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地巡禮(성지순례)] (30) 「여기가 갈릴레아 湖水(호수)」
핼몬山은 흰 눈이고
발행일1963-09-22 [제392호, 3면]
「가나」에서 동동북(東東北)으로 조금 달리니 바른 편에는 「갈릴레아」 호수요, 왼편은 「막달라」다.
요셉.플라비우스에 의하면 이곳 「기노살」 언덕에서 로마군과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다 하나 이는 예수님 승천하신 후의 일이요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일이 아니니 내가 이스라엘의 역사를 연구하러 온 것이 아닌 만큼 지로자(指路者)는 흥겹게 무어라 설명을 늘어놓았지만 나로서는 별 흥미있는 일이 아니기에 귀담아 들어두지 않았다.
차는 베드루 종도께서 살으셨다는 마을에서 정차했다. 여기도 마찬가지 성당을 위한 성당이라기 보다 장소표지를 위한 경당이 서 있다. 벽에는 『요나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내 양들을 치라』 『나는 고기 잡으러 간다』 등의 성경구절을 라띤어로 부각해두었다.
성당을 돌아본 후 바닷가로 나왔다. 5·60톤급의 객선이 두어대 한가로히 선창에 묶여있다. 아마 여름철 관광객용인상 싶다.
저 멀리 북쪽에는 「핼몬」산이 머리에 깊숙히 허연 눈을 이고 있다. 해발 3천미란다. 물론 시리아땅에 있는 산이다. 지금은 「갈릴레아」호수 건너 눈앞에 바로 보이는 산도 시리아영이 되어 있다. 잠시 멍하니 이국풍정에 잠겨있는데 어느나라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백인신부가 가까이 오더니 자기 사진을 찍겠다고 사진기를 내게 주면서 「샷다」를 눌러달라 한다. 사진에 대해서는 무식이하의 사나이라 기술이 없다고 사양했더니 기어이 강청하기에 너무 길게 시비할 수도 없어 입삐뚜름이가 되어 나오든 애꾸눈이 되어 나오든 내 상관할 바 없다는 약간 잔인한 무책임감이 들어 「샷다」를 눌러 주었더니 고맙다는 말까지 한다.
나중에 현상이 잘 되어 나오면 다행이겠지만 만일 흔들려 쭈굴쭈굴하거나 엉뚱한 촛점이 비쳐져 나온다면 『그 됫놈』 혹은 『그 왜놈』 『남의 고은 얼굴을 잡쳐 놓았다』라고 혼자 투덜거릴 것을 상상하니 지금 생각해도 나혼자 웃음이 터진다.
여기 내가 엄연한 한국인이면서도 어째서 『그 됫놈』 『그 왜놈』하고 욕할 것이라 추단했느냐 하면 구라파 일주를 할 때 내게 묻는 사람마다 『당신 어느나라 사람이냐』라고 묻지 않고 『일본 사람이냐, 중국 사람이냐』라 묻는 것이 보통이고 혹 드물게 『중국 사람이냐, 일본 사람이냐』라 물었다.
꼭 한 번 이태리 「밀라노」에서 찻시간을 미리 알아 두려고 역에 나가 어정거릴 때 한 동양인 학생이 다가서더니 비로서 처음으로 일본이나, 중국이란 관두사 없이 『어디서 왔느냐』라 묻는다. 『한국서 왔다』하니 대단히 반기며 우리말로 말을 건낸다. 나도 반가웠지만 그도 무척 반기면서, 자진나서 여러곳 명소에 안내해주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생각났다.
이처럼 일본과 중국은 세계에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는 알려져 있지 못한 것을 뼈져리게 느낀 일이 있기 때문에 「샷다」를 눌러주면서도 그 신부는 나를 일인이 아니면 중국인으로 취급했으리라 추단한 것이다.
중국인과 일인들은 세계 각 처에 널려있다. 우리 나라는 나라가 비좁다면서 어쩌자고 해외 여권 수속을 까다롭게 만들어 해외진출을 방해하고 있는 것인지! 언핑칭 외화 절약을 위한 조처라 하나, 그 말을 옳다 믿을 사람이 누가 있느냐? 이것 역 한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