타」의 길과 맞우칠 수 있읍니다.
자! 장병여러분! 우리의 수고와 우리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도록 다시 한번 지난날을 성찰하고 앞날의 새생활을 약속합시다.
朴道植 軍宗(해군 진해통제부 군종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