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信徒(평신도) 눈에 비친 美國(미국) 겉 핥기錄(록) - 美國(미국) 가톨릭 안팎 (3) 김치와 香水(향수)
氷板(빙판)같은 國道(국도) 위에 난데없는 노루 토끼
성경책도 놓여있는 「모텔」房(방)
異國(이국) 땅의 김치 군침돋궈
발행일1964-02-23 [제412호, 3면]
시속 70「마일」의 쾌속감(快速感) 밑에는 장판지 같이 매끄러운 「하이웨이」의 넓직한 길이 깔려있었다.
「피츠버그」에서 「뉴욕」으로 뻗은 「하이웨이」로 들어섰다. 서울 종로길의 네배가량 되는 길을 가로막은 관문에서 일단 차를 세워야만 했지만-.
헌병 검문소 같은 상자곽 집이 길을 가로질러 세워져 있다. 유료도로이기 때문에 25「센트」의 돈을 내야만 통과하게 되어있다. 차가 일단 서면 돈을 치룰때까지 빨간불이 켜져있다가 돈을 내면 파란불이 켜진다. 「달라」를 내면 징수원이 거스름돈을 주면서 파란불을 켜주지만 잔돈을 갖고 있을 때는 돈상자에 운전수가 유리문만 열고 내던져 넣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파란불이 켜지면서 『고맙습니다』란 글자가 나온다. 아무리 홍수처럼 꼬릴 물고 차들이 달려들지만 이같은 수속은 5초에서 1분 이내에 끝마쳐진다.
이신부와 교포 박선생이 나의 동행이다. 건너가는 사람 하나 없고 길을 가로막는 차도 없는 이 직행도로에는 가끔 착각을 일으킨 노루 토끼 등의 횡사한 시체가 눈에 띌 뿐이었다.
이 지루한 장거리 여행에서 고도로 발달된 기계문명에 경탄을 하면서도 정신교통의 질서도 계산하면서 시속기(時速器)의 바늘을 지켜보기도 했다.
『저 앞의 차도 교우군』
운전하시던 신부님이 조심스럽게 곁눈질 해본 이웃찻속 주인공들의 종교를 식별해 낸다.
『아니, 어떻게 신부님은 애하나 데리고 운전해 가는 저 젊은 부인의 종교를 아시오? 아는 분이에요?』
아무리 봐도 얼굴을 식별할 정도의 거리는 아니었다.
『거, 다 아는 법이 있지 하하』
그는 대답대신 웃기만 했다. 가톨릭 신자들은 대개가 운전대 위에 성모상이나 성그리스도파(운전사의 주보)상을 모시고 다닌다는 이야기였다.
교통사고의 보호자로 모시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탄 신부님 차에도 성모 어머님이 우리 세 생명을 지키고 계시는 것이었다.
하얀사기 성모상을 들어보니 묵직하다. 밑바닥을 들쳐봣더니 지남철의 쇠붙이가 있다. 그냥 운전대에 세워놓기만 하면 철석 붙어있게 마련이었다. 그러니 넘어지지도 않고 고정되어 있고 차가 흔들리지도 않으니 사기제지만 깨질 염려도 없었다.
키가 높은 2층버스-「그레이하운드」차 운전수는 자기네끼리 지나칠 때마다 손을 드는 인사를 예외없이 한다. 농촌의 어린이들이 어쩌다 멀리서 보이곤 하는데 번번히 손을 흔들어 준다. 우리나라에서처럼 『떡먹어라』하고 주먹을 멕이거나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었다.
유심히 보니 아닌게 아니라 교우들의 차량이 어지간히 많이 눈에 띈다.
성상을 모신 그 형식이 바로 그들의 신앙도를 측정할 것은 못될는지 몰라도 적어도 모든 위험에서 성모님이나 성인 성녀께 자신을 위탁하는 정신은 확실히 신앙적인 발로일 수 밖에 없었다.
어느덧 해가 서산에 기울었다. 아주 벽촌의 산속길이라지만 도무지 도시와 시골이 집모양이나 길이나 옷차림에 차이가 없다.
차를 갖고 가다가 쉴 수 있는 「모텔」이란 숙소가 있다. 나그네들이 피로를 씻기에 알맞는 여인숙이다.
그림폭처럼 고운 이 「모텔」은 보통 「호텔」에서처럼 손님 방에는 반드시 성경책이 놓여있다.
『시장한데 밥을 먹읍시다』
우리는 식당에서 기름진 고기의 양식을 먹기 보다는 「피츠버그」 한인회 회장집에서 싸준 김밥과 김치에 더욱 군침이 일고 있었던 것이다.
『근대 이 냄새를 어떻게 처리한다?』
박선생은 구미에 당기는 김치였지만 김치병의 뚜껑을 열기만 하면 강렬하게 번지는 냄새에 걱정부터 앞섰다. 김밥 한입 먹고 김치 뚜껑 한번을 열고 세사람의 젓가락이 모여들고 김치를 집은 뒤에는 곧 뚜껑을 덮곤 하였다. 그래도 냄새는 김치의 조국에 국적을 둔 우리들 자신이 먼저 예민해진다. 미국인 종업원이 이맛살을 찌푸리는 일이 없도록 도둑질해 먹듯 김치를 음미했던 것이다.
박선생은 「에어콘디숀」을 틀었고 신부님은 문을 열었다가 곧 냄새가 밖으로 나가면 큰 일이라고 문을 닫았다.
하는 수 없었던지 박선생은 향수병을 열고 향냄새를 방안에 뿌렸다.
「샤넬」 NO.5의 고급향수도 강렬한 한국김치의 산미(酸味)의 냄새를 진압시키지는 못했다. 향수냄새와 김치냄새가 뒤범벅이 되어 더욱 야릇한 냄새가 되고 말았다.
「한국」을 감추지 않으려는 김치의 우월성과 자주성을 생각하면서 미국에 동화되고 싶어하는 일부 한국인 교포의 사고방식을 생각해본다. 침대 머리맡에 10전 은화를 넣었다.
침대가(매트리스) 가볍게 뒤흔들기 시작한다. 피곤한 세 나그네는 「맛사지」 해주는 침대 위에서 피곤을 파묻고 몰래 김치트림을 되새기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