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호떡장수
발행일1963-08-18 [제387호, 4면]
한국의 군항도시 진해의 일이다.
성당에서 담 하나와 길 하나를 __서면 내가 있는 방영창문이 보인다. 그야말로 답답한 골방이다. 내 방에서 성당엘 가려면 지저분한 수채를 건너__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어둠컴컴한 이 수채를 건너려다 발을 빗딛어 가끔 연극도 했다. 혼자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이른 새벽이라 보는 사람이 없으니 천만 다행이다.
수채른 건너 골목을 돌아서면 쇠로된 성당 정문이 나타나고, 정문 옆 성당 담벽에 붙어서 호떡 장수 구멍가게가 있다.
큰 길 건너편 전선주도 보일락말락 아직도 어두움이 짙은 이른 새벽인데 그 호떡 구멍가게 옆을 지나야 한다.
그때마다 벌써 호떡 장수는 개업을 시작했고 으레이 한 두 명씩 호떡 고객들은 발뒷꿈치를 바싹 들고 머리는 구멍가게로 쑥 내밀고는 수건 수건- 호떡을 먹고 있었다.
나는 잠긴 성당 문을 열고 성당에로 들어간다. 성당 구내는 쥐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깜깜한 제의방의 불을 켜고 성당 제대 불을 켜고 미사드릴 준비를 한다. 시간은 다섯시 십오분이다. 성당 안에는 누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잠깐 제대 앞에 꿇어 간단한 묵상기도가 시작된다.
나는 제 이 그리스도-
당신 피와 살을 영혼의 빵으로 주신 그리스도를 대리하여 오늘 아침에도 성체 성혈을 이루어 양들에게 천상의 떡을 주려고 제단 앞에 나타났다.
옳아!
나도 호떡 장수로구나! 천상의 호떡을 팔아보겠다고 판을 펴는 참이로구나!
그런데? 그런데? 얼마 전에 나는 호떡 장수 가게를 지나왔다. 그는 벌써 나보다 일찍 일어나 호떡을 구어내기 시작했고 또 그 호떡을 찾아 온 고객 두 사람을 나는 분명히 보았다. 나는 이제서야 가게를 여는 판이고 게다가 천상 호떡을 먹겠다는 고객은 아직 한 사람도 없으니 말이다. 하늘 나라의 호떡 집은 너무나 고요했다. 아직도 고객은 나타나지 않는다.
내가 저기 길가에 앉아있는 호떡장수보다도 인기가 없단 말인가?
하늘나라의 거룩한 호떡이 세상의 호떡보다 인기가 없단 말인가?
바오로 사도의 말씀 『그들의 천주는 배니라』 이것이 새삼스럽게 머리에 떠오른다. 그들은 썩어 없어질 그들의 배를 채웅고, 배를 섬기는데 이렇게도 약삭빠르다. 우리는 영원한 천주님을 섬기는데도 이렇게 느리고, 영원히 목마르지 않고 배고프지 않는 하늘나라의 빵을 먹는데도 이렇게 둔하다.
오늘 아침 두 호떡 장수가 담벽 하나를 사이에 놓고 앞집 뒷집에서 경쟁을 했는데 확신히 뒷집 하늘 나라의 호떡 장수가 패배했다.
앞집 호떡 장수는 새벽부터 줄곧 고객을 맞이하지만 뒷집 호떡집에는 아직도 컴컴한채 고객이 나타날줄 모르니 말이다.
세상의 호떡을 먹는 자는 다시 배고플 것이로되 하늘나라의 호떡을 먹는 자는 다시 배고프지 않으리라. 이렇게 벌써 이천년 전에 메아리 되었지만 이 말씀이 그들의 귀에는 아랑곳 없이 세상 호떡에만 눈이 어두우니 여기 또 하나의 그레샴의 법칙이 생색을 하나보다.
언제나 천상 호떡의 값이 알려지려는지?
진해를 떠난지 벌써 몇 주일이 지났다. 아직도 그 호떡 장수가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