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信徒(평신도) 눈에 비친 美國(미국) 겉 핥기錄(록) - 美國(미국) 가톨릭 안팎 (1) 성탄날 밤
美國(미국)… 家族(가족)끼리 모이는
韓國(한국)… 서로 헤여지는 밤
발행일1964-02-09 [제410호, 3면]
고요하기만 한 밤이었다.
길거리와 상점가와 각 가정은 오색찬란한 장식등과 「네온」으로 요란했다. 성탄을 맞는 시민들은 좀 흥분한 듯한 표정이었지만 고요히 가족끼리 즐거움을 나누는 명절이기도 했다.
『정말 고요한 밤이군요』
나는 한국의 「크리스마스」 표정을 추억하면서 미국의 고요한 밤을 음미하고 있었다.
「피츠버그」에 있는 「피타」성당 본당에 자리잡고 있는 이 알렉산델 신부님과 마주 앉고 있었다.
본당행사도 없고, 본당교우들이 한국에서처럼 본당신부 덕을 찾아드는 일도 별로 없다.
『본당 중심으로 즐기는 한국의 성탄 풍습은 역시 좋은 것 같지?』
사람하나 얼씬하지 않는 쓸쓸한 이 신부방에서 우리는 걸상을 옆에 제쳐놓고 마루에 깔아논 양탄자 위에 한국 온돌방에서 처럼 도사려 앉고 한미양국의 성탄행사를 비교하면서 향수에 젖어있었다.
『지금 시간에 한국의 본당들은 무슨 큰 잔칫날처럼 교우들이 들끓겠군』
이신부는 서울 명수대 본당신부로 있을 때를 회고하고 있는 눈치였다.
신부님 방에서 「크리스마스」의 냄새를 풍기는 것은 여러곳서 온 「카드」를 「피라밑」 모양으로 「스카치테이프」로 이어 「크리스마스 추리」처럼 만들어 놓은 것 뿐이었다.
물론 이 검소한 장식은 이 신부 손수 만들어 놓은 것이다.
『미국에선 가족이 한데 어울려 즐기는 날이군요』
『신부님들도 가족있는 분들은 자시미사후 가족집에 대개 가지요. 물론 종부청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니까 당번신부님이 꼭 한분 본당에 남아계시게 되지만도』
『그런데 한국에선 가족중심의 날이 아니고 공개적으로 성탄날이란 미명하에 가정에서 해방되는 날로 삼는 것 같지 않아요?』
자기 중심으로 사회 활동을 하던 아버지나 아들이나 딸들이 이날만은 장사나, 애인과의 「데이트」 마저 중지하고 가족이 한데 어울려 에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밤을 지새우는 미국의 「크리스마스」 밤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한국은 가정에 얽매였던 아버지나 부모의 참견 밑에 지내던 아들 딸들이 가정에서 해방되는 날로 생각하는 풍조가 있는 것이 이닌가?
『오늘 회사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어』하고 집을 나가는 아버지
『내 친구네집서 친구들끼리 모여 놀기로 했어요』하는 아들 『오늘 성당의 합창단원끼리 선물교환이 있어서 오늘밤 못들어와요』하는 딸-. 이래서 성탄날 밤이면 보통날보다 더 외롭게 지내는 가정주부가 많은 것이 아닌가.
이날만은 맘껏 자기 멋대로 즐겨보자는 젊은이들의 이 정렬의 범람이 있기에 각 본당에서는 이들의 정렬을 쏟아놀 각종행사를 성당 울타리 안에 마련해 놓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만일 미국에서처럼 본당에서 아무런 행사가 없다면 외롭기만 했던 우리 젊은이들은 흐린 사회 물결 속에 휩쓸리게 될 위험이 있기도 한 것이다.
가정주부가 혼자 「크리스마스」 밤을 지내야 된다는 것은 미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며, 본당에서 주일학교 어린이의 모임이나 JOC, 「레지오 마리에」, 회장단, 합창단, 부인회, 청년회 등의 단체별로 이날 밤을 즐긴다는 것도 미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피터」성당의 본당신부 댁에는 고요만이 거룩한 밤을 지켜주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쉴새 없이 「크리스마스 캐롤」의 「멜로디」를 내뿜고 있었다.
우리는 눈이 펑펑 내리는 창밖을 바라다보면서 축배의 잔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