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③ 어느 마을의 개똥벌레
발행일1962-10-07 [제345호, 4면]
어느마을에 한 훌륭한 간호부가 살고 있었읍니다. 그는 자기 본당을 꾸미는 것을 무척 좋아하였읍니다.
하루밤은 깜박깜박하는 성체 불의 기름을 갈아 넣고자 하였으나 한 방울도 없었읍니가. 그 조그마한 마을에서는 도저히 기름을 구할 도리가 없었읍니다. 이 귀중한 기름을 대용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하고 그는 초조한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었읍니다 걱정하다 못해 그는 본당 신부님을 찾아가서 사정 이야기를 했읍니다.
신부님이 머리를 기웃둥하고 곰곰히 생각할 무렵 갑자기 그들 주위를 끈기있게 날기 시작하는 큰 벌레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읍니다. 바쁘신 신부님은 간호부가 들어와서 읽기를 중단했던 경본 위를 이 벌레가 제멋대로 날라다니는 것을 내버려 두었읍니다. 벌레는 기쁜듯이 성경 구절을 오려내리더니 홀연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않고 그의 다리를 깨끗이 씻고서 「예수」라는 글자 위에 앉아 꼼짝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까? 간호부는 이 이상한 요술쟁이를 흥미있게 바라보았읍니다. 돌연히 신부님과 간호부는 고개를 들었읍니다. 예지의 빛이 그들의 눈동자를 스쳤읍니다. 『신부님 이것은 개똥벌레예요』라고 간호부는 말했읍니다. 『그래 그것들이 매일 저녁 와서 경본책을 밝혀주니 잠시동안 촛불처럼 되』
『신부님 그것은 할 수 있어요…』 『그내 나도 너처럼 생각해. 그 벌레는 떨어진 기름을 대신할 수 있어. 물론 하나만이 아니고 여럿이 모이면 말이야. 그런데 그 나르는 놈을 어떻게 많이 잡을 수 있지?』 『신부님도 저도 물론 잡을 수 없어요. 그러나 여기 아이들 셋이 있어요. 그애들 아시잖아요 신부님! 우리가 부탁하면 그 애들은 이젠 나비 잡으로 가지 않고 나비잡는 재주로 개똥벌레를 잡아올 것입니다. 그 애들이 잡아오면 그것을 유리병에 넣어가지고 제대 앞에 두면 되잖아요?』하고 간호부는 웃으면서 대답하였읍니다.
『멋지다』하고 신부님은 소리쳤읍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아시씨의 방지거 성인도 이보다 더 훌륭한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실거야. 그이와같이 우리도 「오! 우리자매인 개똥벌레여 감실을 밝히고 비할 수 없는 사랑의 수인(囚人) 옆에서 웽웽 소리 내면서 죽어가는 것은 너희들에게 얼마나 큰 영광인고」하고 우리는 이 빛을 내는 적은 벌레에게 말할 수 있잖아』하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