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起俊 神父님의 金慶祝을 맞이하여 / 曺元煥(서울대교구 전교총회장)
聖德 길이 빛나길
금년 5월17일은 서울교구 도마.이(李起俊) 신부님이 사제 승품 50주년인 금경축이다. 한국인 사제로서 금경축을 맞이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처음으로 금경축을 맞이하신 분은 황해도 감목대리로 계시던 고 베드루.김(金命濟) 신부님이시다.
사제승품 50년을 채운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러므로 이.도마신부님의 금경축은 다만 서울대교구의 경사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축하해야할 희귀한 경사이다.
그러나 李 도마신부님이 사제승품 후 50년을 채우셨다해서 또 80 고령의 장수를 하셨다 해서 그 년수만 가지고 축하하는 것이 아니고, 이 신부님이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사제직을 받으신 후 반세기 동안 시종여일 그리스도의 사제로서 착한 목자로서 성직자 사회에서도 모범이 되어주시고 따라서 우리 한국교회 발전에 큰 공헌이 있으신 것을 축하하는 바이다.
나는 적어도 최근 이십년동안 이신부님을 가까이하여 그 지도를 받고 그 성덕을 사모한터이라 그런 연고가 있다해서 가톨릭시보사에서는 나에게 이신부님의 금경축에 대하여 소감을 써달라고 부탁한듯하다.
그러나 나는 李신부님이 전교생활을 하시는 동안에 복사나 회장이 되어 주야로 모시고 있찌 않았으므로 그 거룩한 생애를 자세히 소개할 재료가 적다.
신부님은 대단히 근엄하신 분이시다. 농담이나 잡담으로 시간을 낭비하시는 일이 없다. 친근한 사람이나 서투른 사람이나 다온후한 모습으로 대하시면서도 불필요한 농담이나 잡담을 아니하신다. 누구와 담화하시든지 상대자의 신앙을 돕는 말씀이 흘러나온다. 그 입에서는 언제든지 향기가 풍겨나온다. 신부님 앞에서는 특별한 총애를 받기 위하여 아첨하는 사람이 생겨날 수 없다. 온후하고 초연한 그 앞에서는 자연히 옷깃을 여미고 존경하는 마음이 솟아오른다.
신부님은 기도하시는 분이다. 언제 찾아가든지 경본을 보시거나 묵주신공을 하고 계시다. 본당신부로 계실 때에도 성당에서 싱공하시는 시간이 많았다. 지금은 조그만 방에서 종일 기도로 시간을 보내신다. 마치 관상수도자의 생활과 같다. 특별히 성모 마리아를 독실히 공경하시고 사람을 만나시면 성모 공경을 강조하신다. 신부님을 뵈오면 보나벤뚜라 성인을 연상하게 된다.
신부님은 노쇠하신데다가 병환으로 인하여 몸을 잘 가누지 못하시면서 오늘까지 매일 아침에 미사 성제를 드리신다. 좁은 방에 침대를 놓고 침대 곁에 있는 궤짝 하나를 제대로 삼고 매일 아침 다섯시 반에 꼭꼭 미사를 드리신다. 물론 미사복사도 없다. 혼자 드리는 미사이다. 금구성인의 말씀과 같이 그 손이 성체를 만지는 영광을 포기할 수 없고 그 혀가 성혈에 젖는 영광을 포기할 수 없다는 열성으로 드리는 미사이다. 미사 봉헌 중에 졸도하거나 운명하는 것을 각오하고 드리는 미사이다.
영원한 사제 성주 예수님이 이 미사중에 강림하시면서 얼마나 만족해 하시랴.
신부님은 지금도 고명을 들으신다. 본당을 가지지 않고 노환으로 휴양하고 계시는 신부님이 고명을 들으실 의무는 없다. 그러나 신부님의 성덕을 알고 고명하고저 찾아오는 사람을 다 받아들이신다.
마치 착한 아비가 회개하여 돌아오는 탕자를 환영하듯 성직자의 모범이 되어 계시다.
주교님은 신부님의 건강을 걱정하시어서 고명을 듣지 않도록 원하신다하나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고명을 많이 들으시는 모양이다. 신부님이 지방 본당에 계실 때에는 다른 본당 교우들이 오십리나 백리의 먼 곳에서 고명하러 모여들었다 한다.
신부님의 얼굴을 바라볼 때에는 요안 비안네 성인을 연상하게 된다.
신부님은 극기와 청빈에 철저하시다. 음식물에 대하여 아무런 요구도 없으시다 한다. 노환으로 휴양 중에 계시니 때로는 생각나시는 음식물도 있으련만 도무지 아무런 요구도 없으시다 한다. 그래서 음식을 공궤하는 사람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한다. 신부님의 수중에는 용돈이 없다. 본당이 없으니 용돈이 있을 리 없다. 때로는 외국에서 오는 미사 예물이 있으나 이것도 미사한대에 1백30원이라 하니 무슨 용돈이 되랴. 그나마도 곤궁한 사람이 오면 있는대로 애긍하신다 한다. 신부님이야말로 수도자의 복음삼덕을 철저히 닦으시는 분이다.
신부님은 남의 결점을 말하지 않으신다. 세상이 다 아는 악인의 이야기를 들어도 괘씸하다는 표정이 없고 그저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표정이다. 남을 판단하면 자기도 판단함을 받으리라는 성주 예수님의 교훈을 그대로 실행하시는 분이다. 혹시 사람이 신부님의 성덕을 칭찬하면 즉시 화제를 돌려 그 칭찬하는 말을 막으신다. 그 앞에서는 자연히 머리가 수겨지고 반성 자책하는 정이 움직여진다.
성직자는 신비의 관리자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그리스도의 교회를 맡아 지도하고 다스리는 존엄한 지위이다. 그리스도께서 받아맡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성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성직을 불행하는 성직자를 대하면 우리의 영혼은 그 성직자에게 쏠려들어 가는 것이다.
성직자에게는 웅변이나 재간보다 성덕이 절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직자의 수효보다 성인 신부를 열망하는 것이다. 비오 12세의 말씀에도 『사제는 만덕을 갖추 깨끗한 생활의 모범을 사람에게 뵈어주어야 하느니 사제의 언행은 세속사람보다 초월하여 하늘의 천신과 땅의 완덕인과 같아야 하느니라』(비오 12세 MENTINOSTRAE)하였다. 소화데레사 성녀가 일생에 성직자의 성화를 위하여 기도하셨고 우리가 미사 중에 성혈거양 때 특히 첫 첨례 5미사에 열심으로 기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교회의 발전이 온전히 성직자의 성덕여하에 달렸기 때문이다.
李 신부님은 눈에 뜨이는 큰 병원이나 학교를 건설하신 일은 없다. 그러나 그 성덕이 만인을 감화시켰다.
그래서 우리는 李신부님의 금경축을 충심으로 축하하는 동시에 李신부님께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李 도마신부님을 위하여 주께 비오니 신형이 강태케하시며 덕화가 날로 융성케하소서 아멘.』
曺元煥(서울대교구 전교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