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응답] 천주님의 公義(공의) 人間(인간)의 幸福(행복)
발행일1964-03-22 [제415호, 4면]
【문1】 일생 착하게만 살던 사람이 죽을 무렵에 대죄 하나만 지으면(그 상태에서) 지옥에 가고 일생 악하게 살던 사람도 죽을 무렵에 통회만 하면 지옥을 면한다니 그래도 천주님은 공의하십니까?
【답1】 천주대전에는 시간이 문제가 아닙니다. 대죄로 인해 천주를 중심으로 유지되어야 할 정의의 질서가, 영원히 파괴되었으니까 그 영혼은 비록 죽을 무렵에 대죄 하나만 범하였다 할지라도 영벌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천주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다 구원되기를 위하시고 일반 죄인에게 하시라도 회개하기에 넉넉한 성총을 주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선에 항구하는 은혜를 구해야하고 우리의 『죽을 날과 시를 모르니 항상 깨여있어라』하신 주님의 말씀을 명심하는 수 밖에 없읍니다.
【문2】 왜 천주님께서는 어떤 사람에게는 천당갈 자유의지를 주시고 어떤 이에게는 지옥갈 자유의지를 주십니까? 이래도 천주님이 공의하십니까?
【답2】 죄라고 하는 것은 자기 의지에 따라 천주의 법을 유린하는 것이 아닙니까? 천주께서 사람따라 어떤 이에게는 천당갈 자유의지 또 어떤 이에게는 지옥갈 자유의지를 주신 것이 아니고 모든 인간에게 꼭 같은 자유의지를 주셨읍니다. 그 때문에 죄를 범할 수 있읍니다. 자유가 없는 곳에는 죄가 있을 수 없읍니다. 천주께서 어떤 사람은 천당을 얻도록 미리 정하여 두신다는 것을 예정이라 합니다. 이런 예정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천주님이 동일한 조건하에 사람을 창조하시지 않고 어떤 사람은 천당으로 어떤 사람은 지옥으로 예정하신다. 즉 사람의 죄를 미리 보시기 전에 지옥으로 벌써 예정하셨다고 하는 주장은 큰 잘못입니다. 가톨릭에서는 천주께서 모든 이의 구령을 원하시고 그의 죄악을 미리 보시기 전에는 지옥으로 예정하시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악인이 죄악 때문에 지옥에 가는 것입니다.
또 전【문1】에서도 말씀드렸는 바와 같이 천주께서는 모든 의인에게 유혹을 이기고 계명을 지키기에 넉넉한 성총을 주시고 또 모든 죄인과 완고한 죄인에게도 회개하기에 넉넉한 성총을 주십니다. 또 미신자에게도 신덕을 받을 만한 성총을 주십니다. 천주께서 지옥갈 줄 미리 아시는 사람을 왜 창조하시는가 라고 질문하시면 문제는 어렵습니다. 이 사람을 창조하면 지옥에 갈 터이니 창조하지 말아야 하고 저 사람을 창조하면 또 이러이러할 것이니 창조하지 말아야 한다면 천주가 피조물로부터 제한과 구속(拘束)을 당해야 합니까?
요는 이런 어려운 문제를 알아들어보려고 하기보다 우리의 구령에 더 힘쓰는 것이 좋을 겁니다.
【문3】 왜 천주님께서는 악인에게 더 잘사는 현실을 마련하셨읍니까? (충남 H생)
【답3】 이 문제는 저세상에 대한 신앙으로서 비로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저 세상에서 모든 것이 청산되고 선인은 상을 받고 악인은 벌을 받습니다. 가톨릭의 세계관은 이 세상을 극락이라고 하는 생각과 거리가 멉니다.
천주의 본질에 관한 관념을 생각해보더라도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은 천주께서 만드신 최선의 것이라 단정할 수 없읍니다.
우리는 현세계가 죄에 거주받고 있음을 알고 있읍니다.
가톨릭은 지상행복을 인생의 최고 목적이라고 생각지 않읍니다. 지상행복은 결코 인생의 목적이 아닙니다. 물론 가톨릭은 이 지상행복을 금하지는 아니합니다.
다만 죄되는 것만 금할 뿐입니다. 이 세상의 행복은 우리의 생명의 외면만을 일시적으로 만족시킬 수가 있읍니다. 그 때문에 신앙에 철저한 사람은 도탄의 괴로움 가운데서도 행복할 수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