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동화]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 ⑩
마리아.산체스실바 원작
발행일1963-08-04 [제385호, 4면]
『자, 마누엘 빨리 올라가자』 이렇게 말하면서 재빨리 올라가서 마침내 꼭대기에 다달았읍니다.
그리고 곡식광의 문을 열어보았읍니다. (이것 봐라! 이렇게 좋은대가 있었구나) 저쪽 구석에는 장작이 쌓여있고 이쪽 구석에는 큰 상자와 작은 상자가 쌓여있읍니다.
삽과 질그릇같은 것도 있읍니다.
겨울 바깥날씨가 추울 때 놀기엔 안성맞춤인 자리입니다. 그리고 이번엔 다락방에 가서 문틈으로 엿보니까 안은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문을 열려고하니 「삐꺽」소리가 납니다. 그래도 조금씩 가만히 열고 안을 엿보았읍니다.
곡식광보다는 훨씬 좁고 작은 창문이 하나 있을 뿐 안은 어두컴컴합니다. 차츰 어두운데 눈이 익자 부서진 의자랑 책상이랑 나무둥치랑 지저분한 것이 들어있는데 그래도 제법 잘 정돈되어 있읍니다.
오른쪽 벽엔 책장이 있는데 책이랑 종이나무랑이가 먼지로 자욱합니다.
창문 밑으론 지저분한 것이 쌓여있고 그 쪽으로 눈을 돌리자 처음엔 무엇인지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이상한 것이 있읍니다. 무엇이 양손을 벌리고 반은 벌거숭이가 된 채 굉장히 키가 큰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이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높은 곳에서 말체리노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앗」하고 소리를 지를번 했읍니다.
수사들이 말한 것은 참말이었읍니다. 저것이 바로 말체리노를 붙잡아가는 사나이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자 놀라서 목을 움추리는 순간 「쾅」하고 문을 들이받아 귀를 다쳤읍니다.
문을 꽝닫고 막대기고 마누엘이고 알게뭐야! 한달음에 계단을 뛰어 내려왔읍니다.
밭으로 뛰어 달아나는데 이번에는 베어둔 나무등걸에 걸려 나동그라졌읍니다. 정말 이렇게 놀란 일은 난생 처음입니다. 다락방에 큰 사나이가 왔다는 것은 참말이었군요.
겨우 「샌달」을 집엇니고 밭쪽으로 걸어갔으나 발이 떨려서 제대로 걸음이 안 걸립니다. 그 후 얼마동안 말체리노의 머리 속에선 그 큰 사나이가 떠나지를 않았읍니다.
이 일만큼은 누구에게 이야기 할 수도 없는 일 정말 곤란합니다. 만일 수사들이 알기만 하면 그렇게 마음 좋은 아저씨들이라도 이번만큼은 얼마나 꾸지람을 할지 모르겠읍니다.
(3)
말체리노는 천둥치는 것이 제일 싫습니다. 낮에 천둥은 그래도 또 괜찮은데 밤의 천둥이라면 정말 질색입니다. 이 수도원에 그것도 단 하나밖에 없는 침대 속에 쪼그리고 누워 번개불이 번쩍하고 사방이 환해질 때마다 벌벌 떨었읍니다. 9월 폭풍의 계절이 되면 말체리노는 종종 밤 중에 잠이 깨어버리는 일이 있읍니다. 언제나 무서운 천둥소리와 창을 후려치는 빗발소리로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했읍니다. 말체리노는 겨울도 싫었읍니다.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수도원 속에서는 금방 실증이 나고 더구나 안 된 것은 수사들이 열심히 읽기 쓰기를 가르치려 드는 것이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