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복음을 통하여 대개 이천년전에 「제네사렛」 호숫가에서 일우어졋던 아름다운 전경을 엿보았읍니다.
예수께서 시몬 베드루의 쪽배에 앉으사 호숫가 언덕에 모여든 군중에게 천상도리를 강론하신 다음 베드루에게 『고기잡기 위하여 깊은데로 가서 그물을 치라!』하고 명령하셨읍니다. 오래동안 어부생활을 해온 베드루는 그물을 칠 때가 아니라는 점과 밤새도록 헛수고 한 것을 미루어 보아 결코 고기를 잡을 것 같지는 않았으나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쳤읍니다. 얼마후에 그물을 들어보니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가 끔찍히 많이 잡혔읍니다. 이때 시몬 베드루는 예수님의 초자연적 위력에 압도되는 동시에 자기자신의 무능학고도 비천함을 뼈저리게 느끼었읍니다.
이와같이 자신의 부당함을 마음속 깊이 느끼고 입으로 고백하는 베드루를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될 것을 권면 하셨읍니다. 이에 베드루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의 뒤를 따랐읍니다.
오늘 복음을 통하여 우리는 참된 그리스도의 제자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아볼 수 있읍니다. 천주께서 어떤 사람을 부르실 때 우선 그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무가치 함을 철저히 인식하게 하십니다. 그런데 천주께서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우리 자신의 무가치함을 깨우쳐주시니 혹은 오늘 복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영적을 행하심으로써 하시고 혹은 어떤 묵시로써 하시고 혹은 바오로 종도의 예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직접으로 무찌르는 공격을 가하심으로써 하십니다.
좌우간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 위한 첫째 조건은 자신의 비천함과 무가치함을 마음속 깊이 깨닫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바른 차서가 성립되며 천주의 능력이 주입될 기반이 닦아지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자아중심주의는 천주중심주의로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베드루는 예수님의 발 아래 업디어 『나는 죄인이오니 주여 나를 떠나소서!』하며 자신의 무가지참을 고백하고 있읍니다.
구약시대에 이사야 선지자는 『…나에게 앙화로다! …이는 군대의 천주이신 임금을 내 두 눈이 뵈왔음이로다!』 하고 자신의 비천함을 고백하였읍니다.(이사야 6장 5절)
또 바오로 종도의 경우를 보면 「다마스고」에 있는 예수님의 신자들을 잡으러 가다가 별안간 하늘로조차 발하는 빛으로 땅에 넘어져 예수님의 책망하시는 말씀을 듣고 떨며 또 놀라 말하기를
『주여 나로 하여금 무엇을 하기를 원하시나이까?』하였읍니다. 「주님의 제자들을 엄포하고 도륙할 말을 토하며…
대제관의 공문을 지참하고 위세도 당당하게 말을 달리던」 사오로(=바오로)는 이와같이 주께 완전히 굴복하고 말았읍니다. 이와같이 자신의 비천함을 뼈저리게 느낀 다음 천주께서는 그를 일으키사 당신의 제자로 삼으십니다.
그런데 주님의 제자가 되기 위하여 또한가지 전제되는 조건이 있으니즉 「모든 것을 저러려야」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베드루는 배를 육지에 댄 다음 즉시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읍니다. 베드루는 잡은 고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처자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지 아니하였읍니다. 이 세상것에 애착하면 저 부자 청년과 같이 일껏 찾아얻은 「착하신 스승을」 따르지 못하고 「근심하며 돌아가게」되는 것입니다.(마두 19장 16-22)
「모든 것을 다 버린다」 함은 가치 차서의 제인식을 말합니다. 성바오로께서는 『나 그리스도를 위하여 이 모든 것을 단념하였으며 이 모든 것을 다 분토와 같이 여기노라』고 하십니다. (비립버서 3장 8-9)
그러나 그것은 치니스므스와 같이 현세적 것을 멸시해버리는 태도도 아니오 불교적인 비관주의의 귀결도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자신과 모든 것을 창조주께 맡기며 그에게 모든 것을 바라는 완전한 신뢰심과 너그러운 말씨를 말하는 것이며 그 귀결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상과 같은 과정을 밟은 연후에 비로소 천주의 사람이 될 수 있으며 참된 뜻으로서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원칙적으로 보아 위에 말한 것은 모든 신자들에게 해당되는 진리입니다. 자기 자신이나 혹 어떤 피조물이 우리의 우상이 될 때에 우리는 결코 천주님을 올바르게 섬길 수 없을 것이니 말입니다.
우리는 성총의 비추심에 착심하여 우리 자신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우리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데 조당하는 모든 것을 서슴없이 던져버릴 각오를 가질 것입니다.
崔昌戊 神父(경북칠곡본당 주임 · 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