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동화]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 ⑪
마리아.산체스실바 원작
발행일1963-08-11 [제386호, 4면]
작년 겨울부터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에 금년 겨울은 읽는 것을 배우도록 원장님은 말씀하셨읍니다. 말체리노는 아직 많이 배우지는 못했읍니다. 기도할 줄은 알았지만 교리문답은 조금 배웠을 뿐입니다. 수사님들은 원장님의 말씀도 있고 해서 한꺼번에 이것저것 무리로 가르치려고 하지는 않았읍니다.
이러던 어느날 아침부터 하늘이 점점 흐리더니 마침내 굉장한 우뢰소리와 함께 콩알만한 비가 후득후득 듣더니 이어 큰 비가 쏟아졌읍니다. 말체리노는 나무 위에서 새집을 뒤지다가 비를 쫄딱 맞고 수도원 안으로 뛰어들어왔읍니다. 이윽고 말체리노는 문턱에 멍하니 턱을 고우고 앉아 밖을 바라보면서 겨울이 오는구나 하고 생각했읍니다.
겨울이 오면 모든 것이 쓸쓸하게 되겠지 새들도 없어지고 벌레들도 땅속에 숨어버립니다.
겨울은 모찌도만이 친구였으나 이제는 너무 늙어서 놀음상대가 되지도 않고 무리로 장난을 걸면 「앙-」하고 성을 내니 이젠 고만 재미 없어졌는걸,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다가 문득 다락방의 큰 사나이가 머리에 떠올랐읍니다.
그때부터 꽤 여러날이 지나갔읍니다. 겨울이 되면 거기 올라갈 수는 도저히 없읍니다. 수사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운 날이나 더운 날이나 밖에 나가지만 집에 있는 날이 더 많아질 뿐 아니라 나가드라도 곧 돌아옵니다.
게다가 집안이 고요하기 때문에 작은 소리가 나도 금방 들립니다.
말체리노는 겨울이 오기 전에 그 큰 사나이를 꼭 한 번 보고싶어 여러가지로 궁리하기 시작했읍니다.
그 사람은 때로는 다락방에서 내려오는지 몰라 그렇지 않으면 늙은 수사님처럼 몇년이고 거기서 양손을 벌린채 벽에 기대어 있을까?
혹시 다락방의 그 사람도 병을 앓고 있는 것일까? 처음 다락에 올라갔을 때의 그 신기함과 언제나 헐벗은채 혼자였을 그 사람이 병을 앓고있는지 모른다는 걱정에서 다시 한 번 올라가서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꿀떡같이 일어났읍니다.
전번 그토록 무서웠던 것은 모두가 잔뜩 겁을 집어먹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후에 벌써 잡혀 갔을께 아닙니까. 왜냐하면 야채밭이나 뜰에 언제나 혼자 있었기 때문에 그때 저 큰 사나이가 뛰어나오면 말체리노는 곰짝 못하고 잡혀갔을 것입니다.
어느듯 바람이 잔잔해졌을 무렵 말체리노는 결국 올라갈 것을 결심했읍니다. 이렇게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동무 마누엘도 같이 따라올거고 부두막에 앉아있는 저 에꾸눈 모찌도도 따라나설 것입니다.
『마누엘 어떻게 하든지 올라가고 말테다. 난 접때처럼 이쪽 손에 막대기를 쥐고 이쪽 손에는 「샌달」을 쥐고 그리고 그 문 앞에 가서는 그 사람이 움직이는지 안 움직이는지 잘 볼테야 만일 움직이기만 하면 냅다 도망치지 뭐, 움직이지 않으면 막대기로 창을 열고 둘이 잘 보자꾸나. 그러니까 그때까지 넌 층층대 밑에서 망을 보고있어 응. 아저씨들이 오는지 안 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