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에 크게 「클로즈·업」 된 종도 베드루를 다른 모든 것에서 차단하면서 무겁게 내려진 검은 장막의 한 틈으로 저 멀리 보이는 빛나는 영광의 천사와 수난의 쓴 잔이 한대 얽힌 부조화의 세계를 등 뒤에 둔 채, 두 손 모아 저 먼 하늘을 우러러, 홀로 성부께 기구하듯, 주어진 사명을 재인식하듯, 우주적인 슬픔에 잠긴 베드루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베드루의 눈물」은 널리 알려진 엘.그레코의 만년의 걸작품들 중의 하나이다. 엘.그레코는 여기서 화면의 중심축을 중앙에서 좌우로 기울어지게 이동시킴으로써(중심축은 기울어진 베드루의 머리에서 합장한 두 손 사이를 지나 오른편 열쇠에로 이어지고 이것은 장막의 왼편 모서리에서 베드루의 오른편 팔꿈치를 지나 흘러내리는 또 하나의 경사진 평행선으로 강조되고 있다.)
전면에 불안과 비애의 감정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베드루의 슬픔을 단순히 이런 불안과 비애의 감정으로 나타내는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작고 긴 머리를 가볍게 받치고 있는 베드루의 상체를 육중한 「피라밑」처럼 우뚝 세우고 이 고양된 분위기를 합장한 베드루의 치켜든 팔가짐에서 되풀이 함으로써 슬픔의 감정을 베드루의 시선을 따라 저멀리 하늘 위로 이끌어 올리고 있다. 이 승화된 초자연적인 슬픔의 감정의 표현은 그대로 작가 엘.그레코의 신앙고백이기도 하다.
그리샤의 「크레타」섬에서 태어난 이색적인 스페인의 화가 엘.그레코(EL GRECO 본명 DOMENICOS THEOTOCOPOULOS 1541?-1614)는 서양미술 사상 마니리스무스 후기의 가장 독창적인 종교화가 초상화가이며 또 미술사상 가장 뛰어난 색채화가의 한 사람이다. 티찌아노 틴톨레토 미켈란젤로의 감화를 주로 받은 그는 맴도는 율동적인 구도와 화려하면서도 신비로운 색채로 홤녀을 가득채우고 또 비젠틴 시대의 종교적 예술적 분위기를 바탕으로 하는 가늘고 긴 인물들은 모두 과장되었을만큼 폭넓고 깊은 감정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이 「베드루의 눈물」에서 『성부여 너 만일 하고저 하시면 이 잔을 내게서 멀리하소서 그러나 내 원의대로 말으시고 오직 네 의향대로 되어지이다』하신 「제세마니」에서의 예수의 외침을 들을 것이다. 베드루의 눈물은 작가 엘.그레코의 눈물이고 신앙 고백인 동시에 우리들 모두의 기구의 표적이겠기 때문이다.
解說 劉槿俊(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