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地巡禮(성지순례)] (26) 갈멜 山(산)을 멀리 지나며 舊約(구약) 때 故事追想(고사추상)하고
발행일1963-08-25 [제388호, 3면]
「에프라임」 지경을 지나면 「마낫세」 지경이다. 왼편으로 멀리 어스름이 푸른 바다가 보이고 「갈멜」산이 보인다. 「갈멜」산 하면 엘리아 선지자의 고사(故事)가 생각난다.
제3열왕기 16장29절부터 18장을 보면 이스라엘에는 아캅이라는 왕이 있었다. 이는 시도니아의 왕녀 제사벨을 왕비로 삼고 거기에 혹한 나머지 자기의 조선(祖先)들이 섬겨오던 참 천주를 공경하는 일에는 등한히 하고 제사벨이 섬기는 「바알」을 받들어 당(堂)도 짓고 그 선지자들도 많이 옹호했다. 뿐만 아니라 천주의 선지자들을 학살하기까지 했다.
이리하여 당시 이스라엘에는 전대미문의 우상숭배가 횡횡하게 되었다.
이에 격분한 엘리아 선지자는 왕께 나아와 『내 입에서 나오는 말대로가 아니면 이 땅에 이슬이나 비가 있겠나 봐라』라고 저주하고 「욜단」강 건너 「까릴」으로 피해가 숨어 살면서 가마귀가 아침 저녁으로 날라다주는 빵과 고기를 먹고 지내다가 거기도 물이 떨어지매 시돈지방 「사렙다」로 건너가 어떤 과부 집에 머물었다.
타는듯한 한발이 3년을 계속했을 때 엘리아 선지자는 「갈멜」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견디다 못한 아캄왕도 물솟는 샘을 찾아 몸소 사방으로 헤맸다. 마침 엘리아 선지자가 나타나 『모든 이스라엘 백성과 제자벨의 식탁에서 먹고 있는 도합 8백50명의 바알선지자들을 「갈멜」산에서 내 앞에 모이게 하라』하고 모두가 모이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언제까지나 두 다리를 걸치고 절룩거릴 참이냐? 너희는 참 천주를 따르려면 따르고 바알에게 가려면 가거라. 여기 황소 두 필을 가져오너라. 그리고 여기 장작더미를 두 개 쌓아 그 위에 소 한 필씩을 올려놓고 불기운은 조금도 비추지 말고 오직 나는 내 천주께 기도를 올려 불이나게 하여 소를 재헌할테니 너희 바알 선지자들은 바알에게 빌어붙어 일어나 소가 재헌되도록 하라. 만일 어느 편이든지 불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는 참된 신이 아니니 불이 스스로 일어나 태우는 쪽의 신을 참천주로 알아 공경하도록 하자』라는 제안을 했다.
뭇 백성들은 그것이 그럴듯한 제안이라 받아들이고 그렇게 하기로 결의가 되었다. 엘리아는 바알의 선지자들에게 두 소 중 하나를 택하게 하고 『바알에게 빌어 불이 일어나도록 하라』 했다. 바알의 선지자들은 아침부터 오정이 훨씬 넘도록 기도를 올렸으나 무슨 징험이 있을 까닭이 없었다.
다음으로는 엘리아가 제단 앞에 나아와 저들이 의심치 못하게 제물 우에 두 번 세 번 물을 끼얹어 불이 없음을 확인케 한다음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이스라엘의 주 천주여 당신은 이스라엘의 천주시요 나는 당신의 종인 것을 오늘 드러내소서. 그리고 당신이 천주이신 것을 이 백성들이 알도록 하소서』 하매 불이 내려와 제물과 나무와 물을 전부 태워버리니 백성들은 일제히 엎드려 『주는 참 천주시요 주는 참 천주시로다』 했다. 일이 이쯤되고 보니 엘리아에게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백성들을 충동해서 바알의 선지자들을 모조리 잡아 「치손」 도랑에로 끌고가 거기서 죽여버렸다. 그리고 「갈멜」산 꼭대기에 올라가 천주께 비를 청했다.
그랬더니 거센바람이 일고 새까만 먹구름이 피어올라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갈멜」산 하면 이와같은 고사(故事)가 어린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