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어린 쌍둥이 전나무
발행일1962-12-09 [제354호, 4면]
산밑에 있는 넓은 숲속에 둥글게 모여있는 전나무들이 있었읍니다.
전나무도 사람처럼 역사를 가지고 있읍니다. 사철 푸르고 사철 옷을 입고 있으면서 다른나무들의 잎이 모두 떨어졌을 때는 그 뼈만 남아 있는 앙상한 모양을 보고 비웃기도 합니다.
소나무도 있고 전나무도 있읍니다.
이것은 비록 같은 종류에 속하고 이름도 비슷하지만 한 집안이 아닙니다.
소나무는 매우 높고 우뚝 솟아 있읍니다. 그것은 산의 왕입니다. 그는 돛대처럼 꼿꼿합니다. 소나무는 대성당의 종각처럼 하늘을 향하여 올라갑니다.
아이들이 그의 발 옆에 서 있을 때 아주 작게 보입니다.
소나무와 전나무는 같은 종족이나 그러나 같은 집안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이웃친구는 여러분의 형제가 아닙니다. 그들은 그러나 여러분과 같이 한국어린이입니다.
그러면 전나무는 소나무의 사촌이라고 해둡시다.
그것은 소나무보다 크지 않고 그 가지는 제법 규칙적이요 팔을 벌리고 있는 것 같읍니다. 그것을 잘 쳐다 보세요. 전나무는 땅에 뿌리를 깊이 박고있읍니다. 그것은 넓은 하늘에 한 가정처럼 모여서 살고 있읍니다.
너무나 비슷해서 서로 분간할 수 없는 적은 두 전나무가 있었읍니다. 그것은 아주 작았읍니다. 이 쌍둥이 전나무는 언제나 꼭같이 아름답게 자라났읍니다.
이들은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다정한 작은형제였읍니다. 이 두 나무는 나란히 쾌활하게 장난꾸러기처럼 서 있었읍니다. 그들은 춤출 때 손을 서로 맞잡는 아이들처럼 가지끝이 서로 닿을 때도 있읍니다. 가끔 서로 몸을 갸웃뚱하기도 합니다.
비밀을 속삭이려고 그러는가봐요. 모든 산이 감동하여 이 작은 쌍둥이나무가 장래 무엇이 되겠는가를 물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전나무 운명이 같이 아니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나자마자 죽는 것도 있고 항상 산에만 남아있는 것도 있읍니다. 어떤 것은 석가래가 되기도 하고 그것으로 배와 제대와 널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것은 아름다운 가구를 만들며 크리스마스 「츄리」가 될 수도 있고 혹 구유 장식품으로 쓰일 수도 있읍니다.
산에 있는 이 쌍둥이는 어느날 겨울날 구유에 쓰이게 되었읍니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서로 이별하게 되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