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國籍(국적) 없는 小女(소녀) (8) 抗辯(항변) ②
발행일1963-06-30 [제381호, 4면]
문만 잠그면 나가지 못할 줄 아는 아버지의 생각을 내심 코웃음치며 나는 언덕 아래로 멀어진 우리 집을 돌아보았다.
교회까지 백미터 가량의 거리가 남았을 때 종이 울리고 조금 다름질을 쳤으나 교회 안에 들어서니 미사는 이미 시작되었었다. 지각생은 나뿐인가 했더니, 내 뒤에 들어서는 사람도 많았다. 「라슈아워」때 모양 어깨로 남의 등살을 밀어젖히며 들어가는 지각생도 있다.
여자석은 다 차, 남자석 앞줄에 빈 좌석이 있었다. 부부인듯한 서양인 남녀가 그곳에 나란히 앉아있기에 나도 한__서 _었다. 내 앞에 앉은 서양 여자는 검정 망사 미삿보를 쓰고 있었다. (흰 수건만 쓰는 줄 알았드니 물색도 괜찮은가?)
나는 _지갑을 싼 파란 「헤어 카치」를 풀어 머리에 쓸까말까 망서리었다. 검정색도 쓰는데 파랑색이라고 안될라구, 이렇게 생각한 나는 머리 위에 진파랑 「헤어카치」를 펴서 썼다. 기구하는데는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이 편리했다. 가슴 위에 두 손을 모두어 보았다. 어머니를 위해서 기구한다고 생각하니, 합장하는 거동이 그다지 쑥스럽지가 않았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학대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긴 말은 귀찮았으므로 조금 후 또 같은 말을 외웠다. 세 번까지 되풀이 했는데 아직도 미사는 장황히 계속되고 있으며 선 하품이 나오려고 한다. 하품은 하면 기껏 어머니를 위해 세 번이나 기구한 것이 허사가 될 것 같아서 이번에는 생각내키는데로 딴 기구를 했다.
내가 뛰어 넘은 옆집 「부롴」담의 높이는 어른 한길이 넘는데 장독에 올라서면 내 허리밖에 차지 않는다. 가시철망을 하려고 쇠꼬치를 꽂아두었는데 꽂힌 자리의 세맨이 굳는대로 철망을 둘을 모양이었다. 그 세맨이 천천히 굳었으면 좋겠다는 기구를 했다.
그런것까지 기구한 것이 민망스러웠지만 교회에 오기 위해서이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옆집은 노인네 부부가 단촐하게 사는 후생주택인데 따로 사는 아들이 생활비를 대주는양 아들한테서 돈이 안 와서 아직 새로 대문을 짜지 못하고 있었다. 그 돈도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대문이 생기면 그 집 담은 넘어다니기가 어렵다.
미사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진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이리와요!』 그는 사람이 없는 쪽으로 가더니,
『-파랑 수건을 쓰면 돼요?!』
하고. 나무라듯이 말한다.
『검정 수건도 썼던데요?』
『검정색은 괜찮고 그밖에 물색은 안되.』
『난 몰랐지 뭐!』
민망스러워서 사방을 두루 살피니, 사람들이 내 얼굴을 주목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러나 나를 보는 몇 개의 눈이 없지 않아 있긴 했다.
돌아보며 숙덕거리는 품이
(저 여학생, 파랑수건을 쓰고 미사를 보더라-)
하고 손짓하는 모양이다.
『파랑 수건을 쓰고 기구한 것은 무효가 되나요?』
진호와 나란히 교회 마당을 떠나면서 물었다.
