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地巡禮(성지순례)] (3) 十字架(십자가) 지고간 길이 修道院(수도원) 마루바닥으로
발행일1963-02-17 [제363호, 3면]
궁전터에는 지금 집들이 들어서있다. 그 일부분을 가톨릭이 점유하고 수도원을 지었다. 옛날 「로마」 제국시대 때 길을 그대로 보존해 두었다는데 길은 지금의 「아스팔트」 대신 큰 바위를 쪼개어 다듬어 깔았는데 말이 달릴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돌 위에 가로 줄을 줄줄 새겨두었다. 「로마」인들이 전차를 달리기 편리하도록 도로 공사를 잘 했다는 말은 일찍 들었지만 이만큼 용의주도하게까지 정성을 기울었던가 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인접 약소국가를 강점하고 거기에 장정등을 포로로 잡아다가 강제논동을 시켰을 것이다.
남의 나라를 강점하는 것이나 그 백성을 노예로 강압한 것은 강도 이상의 큰 죄악임에 틀림 없다. 따라서 그들의 이 침략행위를 가상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용서할 수 없는 대죄악인 것이다. 그러나 피침략국인민을 노예로 삼는 것이 그 시대의 통례(通例)였으니 그들만 나무랄 수도 없고 보면 그들이 잉여노동력을 다른 나라와 비해 얼마나 유효적절이 썼느냐가 놀랍다는 것이다. 예수께서 편태를 당하시던 기둥도 거기 있고자 관을 쓰셨던 자리도 그곳에 있었다. 예수께서 10자가를 지시고 가시던 김의 일부분이 수도원 건물 내에 들어있었다.
모두들 그 길 위에 친구를 했으나 나는 하지 않았다. 이 길로 주 그리스도 한 분만 지나가셨다면 물론 망서릴 여부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길로 해서 악당들도 지나갔을 것이요, 도적들도 드나들었을 것이요, 창부들도 다녔을 것이며 「회칠한무덤」 「독사의무리」 등 말로 그리스도께 저주받던 「바리세이」들도 사용했을 것이니, 친구할, 마음이 내캐지 않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렇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었다. 그 길로 누가 지나갔건 친구하는 사람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예수 그리스도 한 분 뿐이니 차가운 돌이 좋아 친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발자국만 생각코 친구하는 것이니, 친구라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물론 친구 안했다고 해서 만책 당할 필요야 없지만.
먼저번에도 말한 것이지만 이 나라가 만일 가톨릭교국이었다면 이 성지 이 성소를 이다지도 황폐하게 버려두었겠느냐? 하는 생각이다.
비록 가톨릭교국이 아니더라도 가톨릭이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보장만 있더라도 훨씬 더 아름답게 가꾸지 않았겠느냐?는 새악이 난다.
비라도의 집문이 있던 곳에 세운 집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서방 두루 언덕이요 성당 회회교당 루터파 교회당 희랍정교회당들이 다른 집들과 비해 큼직큼직한 것이 들어서 있다. 이곳의 집들은 목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모두 백석으로 지었다.
목재는 귀하고 돌은 많으니 자연히 그리될 수밖에. 거리는 좋고 사람들은 추접다. 백인들은 여기서도 왕노릇하는 모양이다. 그들은 맑고 깨끗하다. 그 옛날, 캄이 크 아버지 노예에게 저지른 실수에 비해 야펱이 그 아버지에게 해드린 그 조그마한 행위가 이다지도 크게 그 후손에게까지 앙화와 축복을 끼쳤는가 싶다. (창세기 9장18절에서 27절까지 참조)
내 나라도 그다지 훌륭하지 못한 주제에 남의 말하기란 미안하지만 아랍인들의 몸차림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하다. 남자들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흰 면사포를 쓰고 그것이 벗겨지지 않도록 그 우에 테두리를 눌러쓰고 다닌다. 여기서 풍습이란 것이 얼마나 뜯어 고치기 어려운가를 느꼈다. 저들은 무엇 때문에 그 거치장스럽고 너절한 수건을 쓰고 다닐까? 햇빛을 가리우려고?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내가 그곳에 있을 동안 그다지 강한 햇빛은 보지 못했다.
추워서? 천만에! 아직 살얼음초차 얼지 않는 때에 무엇이 춥단 말인가? 다만 풍습이란 한 가지 이유밖에 없은 것 같다. 여자들의 의복은 더욱 거치장스럽다. 남자들처럼 테두리는 않았으나 남자들보다 더 길고 큰 검정수건을 써서 정강이까지 드리우도록 하고 다닌다. 자기 얼굴을 남이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이목구비가 한눈에 다 보이고 얼굴의 윤곽마저 다 드러나는데 어떻게 남이 못 보겠는가? 저들이 자기들에게는 불편하고 남이 보기에는 흉할 정도의 복장을(그것도 수건 하나만 벗으면 되는 간단한 것을!) 말이 좀 옆길로 나가 여담이 되어 미안하지만 여기 한 마디 하고 싶은 것은 해방이래 매년 떠들어도 별 효과를 못 보고 있는 음력과세 문제를 두고 한 번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