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동화]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 ⑧
마리아.산체스실바 원작
발행일1963-07-14 [제383호, 4면]
막대기로 응원하든지 돌로 쥐구멍을 막아준다든지 모찌도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으나 그러나 모찌도는 쥐를 잡아도 달아나는 길을 가롬가고 버티고 서서 쥐를 꼼짝 못하게 하든지 앞발로 어르든지 할 뿐 쥐를 죽이지 않았읍니다.
말체리노는 모찌도에게 『그런 짓을 하면 도리어 잔인해.』하고 수사의 흉을 내면서 막대기로 한 대 갈겨 쥐를 죽이고 『자 이젠 도망 못 가』 하였읍니다. 그러나 모찌도는 그러한 잔인한 짓을 좋아하지 않았읍니다.
쥐가 움직이지 못하면 도리어 원망하듯 『왜 그런 짓을 해요. 모처럼 재미있게 노는데』하는 것 같은 얼굴을 지었읍니다.
수사들은 또 말체리노가 가끔 한참동안 혼잣말을 하든지 동물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감탄하며 『마치 아기 프랑치시꼬님이야』 『참으로 프랑치시꼬님 그대로야』 했읍니다.
말체리노는 큰 짐을 저 나르는 개미를 개미구멍까지 데리고 가는 일도 있으나 마음이 잘못 내키면 흙으로 구멍을 막아서 개미가 당황하든가 혹은 허둥지둥 구멍을 찾아 해매는 것을 보고 재미있어 하였읍니다.
그가 혼자 놀고 있을 때는 언제나 꼭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읍니다.
그것은 말체리노가 처음으로 본 사내아인데, 어느날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떠돌아다니는 한 가족에게 이곳 원장님께서 물이라든지 그 밖에 생활에 필요한 것을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근처에 살도록 허락해 준 일이 있었읍니다.
그 집에 마누엘이란 아이가 있었는데 말체리노가 처음으로 본 그와같은 또래의 아이였읍니다.
같이 논 것은 단 한 번 뿐이었으나 그 애의 일은 일생 잊어버리지 아니했읍니다.
헤어진 후에도 마누엘의 모습은 잠시도 말체리노의 곁을 떠나지 않는 모양이여서 얼굴이 똑똑히 보이기 때문에 말체리노는 『얘 마누엘 거기 비켜라 방해가 된다야!』하고 말할 때도 있었읍니다.
말체리노는 또한 다른 아이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는데 자기에겐 왜 없는지 그리고 도대체 자기는 어디서 낫을가 하고 생각해 보는 일도 있었읍니다. 어느 수사에게 물어봐도 저 대문 앞에 버려둔 것을 주었다고 할 뿐 그 다음은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읍니다.
특히 이 세상에 어머니가 살아있을까 없을까 하는 것이 말체리노에게 제일 궁금한 일인데 수사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어머니는 천당에 있단다』하는 말체리노에겐 도무지 알 수 없고 분명찮은 것 뿐이었읍니다.
말체리노는 어른은 무엇이든지 알고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머리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어른이라도 때로는 틀리는 말을 하고 틀리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벌써 알고 있었읍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천당에 있다』고 하는 것도 『지금까지 아무리 하늘을 쳐다봐야 어머니가 나타난 일은 한 번도 없지 않나』라고.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