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내 집에 들어오시기에 나 합당치 못하오니 오직 한 말씀만 하소서. 곧 내 종이 나으리이다. 이 말은 「가파르나움」의 한 백부장의 집에 반신불수로 죽게된 종을 예수께서 가시어 낫게 하시고자 할 때 백부장이 한 말입니다. 또한 우리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탄복하고 있읍니다. 이 착한 백부장은 그의 부하들을 자기의 친자식들처럼 사랑하고 아끼었읍니다. 마침내 그는 예수님을 만나뵈오려 먼 여행을 했읍니다. 그리고 그가 예수님을 만났을 때 그는 그의 종이 반신불수로 죽게되었으니 살려달라고 간청했읍니다.
또 그는 굳은 신앙으로써 예수님으로 하여금 멀고 누추(陋醜)한 그의 집에까지 가시는 수도를 끼쳐 드리지 않기 위하여 그의 집에 임하시려는 예수님께 『주여 너 내집에 들어오시기에 나 합당치 못하오니 오직 한말씀만 하소서. 곧 내 종이 나으리이다.』하고 겸손되이 말하였읍니다. 이 말에 탄복하신 예수께서는 사람들에게 『나 진실히 너희게 이르노니 나 이스라엘에서 이러한 신덕을 얻어보지 못하였노라』하셨읍니다. 그러면 예수께서는 왜 그의 신앙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놀라셨읍니까? 그것은 예수께서는 그 당시와 그 후에 있을 사람들의 신덕의 부족을 미리 보시고 그 훌륭한 백부장과 비교해 보셨기 때문입니다.
여하간 이 신앙의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종교 그 자체를 따라가는 것이며 우리 모든 이가 몇번이고 반성해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천주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와 성사 그리고 영원한 삶을 믿기 위하여 모였읍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신앙이 허약한 인간성 때문에 살아나가는 도중 식어져 버리기 쉬운 위험을 꾸준히 당하고 있는 사실이 탈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부과된 종교적인 모든 의무를 다하려고 힘쓰지만 먹고살기 위한 일때문에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가 쉬운 것입니다. 우리는 성당에서 성사를 받으며 천주의 말씀을 듣지만 그것을 우리의 실생활에 적응시키지 못하고 세속적인 허영에 의하여 우리 자신을 거듭 마비시키곤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교회는 멀리서 바라다보기만 하는 형체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형태이며 우리의 삶 자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신자는 각 개인이 천주대전에 서서 믿고 안믿고 하는 개인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며 한번 믿기로 결정을 내린 다음에는 마음의 굳은 문을 여러제쳐 맑은 정신으로 천주를 만나뵈올 준비를 항상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또 신앙이란 남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만들며 키워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신앙을 받아 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이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가파르나움」의 백부장은 이러한 마음의 준비가 다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 많은 불신자들 가운데서 예수님의 능력을 믿은 나머지 그의 집에까지 가시어 그이 종의 병을 고쳐주시겠다는 예수님께 굳이 사양하면서 한말씀만 하시면 된다고 하였던 것입니다.
그는 또 말하기를 나에게 부하들이 있어 가라하매 가고 오라하매 오며 또 내 종에게 무엇이나 하라 하매 곧 한다고 했읍니다. 이것은 다른 뜻이 아니라 사람의 명령으로도 이렇게 무엇을 움직일 수가 있는데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전능하신 천주이신 예수께서 한말씀만 하시면 무엇이든지 움직일 수 있으며 그의 종의 병도 곧 나을 수 있다는 굳은 신앙을 가졌다는 증거입니다.
이와같이 훌륭한 신앙을 가진 백부장을 예수께서는 극히 찬양하시고 이스라엘 중에서 이러한 신앙을 보지 못하였다고 하신 다음 동편과, 서편에로 부터 많은 이들이 와서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더불어 천국에서 잔치할 것이요 악의나라 자식들은 밖에 어두운 곳에 쫓겨나가 거기서 절치통곡함이 잇으리라고 하셨고 백부장에게 네가 믿은대로 네게 되라고 하시며 그 종의 병을 즉석에서 낫게 하셨읍니다.
백부장과 같이 굳은 신앙과 겸손을 가진 동서양의 모든 이는 이스라엘 백성이건 아니건 구원을 받을 것이며 착실한 믿음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면 교회에 속하는 사람이라도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미사에서 『주여 너 내집에 들어오시기에 나 합당치 아니하오나 오직 한말씀만 하소서. 내 영혼이 곧 나으리다』할 때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백부장과 똑같은 신앙고백을 겸손한 마음으로 되풀이 하십시다. 아멘.
姜大亨 神父(聖神中高校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