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성경이 예수께서 마음이 교만한 학자들에게 그 악한 생각을 책망하시고 저들에게 당신이 사죄권을 갖고 계신다는 것을 알리기 위하여 반신불수된 자를 일으켜 그가 누웠던 평상을 자기 손으로 가지고 제 집으로 돌아가게 하신 사적을 들으셨읍니다.
『유시에 예수 거루를 타시고 건너사 본읍에 오시니 문득 평상에 누은 반신불수 하나를 메여오는지라 예수 저들의 신덕을 보시고 반신불수 다려 이르시되 아들아 안심하라 네 죄를 사하나니라 하시니 문득 학자 중 몇이 제 속으로 이르되 이 사람이 천주를 설득하는도다 하거늘 예수 저들의 생각하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어찌 너희 마음에 악한 것을 생각하느냐 네 죄를 사하나니라 하거나 혹 이르되 일어나 다니라 하는 것이 어느 것이 더 쉬우뇨 인자 세상에서 사죄하는 권이 있는줄을 너희로 하여금 알게 하리라 하시고 이에 반신불수 다려 이르시되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네 집에로 가라 하시니 일어나 제 집에로 갈새 백성이 보고 놀라며 이러한 권을 사람에게 주신 천주를 찬양하니라』(성 마두 9.1-8)
오늘 복음에 기록된 이 사적은 결코 꿈과 같은 환상이나 비유의 말씀이 아닌 것입니다. 2천년 전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상에서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실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근대 사상의 특징을 이루고 있는 실존주의의 두터운 장막에 앞이 가리워서 영의 세계가 보이지 않는 대다수의 현대인과 이 복음의 사적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요? 과연 인류는 앞으로 그들의 최대의 무기인 과학의 힘으로 모든 분야의 발전과 발명을 이루게 될 것이고 아울러 외계의 정복을 감행하여 신비의 무한대한 장막을 한꺼풀씩 벗겨가면서 예측할 수 없는 문명세계를 이루어 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과정에 있어서 허다한 난관의 하나하나를 돌파할 때마다 쾌재를 부르고 만족을 느끼며 교만이 절정에 달하여 마침내는 인간에게 불가능이 없다고까지 호언장담을 토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설령 물질의 세계와 외계를 다 정복하여 그들의 것이 되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형태를 가진 세계 즉 형이하적(形而下的)인 세계의 정복에 그치는 것입니다. 온 우주의 유한한 신비의 세계보다도 헤아릴 수 없이 넓은 형이상적(形而上的)인 세계 즉 영(靈)의 세계는 물질적인 도구인 과학의 힘으로서는 여행하고 정복할 길이 없는 것입니다. 그 세계먼운 인간에게 영원히 미지의 세계 불가해의 세계로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과학의 수단과 영의 세계와는 그 본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본질이 다른 두 세계는 합치는 일이 없이 영원의 평행선을 이루게 될 것이며 상호작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해결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마치 물 위에 뜬 기름처럼, 감기 걸린 사람의 이마에 옥도_기를 발라주는 것처럼.
그렇다면 무슨 방법으로 영의 세계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 문제의 해결에 앞서서 그 본질을 알아야 하겠읍니다. 과학의 방법은 인간의 소산입니다. 영의 세계는 천주님이 창조하신 것입니다.
이제야 우리는 두 세계의 본질을 알았으니 그 해결책도 우리 눈앞에 다가온 것 같습니다. 즉 감기에 「패독산」을 달여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의 세계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는 신덕의 눈으로 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반신불수는 어떻게 해서 일어나게 되었읍니까? 확고부동한 반석같은 신덕이 그를 낫게 하였읍니다. 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노벨상」을 탄 의사라 할지라도 최고로 좋은 약을 써도 시원치 않은데 예수님처럼 『일어나서 네 평상을 가지고 네 집으로 가라』고 말해서 병이 나아가지고 집에 돌아갈 수 있겠읍니까?
끝으로 예수님을 보고 『천주를 설득』한다고 생각한 학자들은 실존주의 사상을 가진 현대인에 비할 수 있읍니다. 그들은 참 신앙이 없었기 때문에 참 천주를 알아보지 못하였읍니다.
그들은 과학의 방법으로 예수님을 보았고 영의 세계를 보았읍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알아볼리가 없으며 영의 세계가 보일리가 없읍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불안과 파멸의 공포와 물질의 욕망을 채울 수 없어 고민하는 현대인들이여, 헛된 것을 버리고 천주님을 뵈옵고 영의 세계를 산책할 수 있는 굳고 굳은 신덕을 주시라고 기구합시다. 아멘.
元 원선시오 神父(光州 사레지오 男中高校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