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探訪(탐방)] ② 聖(성)바오로會(회) 말첼루니노 神父(신부)
발행일1962-08-19 [제339호, 3면]
『잠간 실례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외국인 신부이지만 조금도 서먹감을 주지 앟는다.
마음의 창이 활짝 열린듯한 쾌활한 인상을 주는 신부로 누구라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활달한 분이라 할 수 있다. 약1년전에 내한 세계적으로 뻗어가는 성바오로수도회의 사업으로 한국에도 처음으로 지부를 설치할 중요임무를 띠고 이태리에서 직접 오게 되었다.
『그동안 준비기간이 너무 길었어요. 올가을부터는 본격적으로 일에 착수할 생각입니다. 우선 미아리에 수도원과 인쇄공장의 일부터 해야 하겠읍니다.』
모든 구체적인 준비가 다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금년에 꼭 60이 되는 노안(老顔)의 「말체루니노」 신부는 위장관계의 병으로 여덟번이나 수술을 받으신 분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많이 인간의 고통을 생각하고 또한 고통의 의의를 알아내는데 성공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북이태리 「도리노」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신부는 즐거운 많은 추억을 안은채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즉 이태리와는 기약없는 이별을 고하면서.
신부는 인생을 어떤 편견된 입장에서 단정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제까지 걸어오는 인생 속에 분명히 있는 것 같았다.
머리는 약간 곱슬, 눈은 나이에서 오는 피로감 같은 것은 조금도 나타내지 않았고 매우 다정다감한 얼굴표정이다.
인생은 어디까지나 싸움의 연속입니다. 이 싸움에서 이겨야 하지 않겠어요. 고통이 있으면 천주께서는 고통 뒤에 무엇을 나에게 주시려나 하고 찾아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디마디 듣고 그져 넘겨버리기엔 아쉬운 인생의 금언(金言) 같은 것이 마치 신부 자신의 생활에서 얻어진 산지식 같이 쉽게 토해낸다.
그러면서도 신부의 표정은 지나치게 심각하거나 딱닥함이 없다.
직업을 막론하고 또한 인종을 초월하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벗이 될 수 있고 또 누구와도 친절히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모나지 않고 정 많은 신부라 할 수 있겠다.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말해주십니요』
『놀랐읍니다. 참으로 한국인은 끈기있는 백성입니다. 좀처럼 절망을 모르고 어떤 역경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려는 무서운 힘이 있는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읍니다.』
한국의 국화(國花)로 무궁화 이야기를 했더니 현재 한국말을 배우고 계신 신부는 곧 사전을 뒤져서 무궁이라는 뜻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부는 언젠가 한번 그 무궁화를 꼭 구경시켜 달라고 하신다. 취미는 옛날에는 등산이였으나 이제는 몸이 약해져서 할 수 없게 되었고 시간있는대로 성서를 읽는데 불란서어 라틴어 이태리어 영어로 된 성서를 번갈아 가면서 읽는다는 것.
「스포오츠」 구경은 매우 즐기고 있기 때문에 기회 있으면 놓치지 않고 본다는 정도. 항상 일하는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다고 잊지않고 덧부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