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서 작품 활동 중인 하삼두 화백. 하삼두 화백 제공
그리스도교에서 ‘40’은 하나의 전환 기간을 의미한다. 모세와 함께 이집트를 빠져나온 이스라엘 민족은 가나안 땅 경계에 다다를 때까지 광야에서 40년을 보냈다. 그리스도께서는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며 악마의 유혹을 받으셨고, 부활 후 40일 만에 승천하셨다.
여백의 미학으로 일상과 삶에 대한 사유를 기록해온 한국화가 하삼두 화백(스테파노·대구가톨릭대학교 유스티노자유대학원 외래교수). 작품활동 40년을 맞은 그가 ‘세월에 대한 경과보고’의 의미로 이번에 두 가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수더분하고 편안한 미술 이야기를 선사하는 에세이, 그리고 4월 26일부터 여는 전시회를 통해서다.
이번에 발간된 에세이 「여백에 머물다」(224쪽/1만6000원/들숨날숨)는 하 화백의 근작 48점과 짧은 시가 어우러진 일상 기록이다.
“여백은 비어 있는 화면이지만, 묘사를 생략한 연장 공간입니다. 형태의 지속성이 설계된 비움인 것입니다. 그래서 여백은 표현된 형상보다 더 의미 있는 공간이 됩니다.”
경남 밀양시 삼랑진에서 자연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하 화백은 이번 책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독자를 먹 냄새와 땀 냄새 가득한 작업장으로 초대한다. 제작노트와 미술담론, 표현과정을 한데 묶은 이 책은 특별히 작가의 붓그림 비법이 공개돼 미술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표현기법 노하우를 풀어놓는다.
작품활동 40년을 기념하는 하 화백의 개인전은 4월 26일에서 5월 1일까지 부산 금련산갤러리에서 ‘흩날림의 기억’을 주제로 열린다. 주제에 등장하는 ‘흩날림’에 대해 하 화백은 “존재가 남긴 생명의 추임새”라고 소개한다.
“흩날림이란, 사건은 사라지고 기운으로 남은 최소단위의 개념입니다. 대상과 결합된 기억을 수묵효과라는 심상의 등가물로 재해석하려 시도했습니다.”
이번 개인전에는 총 30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60~120호의 대작도 5점 포함된다. 에세이 「여백에 머물다」와 관련한 ‘작가와의 대화’도 계획하고 있다.
※문의 051-645-3900 부산 금련산갤러리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