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학생전국대회를 치르고서
가톨릭 學生運動의 意慾·結實·展望
全國 모든 學生들 誠實히 參加해야
발행일1963-08-11 [제386호, 4면]
대한가톨릭학생 총연합회의 한 해 살림살이 중 대내외적으로 가장 큰 행사로 손꼽히는 「전국대의원대회」를 허다한 난관을 물리치고 끝내고나서 이제 그 반성의 기회를 마련해준 편집자의 배려를 고맙게 여기면서 몇 가지 회포를 늘어놓을까 한다.
회고하면 해방 직후 좌우익 학생간의 치열한 혈전이 서울장안을 진동시키던 와중에서 태동하여 환도 이후 1954년 11월 서울에서 이 땅의 가톨릭학생단체 중의 대표기관으로 등장한 본 총연합회가 걸어온 발자취는 그대로 이 나라의 건국수난사와 직결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미군정하에서 하루속히 자유 독립국가의 정부수립을 온 국민이 갈망했을 때 이 땅의 가톨릭학생은 시대적인 만용에 휩쓸림이 없이 그리스도의 기치 아래로 모여들었고 6·25때 환도 휴전 그리고 두 차례의 혁명을 겪는동안 잃을 것은 버리고 얻을 것은 찾아야 했던 것이다.
전국에 8개 교구 연합회(學聯)은 드디어는 국제가톨릭학생연맹(빡스·로마나)에 가입코 여타 우방 학생회와의 관계를 친밀히 하는 한편 교황 비오 12세의 가톨릭 「액션」에 참여하는 자들에게 주는 교훈 『너희는 새로운 차원에서 인간의 지혜가 장차 우리와 대적할 인간과 자연에 관한 문제에 맞부닥치려고 시도하고 있을때 사상의 세계에 있어서 모순 갈등이 있는 곳에는 어디서든지 앞장을 서야하는 것이다』를 좇기에 온 정력을 다해왔던 것이다. 그 실례가 작년 제8차 전국대회 때 크게 논의된 「산아제한」 문제와 「사회정의」 문제가 그것이다.
이번 제9차 대회를 마치기까지 여러가지로 난관이 많았던 것만은 사실이다.
원래 개최지를 해마다 바꾸어가면서 열어 전국대회를 작년에 이어 또다시 서울에서 갖지 않으면 안되었던 고충이며 대의원수와 대회일정이 작년에 비해 3분지1로 줄어들었다는 결과를 놓고볼 때 새삼 한심스러운 감회를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인원이 많고 대회일정이 길어야만 좋은 결과를 나타낸다고 단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아니로되 원래 우리가 의도하기로는 예정대로 모 지방 교구에서 대회를 열수만 있었더라면 천여명의 대의원에 충분한 일정으로 대외적인 가톨릭학생운동의 새로운 인식을 꾀한 「프로파간다」 작용도 겸할 수 있었겠다. 그러나 갑작스런 개최지의 변경과 식량난이라는 최악의 시대에 임하여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네 차례의 실무자회의를 통하여 학생운동의 조직면, 운영면, 활동면을 다루기는 했으나 워낙 제한된 시간이어서 문젯점 제시에 불과했으며, 경제적 「파운대이션」이 없는 이 땅의 학생운동은 이번 대회에서도 해결을 못 본채(사실 학생 자신이 해결할 문제도 못 되지만) 영영 속수무책이어야만 할 것인가.
다음으로 이번의 주의제에 관해서는, 작년 제8차 대회 제1분과에서 결의한 『정통적인 교회사회관과 역대교황의 칙서에 준한 정신으로 현실을 __ 비판하며 시대가 요구하는 때에는 사회참여를 불사하나 간접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는 결의 사항에 좇아 요안 교황의 「지상의 평화」 회칙에 준해서 평화문제를 다루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무슨 일이랴! 우리를 실망케한 것인 전대의원이 한결같이 회칙 출간의 지연으로 연구 부족이라는 것이다. 회칙을 바탕삼아 각기 전공분야의 시점에서 평화문제를 다루는 것이 본 대회의 목적일진대 모두가 교황 회칙에 대한 강습을 받으러 온 마음가짐들이었던 것이다. 결국 우리의 의도는 무너지고 다섯 차례에 걸친 분과회의가 몇몇 연구해 온 유수의 대의원들의 독무대가 되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니, 거기에서 우리가 원했던 결의사항이 나올리 만무했다. 하여간 그런 중에도 한국가톨릭학생의 입장을 밝히는 「선언문」이 전체 회의에서 나온 것만은 다행한 일이나, 이 나라 사회와 오늘날의 세계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과 교회당국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한 것은 숙제로 남겨둘 수밖에 없겠다.
고등학생에 있어서는 지도신부나 지도자의 손이 부족한대로 「고해성사」 문제를 가지고 그들로서의 태도를 명확히 한 점은 나무랄데가 없을 뿐더러 「프로테스탄」 문제에 관한 강습 및 「쎄미나르」와 학생운동의 한 방편으로서의 「셀」 강습과 특히 가정, 이성, 진학 문제에까지 다루어 본 생활간담회는 유익한 것이었을 줄 믿는다.
결언하여, 이번 전국 대회를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7월30일 마지막 수석대의원회의 때 식탁삽화가 말해주듯, 서양풍의 회식(會食) 준비와 통조림 고기의 콩나물국밥을 다 먹고 나서야 입을 여는 수석대의원간의 진풍경이었다 할까?
어차피 촛점을 잃은채 끝낸 전국대회에 참가했던 대의원들은 그런대로 각기 교구에서 평화회칙의 계몽이나마 함으로써 본 대회의 의의를 발전해 주었으면 하는 바이다.
학생운동을 하는 사람이나 단체에게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이번 전국대회가 입증해주듯이, 의욕과 양식을 겸비한 자들끼리 뭉쳐달라는 것이다. 어떤 남녀공학을 하는 고등학교에서의 실례를 보면 「셀」을 하는 학생의 말이 「크라스」에서 통하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이래서야 어이 타인 성화를 꾀한 학생운동을 벌릴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모름지기 학내(學內)에서도 탁월한 자가 학생운동에 있어서의 「리이더」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한국적 학생운동의 당면 문젯점이요. 앞을 내다보는 한가닥 희망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