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보라』 『이에 비라도가 예수를 잡아 편태하고, 군사들은 가시로 관을 걸어 예수 머리 우에 씨우며 또 홍포를 둘러 입히고, 예수 앞에 나아와 이르되 「유데아인의 왕이여 조배하나이다」하고 예수의 뺨을 치더라. 이에 비라도 다시 밖에로 나아와 유데아인들에게 이르되 「나 지금 저를 밖에로 너희 앞에 끌어냄은 너희로 하여금 나 저에게서 아무 죄목도 얻지 못함을 알게함이로라」. (이러므로 예수자관을 쓰고 홍포를 입고 나오시매) 비라도 저들에게 이르되 「이 사람을 보라」한대, 제관장과 관졸들이 예수를 보고 소리질러 이르되 「십자가에 못박으소서 저를 십자가에 못박으소서」 비라도 이르되 「너희들이 저를 대려다가 십자가에 못박으라 나는 저게서 아무 죄목에도 얻지 못하였노라」』(요왕 19장 1-6절)
사랑과 믿음에 주리시면서도 오직 성부의 원의를 이루시기 위해 홀로 이 괴로움과 외로움을 당하신 고민하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이처럼 처절하고 절실하게 그려내는데 성공한 작가는 드물다.
작가 루오는 여기서 그리스도의 승리의 고민과 동시에 인간의 잔인성이 곳곳에서 비져내는 온갖 비극과 모든 희생자들의 피어린 수난의 역사를 우리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루오(GEORGESROUAULT 1871…1958)는 「빠리」 태생인 프랑스의 화가이며 20세기의 대표적인 종교화가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종교에서만 취재한 것은 물론 아니고 곡예사 여자 얼굴 인물을 배치한 풍경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화면에도 언제나 심각한 종교감과 높고 엄숙한 정신이 어리어 있다. 무겁고 굵은 검은 선으로 둘러 싸인 순수한 적색 녹색 황색의 눈부심은 그의 그림의 특색이다. 루오는 이 「가시관」에서 외친다. 『이 사람을 보라』고. 작가는 여기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비라도와 바꾸어 생각한다. 예수를 잡아 편태하고 책형을 언도한 비라도 가시로 관을 걸어 씨우며 뺨을 치며 대막대로 머리를 때리며 그 얼굴에 춤뱉으며 『유태아인의 왕』이라 조롱하게 한 비라도야말로 루오 자신이며 우리 자신들이다.
우리는 루오의 떨리는 손으로 그려진 이 작은 그림에서 고민하는 그리스도의 일그러진 모습과 인간의 잔인성이 비져내는 피어린 수난의 역사를 본다. 그러나 가시관을 쓰신 그리스도의 입은 굳게 닫혀있고 그 눈은 성부의 영원한 세계를 직시하고 있다.
解說 劉槿俊(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