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는 인류구속사업을 계속하시기 위하여 자기의 십자가상 죽음과 무한한 사랑을 기억하는 미사성제를 되푸리하도록 마련하셨읍니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기로 이 예를 행하라』(루 22.19)
미사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바치신(그리스도 제물을 성교회가 다시 되푸리하여 바치는 제사입니다. 이 제사는 사람으로써 천주께 올리는 숭배 중에 최고로 종교적 가치를 가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 종교생활의 모든 요소를 가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미사성제로써 우리가 천주를 흠숭하며 천주께 감사하며 죄 범한 것에 대하여 배상하며 천주를 굳이 신뢰하며 은혜를 구할 수 있는 까닭입니다.
그리스도는 미사를 십자가상 성제를 표현하는 새로운 인생의 제사로 마련하셨기 때문에 이 미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도가 되는 것이고 동시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이익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갈바리아에서는 우리의 죄를 위한 속죄의 제사이었고 미사에서는 죄에서 풀려나온 자녀들의 감사와 보은(報恩)을 크게 외치는 제사인 것입니다.
죄에서 풀려나온 자녀들은 다 천주의 자녀가 되었고 동시에 그리스도의 지체로 머물러 있게 되는 것이니 어디서나 항상 그리스도가 계신 곳에 그의 지체들이 있게 되는 것이고 그의 신비체가 있게 되는 법입니다. 따라서 미사에는 어떤 미사에든지 미사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왕림하시는 것이므로 우리들도 거기에 그리스도의 몸과 더불어 같이 제물이 되어 바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미사에 참례할 때 그리스도와 일치될뿐 아니라 다른 교우들과도 그리스도 안에 일치되어 같이 우리 자신을 제물로 성부께 바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미사성제는 십자가상 성제와 같다고 합니다만 사실상 십자가 위에서는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육신으로 당하셨고 미사 때에는 고난을 당하시지 못합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한 번 죽으신 후 부활하신 다음 그리스도의 몸을 축성하여 성체를 이루는 것이므로 부활하신 육신이 고난을 당하지 못하는 것은 뻔한 일입니다. 이때에 우리가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고난을 육신으로 당하면서 그리스도와 더불어 우리를 제물로 바치면 미사성제가 십자가상 성제와 더욱 같아지는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천주께서 이 세상에 병고를 허락하시는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더 주시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본시 천주께서 벌 주시기 위하여 조성하신 것이 아니므로 어떠한 병고가 이 세상에 있다해도 그것은 벌이 아니고 오로지 그리스도의 구속사업을 도웁기 위하여 있는 것입니다.
요즈음 「루르드」에서도 처음에는 자기 병의 완쾌를 바라며 모여들었던 불치의 환자들이 병고의 이런 아름다운 신비와 목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다음에는 완쾌보다 차라리 병고를 천주의 뜻대로 잘 받으며 잘 사용하게 하는 은혜를 달라고 성모님께 기구하며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이 어찌 가히 본받을만한 일이 아닙니까!
오늘 복음성경에도 「주여 주여 하는 이마다. 천국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오직 하늘에 계신 성부의 뜻을 봉행하는 자가 천국에 들어간다」고 하였으나 우리는 천주의 이름만을 부르는 자가 되지 말고 천주의 뜻을 봉행하는 자가 되어야 하겠읍니다. 즉 천주의 대사업(大事業)(=구속사업)을 도웁는 자가 되어야 하겠읍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고난을 성체와 합쳐 미사를 올리도록 하여야 되겠읍니다.
그리고 우리 친구 중에 병고로 신음하는 이가 있거든 그를 찾아가 위로하며 천주의 자녀들에게는 병고에도 이런 아름다운 시닙와 목적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여 주고 그 병고를 헛되이 버리지 말고 천주의 구속사업에 잘 이용하라고 권고할 것입니다.
柳鳳九 神父(서울대교구 慶安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