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地巡禮(성지순례)] (6) 가는 곳마다 敬神運動(경신운동)
到處엔 「모사익」 터 있고…
발행일1963-03-10 [제366호, 3면]
「천주경」 경당에서 떠나 「주울으셨다」는 경당에 왔다. 루가복음 19장41절 『이에 가까이 오사 도성을 바라보시고 울으시며 이르시되』 하신 그 자리다. 거기도 조그마한 경당이 있고 제대를 꾸몄는데 제대에서 바라보니 「예루살렘」과 특히 성전 지었던 터가 잘 보인다.
역시 경당은 십자형으로 지었고 바닥 군대군대 「모사익」터가 남았고 마당에까지 모사이터가 남은 것을 보아 회회교도들이 파괴하기 전은 얼마나 더 크고 아름다웠던 성당이었던가를 말해주는 것 같다.
마당에는 겨자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크기는 두 길 이상 됨직하고 나무 둥치와 가지를 보아 일년초같지 않게 보인다. 꽃은 누른 빛이요 분꽃같이 생겼다. 씨는 담배씨보다 더 적어 씨라기보다 굵은 먼지같다. 1년초라 오라잖아 죽을 나무라 그런지 점잖은 어른들도 씨를 따고 잎을 따고 가지를 꺾기에 나도 씨도 따고 잎도 따서 호주머니에 간직했다. 오후 고단한 것도 잊어버리고 예수님 탄생하신 「베틀레헴」으로 차를 몰았다. 도중, 차가 멎기에 웬일인가 했더니 라켈의 무덤을 보고 가자는 것이다.
길 옆 가까이 있었는데 한길이 넘는 높이와 두 방이나 되어 보이는 큰 바위다. 라켈이라면 야곱의 열두 아들 중 요셉과 벤자멘의 어머니로서 야곱이 그넷 아내 중 제일 사랑하던 아내다. 그녀를 아내로 얻기 위해 전후 14년간 장인인 라반집에 머슴사리를 했던 것이다.
신약에도 마두복음 2장18절에 『라마에 소리가 들리고 대성통곡 함이 많으며 라켈이 그 자식을 인하야 울며 위로함을 마다하니 다 없어진 연고라』라고 적혀있는 그 라켈이다.
「베틀레헴」은 유다고을이요 유다는 라켈의 언니되는 리아한테서 난 야곱의 아들이라면 『리아가 울며 통곡할 것이라』해야 옳았을 것이로되 『라켈이 통곡할 것이라』함은 라켈의 무덤이 「베틀레헴」 가까이 있고 「베틀레헴」의 영해들이 영해 예수를 죽이려는 헤로데의 잔악한 칼아래 무참히도 쓰러질 것을 미리 알았으니, 예레미아 선지자는 라켈이 통곡하겠다고 예언하셨는가 보다.
「베틀레헴」에 도착하자 먼저 목동들이 양을 지키던 곳으로 갔다. 우리 일행이 갈 것을 미리 알았음인지 성당 종을 울렸다. 성당에 들어가 「아데스떼·피델레스」를 소리높여 부르고 목동들의 굴을 찾았다. 널찍하고 깊숙한 굴이었다.
상당수의 사람과 양들이 우로(雨露)를 피할 만하다. 거기서 몇 백 미터 안 되는 곳에 _이 그 시어머니 노애미를 봉양하기 위하여 밑이삭을 줍다가 인연이 되어 보오즈의 아내가 되고 마침내 「메시아」의 조상이 된 밭이 있었는데 그다지 크지도 않고 또 기름지지도 않았다.
이런 곳 쯤이야 그냥 지나가도 될법한데 열을 지어가는 차를 멈추고 그 밭에 내려가 돌을 주어 가는 어른들이 계셨는데 단체 행동을 하는 마당에, 필요없는 자기 일 개인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차를 멈춰 가면서 남에게 불편을 주는 일은 삼가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밭이 정말 _의 밭인지도 의문이거니와 설사 _의 밭이라해도 _은 수천년 전 사람이니 풍우에 시달리고 주인이 가라든 오늘 그 밭의 돌이 무슨 두드러진 기념이 될 것이기에 수다한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인가. 물론 그 본인은 아무 생각 없이 한 일이겠지만 남에게는 역시 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조그마한 일의 부주의로 지위 높으신 분들은 인격에까지도 손상을 입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보면 사람은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처신하기가 괴로울 것이다. 그런데 무엇때메 사람들은 지위를 좋아하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감투를 탐내어 그것 때문에 불의와 부정을 저질러 나라를 망치러드는지! 생각할수록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아마 이것은 젖을 _고 자라난 아해가 밥을 먹기 시작하면 먹는 것에 아귀처럼 날려들듯 이 백성들은 이조(李朝)학정에 오래도록 짓눌렸고 왜정치하 정권이란 냄새도 맡아보지 못했던 까닭에 굶주린 쇠파리가 썩은 고기에 모여들듯 권력에 연연(戀戀)하는 것인지 실로 눈물겨운 불쌍한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