『…주께서는 용서해 주실꺼야!』
『나 그럼 안심했어요. 만약 용서 안 해준다면 교회에 안올래!』
나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파랑 수건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미스양이 기구하는 모습은 좋았지!』
『어마 자기 기구는 안 하고 한눈만 팔았나마?』
『바로 하나 건너 앞줄이니 자연 눈에 띄었지!』
『……』
『퍽 진지해 보였어요!』
『내 자신을 위한 기구는 아니야요. 쑥스러워서 못하겠어요』
『…남을 위한 기구가 참된 기구지요…』
『…미스터 김도 남을 위해서?…』
『예스!』
『누구야요?』
『……』
진호는 얼굴을 약간 붉히며 웃기만 했다.
『참, 어머니는 왜 같이 안 오셨어요?』
『…몸이 편찮으세요.』
『…어머니를 위해서 기구하셨군?』
『미스터 김은 점쟁이 같으셔?』
『자연히 짐작이 갔지요. 나도 미스양의 모친의 병환이 나으시도록 기구를 드리겠어요』
진호는 두 눈을 이마살을 찌푸리며 성호를 긋는다.
『…저, 가만 있어요…』
나는 당황했다.
『저어… 대단한 병은 아니니까 기구까지 하실건 없어요』
『어디가 편찮으신데요?』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니깐요』
『…그래도 교회에 못 나오실 만큼이니… 지금 병문안 가도 좋아요?』
『그… 그만 두세요. 우리 어머니 안 아프세요.』
『……………』
진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다음 주일에도 어머니는 아버지의 감시로 집에 있고 나만, 장독 위에서 옆집 담을 넘었다. 기구를 들어 주심인지 옆집은 철망도 아직 않고 대문도 없는 그대로였다.
고양이 모양 소리 안나게 그 집 뒷뜰을 지나, 문 없는 대문을 나오자 외출하는 오빠와 맞우쳤다.
『…… 아니, 너 어서 나오니?』
『비상통로야…』
『담을 넘어왔니?』
『음!』
『핫핫핫핫……』
오빠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아래위를 훑어보면서 깔깔 웃는다.
『네가 그철머 독실한 신자로 변할 줄은 몰랐다.』
같이 걸으면서 오빠는 내 얼굴은 말끔히 들여다 본다.
『내가 가고파서 가는건 아니야 가고파 하시는 어머니를 위해서 가는거야…』
『그럼 어머니의 대신이구나!』
『그런 셈이지!』
『핫핫핫…』
크게 웃는 오빠에 따라 나도 큰 「옥타브」로 웃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 대해서 너무 독재자야!』
오빠는 성난듯한 표정으로 혼잣말 비슷이 중얼거린다.
『내가 교회에 가서 빈 효과가 났나봐 어제 오늘 아버지는 어머니에 대해서 화를 안 냈어…』
『…아버지는 밖에서 일이 잘 되면 집에 들어와서도 기분이 좋고 일이 안 되면 어머니한테 부딪치거던.』
오빠는 좀 아버지를 경멸하듯이 입을 비죽거리며 말한다.
『…그럼 요새 죽 아버지는 밖에서 돈벌이 일이 잘 안됐나보지?』
『그런거지…』
『아버지는 왜 신앙이라면 펄쩍 뛰고 싫어하실까?』
『그런 까닭이 좀 있지… 전에 아버지가 학용품 공장할적에 동업하던 권씨라고 있었어. 그 권씨가 아버지를 속이고 배신한 일이 있었다. 권씨가 마침 가톨릭 신자기 때문에 가톨릭이라면 질색이다.』
『………』
『…그러나 권씨가 가톨릭을 상징하는 존재도 아니고 대표도 아닌데 그 사람이 미우면 그 사람을 미워할 일이지 가톨릭 전체를 욕하는 것은 논리상 이치에 맞지 않아!』
『오빠는 가톨릭이나 기독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나는 무신론자다!』
『아버지와 같군?』
『아버지와는 달라. 남의 신앙의 자유는 존중하고 싶다. 요댐 기회 있으면 아버지한테 어머니를 자유롭게 교회에 가시도록 하라고 말할테다!』
오빠는 가슴을 버티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갈림길에서 자기 갈 길을 가고, 나는 교회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