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능히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하나니… 너희도 천주와 재물을 함께 섬기지 못하리라』(마두 6.24)고 오늘 복음에 예수께서 말씀하셨읍니다.
이 세상은 확실히 두 가지 서로 상반되는 원측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읍니다. 물질을 지배하는 제물과 정신을 지배하는 천주가 그것입니다. 현대 인류사회는 어떤 기초 위에 세워졌겠읍니까? 그것은 재물숭배와 절대적인 가치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경제적 개념 위에 서 있읍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나 기타 어떤 형태의 주의이건 일치하고 있읍니다. 이렇게 재물이 인간의 주인이 되어 인간이 재물을 섬겨야 한다는 것은 두 말 할 것 없이 가치전도(價値顚倒)인 것입니다. 인류역사를 통해서 우리가 뼈저리게 체험한 바는 물질의 노예가 된 인간사회가 언제나 모든 불행과 갈등 그리고 파괴와 전쟁의 수라장이 되었고 재물숭배자가 인간을 포악하고 이기적이며 동물보다 더 타락한 죄악의 화신(化身)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읍니다. 물질이나 재물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고 이것의 노예가 된 인간의 마음이 이렇게 마비되고 분열되고 타락해갔던 것입니다.
인간은 그 본질상 당연히 물질의 주인이며 만물의 연장인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물질을 자기 생애의 목적으로서가 아니라, 올바른 생활의 방법으로 다루어야 할 것입니다. 육체의 만족과 향락을 인간의 지상목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재물의 노예가 되어 비참한 말로(末路)를 맞이하게 됩니다. 물질이나 재물에 세워진 명예나 쾌락이나 권력의 전당(殿堂)은 그것과 함께 사라져가고 맙니다.
세계지도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다는 크레오파트라의 미모나 전 구라파를 정복하고 호령하던 나포레옹의 권세나 세기적 육체파 여우(女優)로서 전세계 「팬」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마리린.몬로의 인기가 어떤 말로를 가져왔는지 여러분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인간은 신에게 창조되었고 신의 모상으로 된 영혼을 가지고 있으므로 당연히 천주를 유일한 주인으로 섬겨야 합니다. 천주를 섬기려면 어쩔 수 없이 재물을 배척해야 합니다. 이것은 인간 영혼의 해방을 뜻하는 것이며 물질에 대한 인격의 지배를 그리고 최상주인이신 천주께 대한 완전한 신뢰와 예속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성경에서 확실히 예수께서 어떤 사회경제문제 해결이나 혹은 이 지상의 물질적인 혁명을 가르치신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예수께서는 인간의 영혼을 혁신시켜 영생으로 인도하시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읍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 정신의 내적 개혁 안에 인간의 모든 사회 경제 개선 원리가 있다는 진리를 가르쳐 주셨읍니다. 즉 모든 재물과 지상경제가 인간 정신에 예속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천주의 나라와 그의 덕을 구하라…』(마두 6.33) 그의 물질적인 것 즉 의식주에 관한 것은 천주의 섭리에 의해서나 혹은 우리 자신의 노력의 결실로써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인간이 최고통치자인 천주께 예속되고 그의 무한한 섭리에 전적으로 의뢰하면서 물질을 지배해 나갈 때 비로소 의식주에 관한 문제도 해결되고 가정과 사회, 국가에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겸손 관용 절제 인내 정의 사랑을 꽃피우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영혼이 그 육정을 누르고 재물을 재배할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공중에 나는 새를 먹이시고 들에 피는 이름 모를 백합화를 곱게 입히시는 천주께서 이보다 몇 배로 귀중한 사람을 내버려 두실리가 있겠읍니까. 우리는 왜정 36년간 굶주리고 헐벗고 갖은 탄압과 정신적인 굴복을 겪었고 6.25 동란 때 쓰라린 체험을 알고 있읍니다.
또한 요즈음은 날로 심각해져가는 생활고에 쪼들리고 있읍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도의 크고 작은 차는 있을망정 그런데로 먹고 입고 살아온 것입니다.
부귀빈천의 차별을 없애고 소위 계급이 없는 이상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고 있는 공산주의 국가들의 실정은 어떻읍니까? 일부 특수계급만이 부귀영화를 누리고 대다수의 농민 노동자들은 붉은 독재의 탄압과 강제노동으로 신음하며 최저 생활로 이어갈 수 없는 비참한 실정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재물의 위력과 경제적 개선이 인류사회의 불가결의 여건은 되지만 인생의 목적은 될 수 없으며 천주의 나라와 그 정의의 추구(追求)만이 인간의 진정한 행복과 영원한 생명의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