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동화]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 ⑨
마리아.산체스실바 원작
발행일1963-07-21 [제384호, 4면]
말체리노는 이렇게 영리한데다가 언제나 혼자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어떻게 돼간다는 낌새를 미리 잘 알아 차려서 어쩌다보면 수사들의 없는 틈을 타서 밭의 과일을 슬적 먹어치우거나 맡은 일을 까먹는 일도 있었읍니다.
이 수도원은 말체리노에게는 천국같은 것이었읍니다. 뜰에는 천주님의 나무와 마귀의 나무라는 것이 각각 한 그루 있었읍니다.
말체리노에게 절대로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은 다락방과 곡식방으로 통하는 층층다리를 올라가는 것이었읍니다. 그것은 다 낡은 층층다리로 아이들이 오르내리기란 여간 위험하지 않아서 수사들은 가끔 지붕있는 곳을 가리키면서 『저 속에는 커단 시커먼 쥐가 와글와글 한단다. 긴침 수염이 났고 꽁지가 길다랗고 눈알이 번쩍번쩍하는데 또 잇발이 이렇게 뻗어있는 아주 무서운 쥐란다.』하고 놀래놓았읍니다.
그렇지만 말체리노에게 쥐라면 어른보다 더 잘 알고 있는 터이니 이번에는 『저 방 속엔 아주 키 큰 무시무시한 사나이가 숨어있거든. 널 보면 당장 잡아가지고 멀리 도망간다』라고 해놓았읍니다.
이런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말체리노는 그 층층다리를 보기만 했을뿐 낮이면 모두 나가버리고 남아있는 부엌수사나 문직이 수사나 밭에 있는 수사들도 일에 한창이어서 한 번 저기 올라가버릴가부다고 생각했읍니다.
먼저 시험삼아 발을 올려놓았더니 「삐--걱」하는 큰 소리가 나는 바람에 깜짝놀라 얼른 내려와서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하고 생각했읍니다.
여러가지로 생각한 끝에 멋진 생각이 떠올랐읍니다. 『그렇지 맨발로 올라가면 돼. 「산달」은 벗어들고 발을 디디기 전에. 막대기로 눌러보고 이렇게 시험하면서 올라가면 되지 그래도 열다섯 계단까지는 밑에서 보이기 때문에 좀 곤란한데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안 보이기 때문에 안심이야』
해보기 꼭 좋은 때가 왔읍니다.
어느날 한낮이 지난 후 수도원에는 밭일 보는 수사와 부엌수사와 아픈 수사님 이외에는 한 사람 남지 않고 다 나가버렸읍니다. 말체리노는 막대기 하나를 들고 맨발로 층계를 하나씩 오르기 시작했읍니다. 발을 올려놓기 전에 먼저 어디가 찍찍 소리나는지 층대를 막대기로 먼저 눌러보고 든든한 곳을 골라 조심조심 디디고 올라섰읍니다.
굼벵이보다 더 느리다고 생각키울 만큼 아주 천천히 올라갔지만 가슴은 무서울 정도로 두근거렸읍니다.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허지만 지금와서 그만두기도 억울하지 않습니까?
열다섯 층계를 올라와놓고 보니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고 이젠 마음이 가라앉었읍니다. 거기서부터 위를 보니 그곳은 다락방이며 곡식광이었읍니다.
이때 갑자기 밭에서 『말체리노! 말체리노!』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읍니다. 지루수삽니다. 개구린지 무언지보고 말체리노를 부르는 모양입니다. 말체리노는 놀랐으니 급히 위에까지 올라가서 방 안을 들여다보고 그리고 못 들은척하고 밭에가면 될거라고 생각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