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동화]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 ⑬
마리아.산체스실바 원작
발행일1963-08-25 [제388호, 4면]
질수사님이나 죽수사님이나 수사님들 중에 제일 다리가 짧으면서도 제일 제_른 종지기 수사님이나 또다른 어느 수사님이 잡으러 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무서워서 견딜 수 없읍니다. 그러나 제일 걱정되는 것은 원장님입니다. 사실 제일 좋아하면서도. 이런 것을 생각하고 겁을 집어먹고 있으면서도 결국 문 안에 발을 들여놓고 다음에 몸을 반쯤 들여밀고 그리곤 아주 들어가 버렸읍니다.
어두침침한 속에 걷다가 무엇에 부닥쳐 『덜커덩』 소리가 나는 바람에 마치 천동이 칠 때처럼 후다닥 놀랐읍니다. 숨을 죽이고 발앞은 것을 겨우 참았으나 가슴은 터질듯이 펄떡거렸읍니다.
이 소리에 사나이가 눈을 떳으면 어떻거지? 당장에 어디로 붙들려 가는 건 아닌지? 말체리노는 어찌나 무서웠던지 이가 마주 딱딱 부딪쳤읍니다.
그러나 얼마동안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겨우 조금 숨을 돌렸읍니다. 아래층에서도 눈치를 못챈 것 같고 사나이도 눈도 안 뜨고 움직이지도 않읍니다. 간신히 또 용기를 좀 얻어 이번에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발바닥으로 밑바닥을 더듬거리며 조심조심 막대기를 쥐고 창가에 가서 어떻게하면 창문이 열릴까하고 조사해 보았읍니다.
오랫동안 닫쳐있던 문이라.
좀처럼 열릴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한 쪽 구석에서 쥐 한 마리가 쫓아나와 물건 뒤로 쑥 들어가 숨었읍니다.
때가 때인 만큼 또 한 번 후다닥 놀랐읍니다.
겨우 창문이 열려 말체리노는 처음으로 사나이 있는 쪽을 똑똑히 바라봤읍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큰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을 본 일이 없었읍니다.
큰 나무로 된 십자간데 예수님도 정말 어른만치 컸읍니다.
십자가 밑에 가까이 가서 예수님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장미 가시관에 찔린 상처로부터 이마에 흐르는 피와 못박힌 손 발과 창으로 찔린 옆구리의 상처를 보고 있노라니까 참으로 애처로워서 말체리노같은 아이라노 그만 눈에 눈물이 가득히 고였읍니다. 예수님은 눈을 뜨고 있었으나 목을 오른편으로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에 말체리노를 보지는 못했읍니다. 그래서 말체리노는 예수님편에서도 볼 수 있는 쪽으로 걸어갔읍니다. 예수님은 몹시 여웠으며 긴 수염이 가슴 앞까지 드리워져 있었읍니다. 뺨은 쪽 빠져있어 볼수록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읍니다. 말체리노는 지금까지 여러번 예수님을 본 일이 있읍니다. 그것은 성당 제대있는데 꾸며둔 그림이라든가 수사들이 가지고 다니는 장난감같은 십자가상이요 지금 보고 있는 것 같은 큰 고상은 여태까지 본 일이 없읍니다. 예수님의 여윈 발을 손으로 가만히 만져보면서 얼굴을 위로 치켜든 말체리노는 큰 맘 먹고 이렇게 말을 걸어보았읍니다. 『배가 고프세요?』 예수님은 움직이지도 않고 아무 대답도 없읍니다. 말체리노는 문득 좋은 생각을 해냈읍니다. 예수님께 잘 들리도록 발뒤꿈치를 바짝 들고 속삭였읍니다. 『곧 올께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렇게 말하자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가 계단을 굴르듯이 달려 내려갔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