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운동이 한국에서도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가난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도 남과 같이 부유하고 싶은 것도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부강하여지느냐? 하는 것이 항상 문제의 촛점이 되는 것이다.
무릇 부유하게 되는데는 여러가지 길이 있다. 그러나 부유하게된다는 것은 먼저 국민이 부유하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부유하게 되는 길은 무엇이냐? 국민 각자가 수입을 많이 하고 지출을 적게 하는 길 밖에 없다.
전자는 적극적 방법이오 후자는 소극적 방법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한편 5개년 계획을 세워 추진중에 있고 다른편 협동조합운동을 전개하고 있지 아니 하냐?
그런데 이 모든 운동의 목적은 우리가 남과 같이 뷰유하게 되어 보자는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먼저 필요한 것은 국민 각자의 각성과 실천이다. 국민이 가만히 있는데 목적이 스스로 달성될 이치가 어디 있겠느냐?
신용조합의 첫째 계단은 그러므로 서로가 잘 알고 믿을 수 있는 사람끼리 자발적으로 모여서 이 운동에 대한 각오와 방법을 정하는 것이다. 오늘날까지 우리들은 많은 운동을 하여왔다. 그러나 자발적이 아닌 것은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다.
신용조합의 둘째 단계는 저축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누가 말하기를 우리와 같이 가난한 사람들이 무슨 여유가 있어서 저축을 할 수 있겠느냐?
하루 하루의 생활에 급급한 형편으로서 저축을 하다니?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 운동은 불가능한 운동이라고 한다. 그렇다 우리와 같이 가난한 사람이 어디 또 있을가? 정말 하루에 세끼니를 이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대로 지나간다면 우리는 영영 이 꼴을 면하지 못할 것이 아니냐? 호박이 담너머로 떨어져 구울러 올 것을 기다리잔 말인가. 세상에 부자가 스스로 되는 일이 어디 있느냐?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저축을 하잔 말이다. 한푼 두푼도 좋다. 그렇다 한푼 두푼이 가장 좋다. 예를 들어 담배와 술을 절약하여 한달에 다만 10원이라도 좋다. 남보다 한시간 더 노동을 하여 다만 5원이라도 좋다.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잔 말이다. 가난하니까 모아야 하지 않겠나? 모아냐 남는 것이 있지 않겠나? 일시에 많은 돈을 모르아는 것이 결코 아니다. 보일락 말락 하는 돈을 오래도록 꾸준히 모우자는 것이다.
조만(早晩)은 있을지라도 부를 이룩하는 길은 이 길 뿐이다. 누가 이밖에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느냐? 온 천하에 다만 한 사람이라도 있느냐?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 신용조합은 완전한 자유의사로 자기이 저축을 자기가 하는 것이다. 액수의 다과도 물론 자기가 정하는 것이다.
신용조합의 셋째 단계는 여신운동(與信運動)을 인격본위로 실천하는 것이다. 가장 민주적인 정관(定款)에 의하여 가장 민주적인 조직에 의하여 그리고 가장 민주적인 방법에 의하여 조합원이 필요한 때에 그에게 매우 저리로 대부하여 주는 것이다.
상호부조의 정신에 입각하되 의뢰심을 조장시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어디까지나 이것은 여신운동이기 때문이다.
우방의 많은 원조가 우리의 의뢰심을 조장시키는 일이 있다면 우리는 정신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는 것이 아니겠느냐? 돈이란 필요할 때에 사용하는 것이 돈이다. 그 정성어린 아까운 돈을 사장(死藏)할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
그러므로 우리의 운동은 여신운동이다. 우리의 능력(能力) 한계 내에서 하는 여신운동이다. 누가 비웃으며 말하기를 국가가 수백억 돈을 방출하더라도 국민의 수요를 채우지 못하거던 하물며 기만 기십만의 돈으로 무슨 효과를 나타낼 것인가고 한다.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으로 관점이 다르다.
국가가 융자한다는 것은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국민으로 보아서는 그것은 부채가 된다. 많으면 많을수록 채무가 많아진다. 그러나 우리의 여신운동은 우리의 돈을 우리가 쓰는 것이다. 조합으로 보아서 채무가 아니다. 조합원으로 보아서도 자기 돈을 자기가 쓰는 것이다. 감사하는 뜻으로 가장 저율(月一분五厘)의 이식을 내는 것이다. 이식도 연말이면 자기에게 배당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조합원이 만일 대부받은 돈을 자기가 정한 기일에 반잡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 하는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일이 없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없다. 50여개국 2백50만이 같은 이상으로 실천하는 운동이지마는 아직 이때문에 실패한 일은 없다. 그것은 신용조합의 준비운동이 철저한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조합원이 되기 전에 반드시 10시간 강습을 받아야 하는 것이오 정신적인 교도운동을 철저히 여행(勵行)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 운동은 하나의 정신운동인 동시에 재건운동이다. 알기 쉽게 말하면 협동조합이 생산조합 소비조합 신용조합의 세가지를 포함한다면 이 운동은 그중의 하나인 것이다.
우리는 자본금이 없으니까 첫째 신용조합운동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스스로 부자가 되리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아니 하다면 모두가 자발적으로 이 운동이 우리나라에 필요하다 뿐이겠느냐? 방방곡곡에서 일어나기를 갈망하고 있다.
李孝祥(대구 대명동신용조합 창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