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希望(희망) 루포] (10)
種豚(종돈)은 放牧(방목)
젖꼭지 물고 늘어지며 怪聲(괴성) 질러
발행일1964-01-26 [제408호, 3면]
물로 청소된 비육돈사를 나오면서도 눈은 뒤로 돌아간다.
돼지우리 냄새가 집안=축사 안서는 도무지 나지않을뿐 아니라 깨끗한 방에서 유들유들 살찐 깨끗한 돼지들이 쿵쿵거리며 왔다갔다 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러나 한증막을 덮은 「비닐」 뚜껑을 열었을 때의 후꾼거리던 숨막힘은 우선 기분도 나쁘려니와 어쩐지 돼지들이 떠서 익지나 않나고 애처럽다.
돼지우리 냄새는 오히려 밖에서 더 심하다. 비육돈사 옆에 마련된 비료=저장「탱크」서 나는 똥 오줌의 악취다. 부글부글 발효한 오물들이 천천히 농토로 흘러내린다. 과연 비옥해질 수 있어 보인다.
축사들 주변에서 무엇인지 주어먹던 칠면조가 옆을 지나는 나그네에게 퍼드덕 먼지를 일으켜 안긴다.
그 푸짐한 돌들 아니 지긋지긋하리만치 많은 돌, 한뼘치이 빈당이 아쉬운 이 고장에 웬 돌이 이렇게 많은지 아쉬운 땅보다 훨씬 많은 것이 돌이기는 하지만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이곳의 돌이다. 들짐승들도 막고 바람 막기 위해 또 논이나 밭두렁 경게로도 된 돌담이 나다니는 농부나 소들에게는 큰 장애물이기는 하나 이시도로 농장에게는 좋은 방파제이다.
검기도 하고 시뻘건 돌담 안에는 「이시도로」의 애미돼지들이 우굴거리고 있다. 1천평이 훨씬 넘어 보이는 울타리 뿐인 자연방목장에는 살붙임이 훌륭한 돼지들이 떼를 지어 혹은 제각기 오가고 있다. 혹은 빈듯이 누웠기도.
3·4백근이 좋아 보이는 육중한 에미를 열다섯마리의 새끼가 줄줄 뒤따른다. 돌담에 줄지어 삼각형의 잠자리 집들이 여나무개가 늘어섰다. 새끼가 따른 것과 따르지 않은 것들이 각각 딴 방목장에 구분사육되고 있다.
새끼들이 없는 것들의 「놀이터」, 아니 훈련장은 훈련장 답게 넓다. 『아무래도 에미돼지는 우량종이래야 해요』라고 임신부는 설명하면서 『팔기위한 것들이야 살결이 물러도 상관없이 무게만 나가면 되지만 에미가 될 것들은 건강해야 한다』고 하면서 넓은 방목장에서 튼튼한 어미가 되려 마음대로 딩굴고 뛰게 훈련장 같은 넓은 곳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훈련장보다 훨씬 좁은 새끼가 특실대는 곳은 닭장에 들어선 듯 시끄럽다.
젖을 물고 늘어지며 질질 끌리는가 하면 다른 놈에게 밀려나면서도 젖꼭지를 안놓치려고 『꿱꿱』대는 소리로 소란하다.
한창 에미를 따라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곤 하나 제 에미 잃은 놈의 소리. 정말 운동회 같다. 에미 돼지의 오줌냄새로 제 새끼를 찾기는 하지만. 그런데도 끝내 에미를 못찾는 놈은 할 수 없이 아무 에미나의 오줌을 받아서도 갔다 붙이기도 하고 정말 장터같다.
그런데 이곳을 찾기 전에도 이야기는 들었지만 오이를 반 잘라서 놓은 듯한 처음 보는 축사들의 축사 생김새에 눈이 멎는다. 그런데 멀리서 볼 때부터 웬 축사들이 -같은 꼴의 것들- 저렇게 많은가 했더니 미군부대의 「콘섿」 같은 집들이 축사만이 아닌 사람의 집이기도 한 것을 가까이 가서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