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어로 「경건한 동정」을 뜻하는 「피에타」(PIETA)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애통하는 성모를 묵상하는 성화상으로서 예로부터 많이 취급되어 온 성미술의 한 대표적인 「테마」이다. 그러나 「피에타」가 특별히 『성모가 그리스도의 시체를 무릎에 얹고 슬픔에 싸인 모습』으로 일정한 구도를 갖추게된 것은 13세기의 독일의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4세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리스도의 시체를 무릎 위에 가로얹고 깊은 슬픔에 싸인 애통하는 성모를 중심으로 왼편에는 사랑하는 제자 성.요안 오른 편에는 몸을 주께로 꾸부린채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마리아.막달레나가 각각 배치되고 왼편 한 구석에는 이 그림의 기증자가 경건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있다. 금빛나는 배경을 등지고 솟아있는 새 인물들의 배후에는 저 멀리 「예루살렘」을 연상케 하는 풍경(건물)은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산타.소피아」를 닮았다.) 이 간결하게 상징적으로 그려져 있다. 하늘은 금빛으로 땅은 암흑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 하늘의 영광과 땅의 슬픔을 대조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화면 전체에는 긴장감이 충만해 있다. 이 긴장감은 북구의 회화의 경우와 같이 애통하는 슬픔의 감정을 인물의 자세나 안면표정에서 리얼하게 묘사함으로써 표현되지 않고 전혀, 구도상의 형식적 처리로서, 즉 침울한 암흑과 눈부신 금빛의 밝고 어두운 넓은색면을 대조적으로 배치하고 부채꼴로 길게 가로뻗은 그리스도의 시체와 그 위의 인물들의 머리를 지나 둥그렇게 흘러 내리는 곡선과 힘찬 대각선 날카로운 직각을 통일성 있게 구성하고 또 고요히 흐르는 수평선으로 긴장감을 잘 억제함으로써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통일적인 억제된 구도에서 우리는 중세예술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고딕」 말기의 프랑스의 중세회화는 「고딕」 양식과 정신 그 자체 내에서 근대감각을 성숙시키게 된다.
물론 북구나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의 영향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고딕」적 감정은 자연에 대한 관찰력과 깊은 인간적 감동을 받아들였다. 「아비뇽」의 「비르누브」에서 제작된 이 작가불명의 「피에타」는 이러한 「고딕」 말기의 대표적인 작품의 하나이다.
뻣뻣하게 늘어진 그리스도의 창백한 모습에서 우리는 아직도 「골고타」 언덕에서의 마지막 수난의 자취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죽음이나 고통을 모친의 사랑으로 그 얼굴에 반영하고 있는 성모의 고귀한 슬픔-그리스도가 받은 고통의 크면 클수록 속죄자로서의 의의는 강조되며, 죽음이 가혹하면 할수록 그리스도의 부활이라는 기적의 진실성은 더 주장되는 것이다.
解說 劉槿俊(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