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동화]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 ⑫
마리아.산체스실바 원작
발행일1963-08-18 [제387호, 4면]
말체리노는 알맞은 때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읍니다.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숨이 답답하였읍니다.
이번에 그것을 해치우려면 어느 때가 좋을까하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읍니다.
그럭저럭하는 동안 드디어 그날은 오고야 말았읍니다. 가을의 비바람도 지나가고 수사들은 원장님으로부터 해마다 하듯 집안을 정돈하고 애긍으로 받은 곡식을 들여 쌓도록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모두 일에 골몰하여 다른 일은 염두에 없었읍니다.
이곳은 겨울은 길고 게다가 길이 엉망이어서 겨울동안엔 아무 일도 못 합니다. 자칫하면 한 달 이상 수도원에 갇히는 수도 있고 눈은 쌓이고 추운 바람이 내리치면 애긍을 갖다주는 사람도 없읍니다.
그러한 해가 여러 번 있었읍니다. 또 그러한 겨울이 오는 것입니다.
수사들이 밖에서 일하는 것도 몇일 안 남은 지금 이 때가 제일 말체리노에게는 안성맞춤인 때입니다. 우물쭈물하다가 이 때를 놓치면 바깥일을 마치고 이번에는 집안이 헐어진 곳 비가 새는 곳 창이나 벽이 갈라진 곳을 고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일은 글렀읍니다.
어떤 구름 낀 날이었읍니다. 한나절이 지나 수사들이 밖에 나간 틈을 타서 말체리노는 일을 시작했읍니다.
집안에는 병수사님과 문지기 대신의 요리 수사님과 질 수사뿐입니다.
말체리노는 전부터 막대기를 마련해 놓았읍니다.
층층다리 소리나는 것을 시험하고 잘되던 지붕밑 다락방의 문을 열기 위한 것입니다.
보이지도 않는 친구 마누엘을 사앧로 맨발로 층계를 올라가기 시작했읍니다. 너댓개째의 계단에서 맨발로 그렇게 조심을 했는데도 「삐걱」하고 소리가 났읍니다.
갑자기 심장이 멎는 것 같았읍니다. 『마누엘 조심해』하면서 위로 위로 올라가서 이번엔 곡식광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바로 다락방으로 갔읍니다.
그 문은 큰 소리가 나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조금씩 안으로 밀어 방 안의 동정을 살폈읍니다.
그 사나이의 숨소리라도 들릴까하고 귀를 기울였으나 아무런 기척도 없읍니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보아야 자신의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릴 뿐입니다. 문을 조금 더 열고 목을 들여 밀고 있으니까 나무 깔가먹는 벌레 소리까지 들립니다.
어두침침한 방속에 그 사나이의 모습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접때와 조금도 달라진 것은 없고 어쩐지 숨도 안 쉬는 것 같읍니다.
그 사나이는 말체리노쪽을 보는 것 같았으나 말체리노 쪽에서는 어두워서 그의 눈은 보이지 않읍니다.
그래서 손에 들고있던 막대기를 가만히 사나이쪽으로 내밀어봤읍니다.
막대기가 살끔 사나이 발에 닿았으나 아무 일도 없읍니다.
(이 사람은 어디가 아픈가 어쩌면 죽었는지도 몰라 큰 맘 먹고 안에 들어가볼까)
말체리노는 들어가기 전에 계단쪽을 돌아보고 작은 소리로 말했읍니다.
『마누엘 누가 오면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