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중 포도주를 축성할 때 사제는 『이것은 곧 내 피의 잔이라. 이는 새로 맺은 영원한 언약의 피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최후의 만찬 때에 이와 똑 같은 말씀을 하셨읍니다. 즉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릴 바 내 피로써 세운 신약(계약)이니라』 우리가 천주님과 그 백성의 관계 즉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관계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 「계약」이 어떠한 계약인지를 잘 알아야 하겠읍니다.
성경말씀을 따라서 천주님과 그의 백성과 맺은 계약은 「혼인계약」이며 천주께서는 신랑이시고 그 백성은 신부가 되는 것입니다.
특별히 『아사야서』(書) 『예레미아서』 『에서키엘서』 『오세아서』의 저자들은 이스라엘이 천주님의 불충실한 배필(配匹)이 된 것을 가르치는 선지자들입니다. 구약시대에 천주님과 그의 백성과의 혼약(婚約)은 불완전한 계약이었는데 신약시대에 와서 그리스도와 그의 교회의 혼약은 끝없고 완전한 혼약의 예언인 것입니다. 전자인 구약의 혼약은 친교(親交) 없는 두려움 속에서 맺는 계약이었고 후자인 신약의 새 혼약은 아주 친밀하고 사랑스러운 혼약이 있읍니다.
예수께서 마지막 날 저녁 잔치때에 하신 말씀을 보면 쉽게 잘 알아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즉 『너희가 서로 사랑하기를 나 너희를 사랑함 같이 하라. 이는 내 계명을 위하여 자기 생명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도 만일 나 너희게 명한바를 행하면 나의 벗이 되나니라. 이 후는 나 너희를 「종이라 일컫지 아니하리니」 대저 종은 그 상전이 하는 바를 알지 못함이요. 나 너희를 「벗이라 일컫노니」 대저 내가 내 성부께 들은 바 모든 것을 너희게 하였음일새니라(성 요왕 15,12-15)고 예수께서는 말씀하셨읍니다.
천주님과 인류와의 완전한 결혼관계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셨던 첫번 성탄날에 시작됐던 것입니다.
바로 그 날에 구세주로 하여금 천주성과 인성이 『다시 이혼할 수 없이』 다시 말해서 『서로 갈라질 수 없이』 완전하게 결합되었읍니다. 실로 그때부터 천주님과 인류는 『둘이 아니요 한 몸이라』고 할 수 있게 되었읍니다.
신학자 「칼 아담」(KARL ADAM)은 혼배성사에 대하여 『그리스도교의 근본적 신비가 즉 한 몸이 된 그리스도와 교회의 결혼관계는 둘이 한 몸으로써 각 혼배성사때에 새롭게 실현디는 것이다. 그리스도 신자인 신랑과 신부가 결합되면 그리스도의 거룩한 인성과 그의 지체와의 결합은 새로운 현존이 이루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하였읍니다.
그래서 혼배때 성바오로께서는 부부들에게 혼배미사의 서간경에서 『아내된 자는 그 장부에게 순종하기를 주에게와 같이 할지니 대저 장부는 아내의 머리로서 마치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되심과 같으니라… 장부된 자들아 너희 아내 사랑하기를 마치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사 그를 위하여 당신을 희생하셨음과 같이 할지니라. …이는 신비니라 나는 그리스도와 및 교회의 관계에 비하여 이를 말하노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또한 교황 비오 12세 성하께서는 『신비체』란 회칙에서 『십자가 위에서 흘리신 피로 말미암아 천상의 의노가 풀렸고 모든 천상의 은혜 특히 새롭고 영원한 계약의 영신적 성총이 우리 구세주의 샘으로부터 사람들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신자들의 구령을 위하여 흘러나오게 되었다 …이 십자가의 구속력으로 저들은 이미 그리스도의 가장 완전한 지배 밑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읍니다.
그러면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으심이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결혼이라면 그리스도 탄생은 그리스도와 우리 인류와의 약혼(約婚)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매년 성탄첨례를 맞이함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배필(配匹)이 된 교회의 신자인 우리들 각자는 과거에 아무리 불충실하게 일년을 지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충실하게 사랑하겠다고 다시한번 언약을 해야하겠읍니다.
사실로 장림때의 성탄준비는 우리의 신랑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랑이 먼저 들어가 기다리고 서있는 결혼식장에 한걸음 한걸음 들어가는 신부의 심정과 같은 심정으로 우리를 기다리시는 신랑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가까이 나아가게 되겠읍니다. 그리고 신부된 우리 교회의 예복이 이 세상에서는 완전히 아름답게 빛나지 못할지라도 이 세상 마지막 날 우리의 신랑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될 때에는 아름답고 찬란한 예복을 갖추고 있도록 우리는 지금 이 시각부터 힘을 씁시다.
宣 로벨도 神父(인천 답동본당 보좌 · 메리놀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