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空想(공상)
발행일1962-09-16 [제343호, 2면]
지난 5월 내가 진해시에서 교리강좌를 할 때다. 어떤 남자회장이 내게 『신부님은 한해가 지날때마다 더 젊어지셨으면 좋겠읍다』라고 말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였는지 모르겠으나 여하간 공상치고는 달콤한 공상이다. 이 달콤한 공상을 한번 따라가보자.
20세때까지만 젊어지자. 그러면 이제 나의 평생 소원인 「호교」를 목표로 공부를 시작하자. 지식의 관문은 어학이다. 「라딘」말은 물론이요 「그레시아」말 「헤브레아」말 독일어 불어 영어 등… 그리고 범어와 한문까지 통달하자.
철학으로 들어가기 전에 자연과학을 더듬어보자. 수학 · 물리 · 화학 · 천문지질학 · 생물학 · 고생물학 · 고고학 · 사학… 그리고 나서는 철학 · 성서학 · 신학
50세부터는 집필을 시작하여 저술에 전념한다.
그런데 말이 「공부」이고 말이 「저술」이지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 일은 어려울대로 어려운데다가 거기서 나오는 결과는 근소할 것이다. 내가 저술한 책이 몇권이나 나갈 것이며 또 나가서는 무슨 효과를 낼 것이냐.
이 아까운 세월을 달리 이용하자. 사반공배(事半功倍)란 말이 있다. 일에 비겨 거기서 나오는 효과는 크다는 뜻이다. 그런것이 무엇일가? 아무리 생각하여 보아도 구독자들을 위한 「교리강좌」를 당할 것이 없다.
영혼 하나의 가치만 하여도 얼마는 큰 것인가! 지금 가톨릭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내가 「미리내」로 전근되기 전과 같은지는 모르겠다. 그때는 매 교리강좌에 비가톨릭 젊은 남녀 지식인 1천여명이 모여 들었다. 신문지에 한번 내는 광고를 보고서… 그 추세대로 지금까지 나왔다면 약 2만명 젊은 남녀들에게 진리의 씨앗이 뿌려졌으리라.
이제는 그때처럼 일요강좌 토요강좌로 나가지 말고 매일 교리 강의를 하여보자. 1일부터 15일까지 그리고 16일부터 그믐까지 이렇게 매월 두 강좌를 열어보자. 매 강좌에 줄잡아도 7백명은 모이리라. 한달에 그러면 1천4백명 1년이면 1만6천8백명- 계산의 편의상 1년에 1만명만 잡자. 40년이면 40만명이다.
가만있자. 이것은 20세에서 60세에 이르는 40년만 계산한 것이지 그보다 먼저 60세에서 20세로 내려가는 40년이 들어있지 않다. 모두 합하면 80년에 80만명이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아무것도 아니다. 80년 동안이면 우리나라 인구의 자연증가 수효는 2천만명에 육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세입교자가 많이 생긴다고 자만하다가는 마귀의 암계에 걸리기 쉬우리라. 작1년동안 서울시에 영세입교자는 6·7천명은 되리라. 그런데 역시 작1년동안 서울시 인구의 자연증가 수효는 9만3천3백명을 돌파했다.
어디 비교나 되느냐. 전교가 잘되는 기간도 한도가 있다. 어느 고비를 넘어서면 다른 현상이 나타나리라는 것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즉 한국 주교회의는 약 5년전쯤 전국을 통한 신자배가운동을 조직적으로 펼쳤어야 되었을 것이다. 이런 운동으로 말미암아 영세입교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중시하지만, 이런 운동으로 말미암아 일반신자들의 교리지식이 증진되고 또 외교인들에게 전교해야 된다는 사상이 깊이 박히리니 이것도 중요한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