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일성경에는 예수께서 술을 많게 하신 영적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읍니다.
성경을 읽어보면 예수께서 성모 마리아와 제자들이 함께 「갈릴래아」 지방의 「가나」라는 촌에 혼인잔치에 초대되시어 여러 손님들과 연회를 하시는 도중 잔치집에 술이 떨어지는 난처함 주인의 입장을 살펴주시고 고객들을 즐겁게 해주시고자 술을 많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에 실린 이야기의 내용에는 몇가지 주목할만한 것이 있읍니다.
첫째로 이 영적은 예수님의 공생활에 있어서 첫번째 일이며 이것이 다른 곳에서가 아니라 혼인잔치 집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같이 예수께서 그의 중요한 첫번 영적을 혼인잔치집에서 하신 이유는 이로써 인류사회의 기본이 되는 혼배성사를 거룩하게 하시기 위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혼배성사로써 천주의 영원한 창조계획을 계승하고 천주의 자녀들을 많게 하는 혼배성사는 위대한 것입니다. 신자들은 이러한 혼배성사와 부부생활의 의의를 충분히 이해하고 부과된 책임을 완수해야 되겠읍니다.
둘째로 예수께서는 앞으로 여러가지 영적을 행하시겠지만 왜 중요한 첫것을 하필이면 많은 이가 남용하는 술을 많게 함으로써 행사셨는가 말입니다.
먼저 술이란 천주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음식으로써 잘 이용하면 사람들에게 기가막힐만큼 유익한 것입니다. 술은 사람이 기쁠 때 더 기쁘게 해주고 슬플 때 정신고통을 없이 해주고 적당히 마시면 혈액 순환을 도와 건강체를 만들어 줍니다.
「로마」 격언에 『술은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특히 예수께서 「가나」촌의 잔치에서 마시던 포도주는 앞으로 예수님의 십자가상 제사를 영원히 새롭게 하기 위하여 미사성제에서 예수님의 피가 될 것이므로 더욱 뜻있는 음식이 아닐 수 없읍니다.
셋째로, 이렇게 중요한 영적을 행함에 있어서 성모 마리아께서 중개역할을 하시는 점입니다. 예수께서는 『여인이여 나와 네게 무슨 관계가 잇나이까. 나의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하시며 거절하시는 것 같은데 성모 마리아께서는 복사들에게 무엇이든지 예수께서 너희게 분부하시는 것을 행하라 하셨고 예수께서는 즉시 그 모친이신 성모 마리아의 청을 받아들여 돌 항아리 여섯에 물을 담게 하시고 그것을 좋은 포도주로 만드셨읍니다. 성모 마리아는 구세주 예수를 인류에게 주기 위한 중개자였으니 앞으로도 내내 사람들을 당신 아들이신 구세주께로 인도하기 위한 중개자 역할을 계속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그의 모친이 부탁하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나 물을 술로 변하게 하는 기적이라도 받아들이실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성자 예수께나 천주께 직접 기구해도 천주께서 들어 주십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자녀들이 흔히 어머니를 통하여 부친에게 어려운 청을 하듯이 성모께 기구하면서 천주께 전달해 주실 것을 요청할 수 있으며, 천주께서는 이러한 기구도 잘 들어주십니다.
그리고 「가나」촌에서 이루어진 술의 기적에 있어서 마리아가 사람들과 구세주이신 예수님 사이에 중개자의 역할을 하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천주께서는 그 영원한 계획에 있어서 성모 마리아로 하여금 인류와 천주 사이에 중개자의 역할을 맡으시도록 결정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마리아의 역할을 언제나 다른 성인 성녀들의 것과 마찬가지로 천주께 전달(傳達)하는 것이며, 직접 자신의 힘으로 우리가 청하는 것을 성취시키지는 못하십니다.
그러므로 성모께서는 천주의 힘을 빌림으로써 무엇이나 우리의 간청하는 바를 들어주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전능하신 전달자라고도 말할 수 있읍니다. 성모께서는 언제나 천주와 더불어 계시며 천주의 성총을 풍부히 입고 계시니 우리가 성모께 요구하는 것은 직접 천주께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성경에서 본 성모 마리아의 예수께 대한 굳은 신덕을 본받아서 우리가 청하는 모든 것을 굳은 신앙을 가지고 하되 유력한 중개자인 성모께 열심히 기구하도록 하십시다. 아멘.
姜大亨 神父(聖神中高校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