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들은 적어도 30년 이래 전운(戰雲)이 이만큼 개인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냉전(冷戰)이라 하던 것을 냉전의 평화라고 하고 있다. 이 냉전적 평화의 양상(樣相)을 살펴보기로 한다.
○…작년 12월 중 쏘련은 큐바의 유도탄 기지를 대체로 철수했다. 12월1일 쏘련 폭격기대를 실은 첫 쏘련 선박이 큐바를 떠났다. 12월6일 미국무성은 쏘련 폭격기 약 42대가 이동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서「베르린」에 대한 공격위협은 정지되었다. 동독 공산당수(黨首) 발타울브리트는 「베르린」 문제는 협상을 통해 해결한다고 말함으로, 지금까지의 입장을 완전히 바꾼 셈이다.
○…중공은 예고 없이 인도 국경을 침략했으나 차차 그 규모를 통해 제한(制限)전쟁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들은 계속해서 그 동부전선으로 집결하면서 광범위한 철수를 하여 이를 보증했다.
중공은 아직도 전진(前進)하는 상태를 지속하고 있으나 단지 국경분규에서 그칠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알제리아에서의 전쟁 상태는 끝났다. 아직도 불안한 상태에 있지만 장기 휴전(休戰)이 가능하고 이스라엘과 아랍 제국간의 국경 분규도 별로 협정은 없지만 효과적인 정전(停戰) 상태에 들어갔다. 서로 불문율(不文律)을 지키고 있다.
○…화란은 미국의 압력으로 뉴·기니아에 대한 전화(戰火)를 피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인도네시아와의 전쟁을 피하자는 이유밖에 없다. 뉴·기니아에는 방금 유엔장악 아래 파키스탄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
○…라오스는 전화를 피해 중립국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공산군은 중립국으로 가는 미국 보급기를 추락시켰다. 이런 사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을 확대시키는 사태만은 피하고 있다.
○…국부군(國府軍)이 장악하고 있는 금문(金門) 마조(馬祖) 양섬은 평온하며 드물게 중공의 포격을 받고 있을 뿐 달리 위협은 없다. 국부군도 본토 공격을 위협하지 않고 있다.
○…희랍의 내전도 전혀 확대되지 않았다. 희랍의 공산화(共産化)는 그들측이 가망 없이 보고 있는듯 하다. 희랍에서의 공산 위협은 미약해졌다. 최근 관광(觀光)「붐」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은 불안정한 정전상태에 있으나 전투재개의 징조는 없다. 한국군 및 유엔군을 제외하고도 미군은 15만7천명의 희생을 치르고서 정전을 지속해왔다.
○…콩고에서는 「레오폴드빌」의 중앙정부군과 「카탕가」 지방군간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으나 이 지방에 유엔군이 진주하여 전투는 최소한도 제한시키고 있다.
○…남「베트남」의 「게릴라」전은 장기적인 희생을 치르고 있다. 이런 「게릴라」전이 전면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볼 수 없으나 가장 많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렇게 매우 낙관적인 사실을 열거했는데 그러면 앞으로 이 정도의 평화가 끝내 지속될 수 있는가? 아무도 그렇다는 장담을 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것은 공산측의 「작전」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과연 30년래에 누리는 평온상태인가?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 31년 전 즉 1931년대를 소급해서 생각해보자. 31년 전 일본은 만주를 침략했다. 1933년 아돌프.힛틀러는 정권을 장악하고 전쟁준비에 광분했다. 1935년 뭇소리니는 에치오피아를 침략했다. 1936년 스페인에 내란이 일어났다. 1937년 일본군은 전면적인 중국침략을 개시했다. 이 전쟁을 발단으로 제2차 대전은 성숙해갔으며 드디어 1939년 9월1일 독일군이 폴란드를 점거함으로 소위 세계 제2차대전의 발단이 되고 말았다.
이것이 과거 30년간의 전쟁기록이었다. 1945년 대체로 대전은 종결되었지만 그 후 사태는 어떻게 발전해 갔던가. 1948년 첵코는 완전히 공산수중에 들어갔다. 1948년 4월부터 「베르린」에 대한 공산기반이 확립되었다.
그 해부터 1949년간에 모택동은 중국 전익을 장악하게 된다. 이런 일련된 사태가 드디어 1950…53년간의 한국 전쟁을 유발시켰던 것이다. 1951년 인도의 네루는 중립과 평화를 크게 외치던 때이다. 그 때를 이용한 중공은 곧 티벹을 완전히 점령했다.
이렇게 회고해보면 소위 냉전과 열전(熱戰)간의 한계는 극히 희미할 뿐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태의 진전(進展)을 통해서 우리는 냉전 혹은 요즘 말하는 냉전적 평화의 진상(眞相)을 알고 보다 현명한 사태 및 시국(時局)의 판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은 곧 공산측의 의중(意中)을 통찰하는 일이다. 공산주의자에 있어서는 냉전 혹은 평화라는 것이 일련된 대책(對策) 내지 세계정책이란 것이다.
공산주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말하는 의식적(意識的) 노력이 필요하다. 그 의식적 노력이란 것이 냉전 열전 혹은 평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말들은 모두 그들의 작전상(作戰上)의 용어(用語)인 것이다. 또한 분명히 알아둘 일은 그들 공산측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만 소위 그들의 『의식적 노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들 진영(陣營)을 유지해 가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공산주의는 증오(憎惡)의 집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결국 이념(理念)의 대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념이라는 정신적 요소(要素)만이 밀고 쓸려가는 공산파도를 막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