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씨)은 좋은 땅에 떨어져 나매 결실함이 백배나 되니라』(루·8…8)
겨우 여섯살밖에 안 되는 안토니가 가끔 할아버지와 함께 성당에 다녔읍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강론만 시작하면 끄떡끄떡하다가 쿨쿨 자곤하였읍니다. 그럴적 마다 강론하던 본당 신부님은 『안토니! 안토니! 내 강론이 끝날 때까지 네 할아버지를 깨여있게 하면 오원짜리 동전 한 푼씩 주마!』
몇 주일 동안은 안토니는 할아버지를 옆에서 자꾸 꼬집어서 안졸게 하고 또 졸드라도 깜짝깜짝 깨게해서 본당 신부님에게 약속된 오원짜리 동전을 벌었읍니다.
아, 그런데 몇 주일 후에는 할아버지가 또 강론 중에 졸고 코도 드렁드렁 골기 시작하였읍니다. 본당 신부님은 『안토니! 왜 오원짜리 동전 생각 안나니! 왜 너의 할아버지를 안 깨우니?』
안토니는 『네, 신부님 벌구말구요. 저는 할아버지한테 오늘부터 오원짜리 둘씩 받기로 했는걸요! 신부님한테는 깨우는 상금으로 오원짜리 하나 할아버지 한테는 안깨우는 상금으로 오원짜리 하나 이렇게 해서 오원짜리 두 푼을 내가 줄테니 강론 때에 졸아도 깨지말라고 하시면서 할아버지가 벌써 미리 오원짜리 둘을 주셨거던요. 이것 보세요!』하고 안토니는 그 다음부터는 할아버지를 안 깨웠답니다.
이 할아버지는 늘 조는 통에 「신우회」니 「레지오·마리에」니 교리강좌니… 통 다 결석하든지 출석해도 조느라고 대부분을 헛탕쳤읍니다.
오 주 예수 말씀대로 『인내함으로써 결실하는 자』가 못 되었읍니다. 들은 강론을 남에게 전할 수 있으려면 먼저 강론을 잘 들어야 하겠읍니다. 그러면 오늘은 강론을 듣고 또 그 강론 속에서 추히라 점은 무엇인가를 연구함이 좋을 것 같읍니다.
①강론 시작하기 전에 우리 마음과 정신을 침착하게 갖고 잘 들을 준비하기를 농부가 씨를 뿌리기 전에 밭을 잘 갈고 거름을 펴고 좋은 씨만을 골라서 뿌리듯이 우리는 세속사정과 살림걱정 기타 세상사를 깨끗이 우리 정신과 마음 속에서 쓸어내어야 할 것입니다.
②그리고 또 강론 중에서 깨닫고 공명한 점을 매일 실천하도록 결심하여야 합니다. 강론이 끝날 때 그 자리를 일어서기 전에 꼭 결심 한 가지씩 하고 일어서야 할 것이 아닌가-합니다.
③강론의 뜻을 잘 알아 듣게 하여 주시기 위하여 천주님의 은혜를 구하십시요. 왜냐하면 강론하는 신부님은 교우들이 강론을 잘 알아듣기 위하여 특별히 기구하여 가며 강론을 준비하고 계시니 듣는 이도 잘 알아듣기 위하여 기구하여야 합니다.
④강론이 아무리 어렵고 또 졸리는 강론일지라도 그 중에는 선택할 좋은 씨가 숨어 있읍니다. 어떤 진리나 어떤 실천 사항이나 무슨 덕행 닦는 말씀이나 어느 성인이야기나 우리 신앙생활에 절대 불가결한 충고를 그냥 공중에 나는 새가 다 쪼아가게 길가에 두지 말고 꼭꼭 심중의 좋은 결심의 땅속에 묻어 좋은 싹이 트도록 하여야 하겠읍니다. 예수께서는 가끔가끔 하신 말씀을 중복하듯이 본당 신부님도 같은 사정을 가끔가끔 반복하시는 것은 그 진리가 절대로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깨우쳐 주시려고 하는 것입니다. 병원의 의사가 당신을 진찰하고 무슨 약이 필요하고 무슨 음식을 먹으며는 안 되고 어떤 것을 먹어야 한다고 하면 당신은 살 욕심에 그 말을 꼭꼭 잘 듣지 않습니까?
성당에서 듣는 영혼의 의사인 본당 신부님의 영혼의 진단과 주의사항이 현세뿐 아니라 내세의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 기분 나뻐할 것 없이 기쁜 마음으로 듣고 실행해야만 하겠읍니다.
더우기 강론을 들을 때 『오 저 말씀은 꼭 나를 보고 하시는 말씀이지…』 하고 마음이 찔리는 그 말씀은 반드시 당신 영혼에게 필요한 점이니 꼭 그런 마음에 찔리는 그런 점을 실천하여야 합니다.
강론이 끝나면 조그마한 「노트」책에(강론 노트를 따로 가지고 있음이 유익) 그 욧점을 적어두고 가끔 그것을 펴보고 또 강론을 못 들은 식구나 이웃에게 이야기삼아 들려주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집에 돌아가며는 꼭 강론시 들은 말 특히 강론 중에 나오는 이야기 같은 것을 외인들에게나 이웃에게 기회있는대로 전해주는 것이 우선 자기가 강론을 열심이 들었다나는 증거일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강론을 잘 들어야지 먼저 말한 안토니의 할아버지 식으로 강론을 들어서는 안 될가 합니다. 졸지 않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먼저 기구하고 잘 듣고 명심하고 「노트」에 적어두고 기회 있는 대로 실천하고 들은 바를 이웃에게 옮길 때 그 강론의 씨는 『좋은 땅에 떨어져 결실함이 백배나』 될 것입니다.
吳基先 神父(대전주교좌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