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동화]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 ⑦
마리아.산체스실바 원작
발행일1963-07-07 [제382호, 4면]
철새와 그리고 작은새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있는 것도 재미가 있었읍니다. 성당지기 수사님(종을 치는 사람이므로 종치기 아저씨)으로부터 벌레 잡는 체랑 그물이랑 만드는 법도 배왔읍니다. 수도원 둘레에는 나무가지나 처마에 줄을 치고 있는 거미와 정원이나 밭에는 나비 메뚜기 잠자리 그리고 독이 있는 무서운 가재들이 많이 있었읍니다. 말체리노는 이 가재를 보면 날쌔게 독이 있는 가위같은 침을 잘라 죽이거나 그것을 산채로 잡아서 가지고 놀았읍니다. 그러다 하루는 그만 이 가재에게 오른발 뒷꿈치를 물려 혼이 났읍니다.
다행히 문지기수사님이 얼른 그 상처에 입을대고 독을 빨아주었기 대문에 괜찮았지만 그때는 정말 어찌나 아팠던지 진땀을 뽑았읍니다.
그 후부터는 말체리노는 가재라고 하면 되는대로 모조리 처치해버리기로 했읍니다.
그러던 어느날 수도원에 낫을 빌리러 온 농부가 자기 밭에는 가재가 굉장히 많아서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과 가재는 햇빛이 아주 싫어서 낮에는 풀속에나 돌밑에 숨어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읍니다.
말체리노는 뜻밖에 좋은 것을 알아냈다고 생각하자 수도원의 어른들 몰래 종종이 가재사냥을 나가게 되었읍니다. 돌이라는 돌은 모조리 뒤집어 엎어버리고 막대기로 풀밭을 해쳐서 그 기분 나쁘게 길죽하고 게같이 생긴 놈이 황금빛 껍질을 번뜩이면서 엉금엉금 기어나오면 당장에 한 대 때려 독이든 가위같은 침을 잘라버리든지 뾰족한 막대기로 두동강이를 내서 뜨거운 햇빛에 동댕이 쳤읍니다.
그리고는 들에서 돌아오면 이번에는 병에 넣어두었던 개구리를 바라보거나 바람구멍을 낸 상자 속에 넣어두었던 메뚜기나 달팽이를 열심히 들여다보곤 했읍니다.
그런데 놀란 것은 아침마다 일어나서 병과 상자를 들여다보면 언제나 꼭같이 병이나 상자 속에 텅 비어 있질 않습니까.
수사님들은 천주님이 만드신 이러한 벌레가 그런 지경으로선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밤사이에 도망치게 하는 것입니다. 말체리노는 그런 것은 전연 생각지도 못했읍니다.
그렇다고 말체리노가 언제나 동물에게 잔인한 짓만 하는 아이는 아니랍니다.
수도원에는 모찌도라고 부르는 고양이가 있는데 이젠 늙어서 눈이 잘 뵈지 않고 거기다 옛날 개하고 싸와서 한쪽 귀가 없어졌읍니다.
말체리노는 때때로 모찌도의 쥐사냥을 도와주었읍니다.
이 고양이는 이상하게도 야채를 잘 먹었읍니다. 어쩌다가 수도원에 고기가 들어와도 워낙 가난한데다가 큰 살림이라 도저히 고양이한테까지 돌아오질 않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고양이는 언제든지 콩이나 감자나 당근을 먹었읍니다.
『아니야 아니야 거기가 아니래두』 모찌도와 함께 쥐사냥을 할 때마다 말체리노는 이런 식으로 고양이의 편을 들어주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