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배성사를 받기 위하여 제대앞에 꿇어있는 신랑 신부보다 더 숭고한 사람들은 없으리라. 그들은 그들 앞에 장래할 생활이 무엇일른지 모른다 아마 희망과 실망 성공과 실패 희락과 비애가 교차하는 복잡한 것이리라.

그들은 이날로부터 죽는날까지 보다 더 부유하든지 보다 더 빈곤하든지 보다 더 건강하든지 보다 더 병약하든지 생활을 완전히 함께 하겠다고 맹서하려는 것이다. 혼배에서 그들이 교환하는 맹세는 그날로부터 둘이 한 정신 한 마음 한 애정만을 갖는 「한몸」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것의 실현은 진실한 사랑과 자기의 완전한 희생이 없이는 바랄 수 없는 것이다.

혼배에 있어 신랑 · 신부는 숭고한 맹세만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조물주로부터 특수한 사명을 받는다. 즉 조물주는 그들에게 그의 지극히 위대한 인간창조의 대사업에 협조하는 궈리와 의무를 부하하며 그들에게서 날 자녀들의 양육의 책임을 맡긴다.

그들의 자녀는 곧 이 지상에서는 그리스도의 교회의 회원으로 천주의 영광을 더 높이며 후세에 있어서는 천국의 시민이 되는 것이다.

그들의 권리와 의무가 이렇게 거룩하다면 이것을 이행하고 행사하는데 취해야 할 행위도 역시 거룩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혼배의 맹세는 가장 숭고하고 거기에 부하되는 권리와 의무는 가장 거룩한 것이다.

이 명세와 권리와 의무의 이행은 말할 수 없는 곤란을 내포하고 있다. 비록 천주께서 아담과 에와를 부부(夫婦)로 선언하고 축복한 바 있었어도 신랑 · 신부들이 자연의 충격을 따랐을 때 많은 경우에 있어 실패하였다는 것을 인류의 역사는 알고 있다. 물론 그 실패는 원죄(原罪)에 원인되는 것이긴 하지만 그리스도는 인간의 이러한 조건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구속사업에 의해 초자연적 생명을 가질 새로운 민족의 신랑과 신부를 위해 자연결혼의 계약을 혼배성사의 지위로 끌어올렸었다. 성세성사를 받은 자들의 혼배에 새로운 의의를 준 것이다.

이들이 혼배성사를 받음으로 혼배의 본연의 권리와 의무와 맹세에 초자연적 가치와 의의와 동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혼배는 그리스도안에 그리스도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며 이 새로운 신랑 · 신부는 자연인인 상대방에게 자기를 완전 희생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지체인 상대방을 위해서 자기를 완전히 희생하려는 것이다. 이들은 자연인인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도 때문에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들의 권리와 의무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서 더 명확히 된다.

사제들이 그리스도로부터 특수 사명을 받듯이 신랑 · 신부도 그리스도로부터 특수사명을 받고 이 사명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도움을 그로부터 받는 것이다.

『대저 너희들은 이전에 있어서는 암흑이엇었으나 지금에는 주 안에 있어 광명이니라. (이에) 너희는 광명의 자식 다웁게 거닐을 지니라…. 아내된 자는 그 장부에게 순종하기를 주에게와 같이 할지니 대저 장부는 아내의 머리로서 마치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되심 같으니라… 장부된 자들아 너희는 너희 아내 사랑하기를 마치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사 그를 위하여 당신을 희생하셨음과 같이 할지니라』 (에페소서 5, 8, 21-23, 25)

혼배성사는 신랑과 신부에게 그들이 이미 소유하는 총애생명(=상존성총)을 더하게 하고 그들이 「한몸」을 이루고 혼배에 부수되는 모든 권리와 의무를 수행함에 필요한 성총을 주는 것이다. 혼배성사의 은혜는 동일한 부부가 함께 생존하는 한 계쏙되는 것이다.

혼배성사는 계약의 형식으로 집행된다. 영세한 두 사람(남녀)이 혼배의 맹세를 교환할 때 혼배성사가 성립된다. 혼배계약과 혼배성사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혼배할 의사를 자유로히 교환했으면 그 신랑 신부는 혼배성사 받을 원의를 동시에 가졋던 것이 된다.

『여기 금반지가 있다 하자, 어디서 어디까지는 반지고 어디서 어이까지는 금이라고 할 수 없다. 반지 자체가 금이다. 이와같이 계약자체가 성사이다』 (尹亨重 著 『詳解天主敎要理』 下 418頁). 그러므로 혼배성사는 받지 않고 혼배만 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혼배성사는 혼배당사자 즉 신랑 신부에 의해 집행된다. 혼배성사에 신부나 주교가 있어야 하는 것은 그들이 성사집행자로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법정사례자(法定司禮者)로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요한 혼배성사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교회법에 정해진 형식(FORMA)를 지켜야 한다. 그것은 혼배성사를 받을 수 있는 신랑과 신부가 그들의 교구장이나 본당신부나 이 둘중 하나에게서 그 혼배에 법정 사례자가 될 위임을 받은 신부 앞에서 두 증인의 입증하에 자유로운 의사에서 혼배의 맹세를 교환하는 것이다. 혼배의 법정사례권이 없는 신부한테서 혼배를 하였다면 비록 그 혼배가 교회안에서 혼배미사와 더불어 거행되었다 하더라도 무효혼배이다.

또 유요한 혼배성사가 되기 위해서는 두 증인이 필요하다. 증인 없이 거행된 혼배도 역시 무효혼배가 된다. 그리고 무효혼배는 혼배가 아니기 때문에 성사도 아니다. 무효혼배는 교회법에 의해 유효하게 만들수도 있고 교회로부터 무효혼배의 선언을 받고 부부생활을 그만둘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