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한 바위산과 중세적인 도성을 배경으로 한 「골고타」 언덕 위에 세 개의 십자가가 서 있다. 중앙은 예수 그리스도, 좌우의 두 사람은 같이 처형된 악인들이다. 세 사람이 동시에 책형(책刑) 당한 것은 성서에 기록된 그대로이다. (요왕 19장 17절-42절) 왼편에는 두 손을 모우고 슬퍼하는 요왕, 검은 옷을 두른채 목놓아 애통하는 성모와 성녀들이 모여있고 오른편에는 로마 군사들이 모여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밑에 있는 해골은 인류의 조상 아담을 표시하며 이것은 아담과 에와의 원죄를 그리스도의 죽음이 보속한다는 성교회의 가르침을 나타낸다.
그 옆에서 주사위를 굴려 제비를 뽑고 있는 것은 군사들이 예수의 의복을 몫으로 나누려는 것이다. 돌바닥의 표현 등 작가 만테냐는 철저한 기하학적 원근법을 사용하였고 적갈색을 주조로한 환상적인 색채로 비극적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딱딱한 선묘표현(線描表現)과 거의 「슈르리얼리즘」에 가까운 초자연적 표현은 독특한 박력을 보이고 있다.
만테냐(ANDREA MANTEGNA 1431-1506)는 「르네쌍스」 시대의 이탈리아의 화가이며 「파두바」파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은 장중과 위엄을 갖추었교 묘선은 극히 예리하고 명확하여 형체를 조각처럼 돋아나 보이게하며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는 공간환각에 몰두하여 의식적으로 원근법을 써서, 세부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공간감을 표현하려 하였다. 후기에 그런 인물의 자세에서는 고대적인 웅대한 느낌이 더 한층 높아지고 있다. 만테냐의 예술은 조각가 도나텔로의 사실주의의 영향과 「과두바」파의 고전에 대한 정열의 결과이었다.
「책형」에서도 우리는 그의 이러한 특성이 즉 사실(寫實)과 설명의 두 요소가 작용하고 있음을 본다. 전경의 깎은듯 평평한 바위 언덕 위에 세워진 세 개의 십자가. 그리고 두 「구릅」의 목격자들- 왼편의 예수 모친과 그 모친의 아우 글레오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및 마리아.막다레라 그리고 사랑하시던 문제 요왕과 오른편이 로마 군사들. 화면은 두 개의 대각선(좌우 두 구석에서 화면의 중앙 깊숙히 뒤로물러 들어가는 두 개의 대각선은 중앙의 십자가 후면에서 교차하며, 이것은 좌우의 두 인물(요왕과 로마 기병)의 시선에서 더 강조되고 있다.)으로 통일되고 중앙의 십자가는 높다란 바위 산과 군사의 긴 창에서 반복된 수직선들과 십자가의 윤곽을 뚜렷이 돋아나 보이게 하는 배후의 깊고 넓은 하늘 때문에 더욱 집중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한 눈에 시선을 중앙의 십자가로 이끌어가는 이 그림에서 우리는 만테냐의 철두철미한 관찰과 사실을 기록함에 있어서는 타협 없는 대담성을 본다. 「갈바리아」에서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박히셨다. 이런 죽음은 당시로선 극히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십자가는 곧 그리스도교의 상징이 되었고, 책형은 성부의 영원한 사랑과 희생의 상징이 되었다. 「책형」을 묘사한 작품은 무수하다. 그러나 이 비극과 암시와 사라응로 충만한 사건을 이처럼 여실하게 박력있게 장엄하게 그려내는데 성공한 작가는 드물다.
解說 劉槿俊(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