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동화]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 ⑥
호세.마리아.산체스실바 원작
발행일1963-06-30 [제381호, 4면]
아무도 말체리노가 하는 일에 화를 낼 수가 없었읍니다. 전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모두가 자기 애기처럼 생각했고 또 하는 짓이 하도 귀여워서 누구든지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었읍니다.
그 중에도 늙은 수사님은 「자장할버지」라 불리는 것이 좋왔읍니다. 이 수사님은 병으로 아무 일도 못하고 수도원의 여러분을 도와줄 수가 없을 뿐더러 신세만 지고 있어서 마치 자기는 예수님이나 종도들 가운데 유__같은 것이라고 스스로 괴롭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 수사님은 마치 성인같은 어른으로서 모두를 매우 중히 여길뿐 아니라 원장님도 여러 가지 일을 그와 의논하였읍니다.
예수님께 대한 애정이라든가 원장님 앞에서의 예의같은 것을 빼놓는다면 말체리노는 이 수도원 안에서 대장였읍니다.
가까운 마을에 나가는 일은 별로 없으나 그래도 수사들은 때때로 말체리노의 출생이나 고아가 된 까닭을 알 수 있을까하여 마을에 데리고 나가는 일도 있었읍니다.
거기만 가면 신기한 것을 보고 듣기 때문에 말체리노는 여간 좋아하지 않았읍니다.
그러나 소중한 양친이 어디의 누구인지 도저히 알 수 없고 알듯한 사람도 없었읍니다.
그래서 수사들은 드디어 아마 먼 동리의 어떤 사람이 그곳을 지나가다가 자기는 기를 수가 없어서 인정 많은 프랑치스고회 수사들같으면 꼭 길러주리라 믿고 버리고 갔을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읍니다.
말체리노는 수사들의 심부름을 하는 수도 있으나 대개는 혼자 놀았고 어떤 때는 멍하니 어린애다운 생각에 잠기곤 하였읍니다.
영세를 준 수사가 작은 딸따리 구루마를 만들어 준 것이 말체리노에게는 난생 처음인 훌륭한 작난감이였읍니다.
말체리노는 이 구루마를 가지고 어떤 때 자기 머리보다 더 큰 수박을 밭에서 실어 나르기도 하고 어떤때는 감자나 포도를 산더미처럼 실어 나르면서 열심히 수사님들을 도와주었읍니다.
그러나 말체리노의 참말 상대는 뭐니뭐니해도 동물들입니다.
말체리노에게 젖을 준 염소는 그 중에도 제일 마음에 들어서 말체리노는 염소를 보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일도 있었읍니다.
『병에 물을 넣어서 막아두었는데 개구리가 또 도망쳤지 뭐냐.』 그러면 염소 쪽에서도 그것 참 이상한데요. 어찌된 셈일까요. 라고 말하듯 모가지를 기웃퉁 하였읍니다.
그동안 수도원의 작은 야채밭에도 돌담이 둘러졌읍니다.
말체리노는 이 돌담 곁에서 한참동안 정신없이 은빛나는 도마뱀을 쫓기도 하고 햇볕에 번쩍번쩍 빛나면서 꿈틀거리는 그 도마뱀을 열심히 들여다보기도 했읍니다.
다섯살이라면 한창 개구쟁이 때라 늘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라고마는 할 수 없지요. 때로는 도마뱀의 꽁지를 몽창 잘라서 잘린 꽁지가 땅바닥 위에서 팔딱팔딱 뛰는 것을 보곤 혼자서 좋아라고 깔깔거렸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