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술가 설교가로 너무나 유명한 플톤 쉰 주교의 글이 이종학씨 번역으로 출판되었다. 동저 「人生의 諸問題」(가톨릭出版社 刊 값120원)의 일문을 발췌하였다. 기사화하는데 있어 부득이 몇마디 고쳐놓았다.
성바오로는 『믿지 아니하는 남편이 아내로 인하여 거룩하게 되고 믿지 아니하는 아내가 남편으로 인하여 거룩하게 된다』고 우리에게 말하였읍니다. 그래서 서로의 힘의 주입(注入)이 있는 것입니다. 때때로 상대방을 훌륭하게 하는 조건은 인내와 사랑입니다.
17세 때 이미 호머의 시를 읽었다고 하는 대단히 학문이 잇는 독일의 젊은 처녀가 제2차대전 말기에 「베르린」에 있던 미국 병사로부터 구혼을 받았읍니다. 그녀는 결혼하여 미국으로 왔는데, 남편은 술집에 자주 다니면서 서부활극 책만 읽고 노동을 거부하는 게으름뱅이였읍니다. 그래서 그녀가 집안 살림을 혼자서 감당하면서 나에게 편지를 보내왔읍니다.
『저는 지금 이혼을 고려중에 있읍니다. 그러나 제가 이혼을 한다면 문명의 파멸에 조장을 가하게 됨을 압니다. 지금 방축의 적은 물이 새어 나오는데 그 방축에서 제 자신의 손가락을 떼어버린다면 그것은 대단히 무의미한 일입니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 놓여있는 세상의 여러부인들이 방축을 막은 손가락을 떼어버린다면 그때는 홍수가 세계를 휩쓸어 갈 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참고 있읍니다. 신앙이 없이는 참을 수가 없으니 아무쪼록 신앙을 얻고록 저를 도와주십시요』
우리들은 그녀를 가르쳤고 천주께서는 그녀에게 신앙의 선물을 주셨읍니다. 남편은 지금 훌륭한 육군장교로 딴 사람이 되었고 그들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읍니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은 한번 없어지기만 하면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있읍니다.
그것은 우리들이 호흡을 하는 공기인데, 만약 한번 토한 공기를 다시 호흡한다면 그것은 우리들을 해롭게 하는 것입니다. 사람도 이것과 같습니다. 일단 자기의 마음에서 나가버린 사랑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만약 그것이 돌아온다면 그것은 우리들을 질식시키며 또한 중독시킬 것입니다. 앞에 말한 그과 같은 위기에 처해있을 때 부인의 희생적 애정은 남편의 갱생을 위하여 불가결의 조건입니다. 육체적 사랑은 고칠 수 없어도 희생적 사랑은 기적을 발휘할 것입니다. 천주께 대한 사랑을 가지고 모든 고뇌를 참는다는 것은 우리의 가정은 물론 전세계에도 소득이 되는 것입니다.
많은 결혼생활이 산 순교의 생활인 경우가 있읍니다만, 그러나 그 안에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 영혼의 명예와 충실을 잃지 않고 있음을 확신해줄 것입니다. 부부가 최초의 폭발이 원인이 되어 의무를 저버린다면 어찌 진흙 투성이 속에서 싸우고 있는 우리의 병사들에게 조국에 대한 충성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병사는 소집을(전시에) 받으면 사형서고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는 명예를 잃기보다 차라리 죽음에 직면할 각오를 하는 것입니다. 불행한 결혼은 비참의 응결이 아니며 『죽음이 우리를 이별시킬 때까지 사랑합니다』라는 서약을 버리기 보다 오히려 남의 부채(負債)를 용감히 짊어져야 할 것입니다.
결혼생활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시련과 간난(艱難)이 아니며, 오히려 그러한 간난에 대처하는 방법에 달려있읍니다. 만약 시련을 자기와 및 쾌락을 말살해 버리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시련은 자기 속에 지옥을 만들 것이요 만약 더 위대한 선(善)을 위해 천주께서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면 시련은 적극적인 내적(內的) 기쁨을 창조해 줄 수 있는 것이 될 것입니다. 부부의 어느 편이든지 이 시련을 포기하면 그만큼 이 세상에는 사랑과 영웅적 자질(資質)이 적어질 것입니다. 사랑은 되돌아 오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안되며, 오히려 그것을 사랑할 큰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너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면 거기에 무슨 보수가 있으리요?』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합시다. 미움 속에 사랑을 계속하며 추수의 희망이 없는 곳에 친절의 씨를 뿌리며, 양손에 못박혀 가면서도 용서를 한다는 것은 부부생활의 병을 국소화(局所化)하여 타인의 증오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전염병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할 것입니다.
그것은 또 사랑을 통하여 타인의 병을 회복시켜줄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영혼은 희생을 통해서만 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사들이 전장에서 전투력틀 잃었다고 해서 그들을 그곳에 방치하지 않습니다. 자녀가 한때 잘못을 저지렀다고 부모는 그 자식을 보리지 않습니다.
부부생활은 상대방에 대한 존경이 잇어야 합니다. 돈벌이를 잘 하든 못하든 그들 속에는 독립적으로 인격의 가치를 가지고 있읍니다. 정에 있어서는 서로가 쾌락을 주기 때문이 아니고 서로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때문이며 제 몸과 같이 사랑을 받을 천주의 선물이라는 기반을 둔 때문인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비겁과 불신은 없어지고 용기와 신앙이 앞장설 것입니다. 천주님 때문에 남을 사랑하자면 우리는 먼저 천주님을 진심으로 사랑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