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과 그것이 갖다준 기쁨이 지나가고 우리는 천주께서 우리에게 주신 새해의 문턱에 서있다. 새해의 문턱에 서서 지나간 날을 회고하고 그동안 전능하신 천주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를 감사하지 아닐 수 없다. 이 은혜가 얼마나 많고 큰 것인지는 각자가 자기의 경우를 더 잘 알 것이다. 천주님이 우리와 함께 변함없이 현존하시는 것,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위험과 변천 가운데 우리를 보전해주시는 것 우리가 원하는대로 매일이라도 여러가지 성사를 주시는 것은 우리 모든 이의 공통된 은혜이다. 그러나 천주만이 알으시고 또 그것을 받은 각자만이 아는 우리 각자에게 주신 특수한 은혜가 있다.
우리가 지난 해를 회고할 때 마음 속에 사랑과 감사의 정이 솟고 또 천주께서 우리를 위해 얼마나 큰일을 하셨는가를 볼 것이다. 지금 어떠한 해가 시작하고 있는가 아무도 모른다.
천주만이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올지 아신다. 위험이 올지 병이 올지 혹은 묘비(墓碑)가 설지 모른다. 천주님과 우리에게 맡겨진 영혼들을 위한 용감한 작은 행위를 우리가 할 때 이 작은 승리는 우리에게 기쁨을 나누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를 위해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밤낮을 통해 천주님의 현존을 생각하면 영원으로 더 가까와지고 그의 사랑은 우리를 애워쌀 것이요 그의 힘은, 우리의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고(故) 케네디의 명언을 빌리는 것이 유익하다고 본다. 즉 우리는 천주께서 나를 위해 무엇을 하실 수 있는가 하는 것보다 내가 천주님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볼 것이다. 만일 우리가 원한다면 우리는 오는 새해에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다.
우리는 말과 행실로 그에 대한 우리의 신앙을 증거하도록 해야한다. 우리는 그의 계명을 지키기로 힘써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사랑과 생명을 그에게 바칠 수 있다. 천주께서 보잘것 없고 연약한 우리의 사랑을 왜 이렇듯이 원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원하신다. 그러면 우리는 그것을 거절할 것인가. 우리는 남이 그를 알고 사랑하도록 힘써야 한다. 오늘 예수성심께 만민을 바치는 기도문 가운데 있는 말이 얼마나 진실한가! 사실 많은 이가 그를 조금도 모르고 있다. 많은 이가 그의 계명을 무시하고 있다. 많은 이가 그를 배척하였다.
아마 불순종이 오늘 이 세상에 가장 가끔 범하는 죄일 것이다. 이것은 『나는 하늘에 계신 내 성부의 뜻을 준행하려 왔노라』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 또 교회가 성주간 예절에 쓰는 『그리스도는 명하셨다. 죽기까지 순명하셨으며 더구나 십자가상에 죽기까지라도 순명하셨다』는 말씀과 너무나 심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세상에게 천주께 바쳐야 할 순명의 관념을 상기시키기에 노력하자. 새해에 그것을 하도록 희망을 가지고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