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번 「바티깐」공의회의 의결에 감(鑑)하여 각국의 주교들이 이룩해야 할 과제중 가장 긴급하고 주요한 문제는 예전과 요리문답의 개정과 재편성이다. 사계(斯界)의 관심가들은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 한결같이 졸속(拙速)주의를 지양하고 서서이 그리고 신중을 기하자는데 입을 모으고 있으나, 차제에 인국(隣國)의 동향을 살펴봄도 결코 정력과 시간의 낭비는 아닐줄 안다.
우선 요리문답에 관하여 오는 전국 주교회의에서 「톱」의 주제로 취급해도 이미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변을 찾을 길 없겠으나 사태가 이쯤 이른바에야 각국의 동태를 살펴 연구하고 취사선택하여 우리나라의 고유적이고 맞갖은 이상적인 「천주교교리」(천주교 요리문답을 이렇게 개칭하고 싶다)를 편성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는 사견(私見)이지만 「천주교요리」를 개정 편성함에 있어
①신자들용으로 -(가) 어린이 교리 (나) 성인 교리 (다) 노인 교리
②미신자용으로 -예비자(구도자) 교리
이상 4가지 종류가 병행 간행되기를 바란다. 종래의 「요리문답」의 「문답식」 구성이 오늘의 비판의 대상이 되어잇음을 예비지식으로 하고 우선 대만(臺灣)에 있어서의 활발한 움직임을 샅샅이 뒤져보기로 하자.
臺灣編
1963년 7월 자유중국 대만에서 열린 전국 주교들의 연차회의에서 의결된 신판(新版) 「천주교 교리」에 관한 골자는, 즉 1924년 상해(上海)에서 요리문답은 현대의 사도적 교리의 필요성을 더이상 지탱하지 못하므로 이에 개정의 길을 택하게 되었다고 했다. 지적된 결점이란 가톨릭 교리의 변천에 기인한다는 것보다 오히려 현대인의 심리에 부적당한 「방법」에 있으며 신학이나 성경의 지식의 발달은 교육학에서와 같이 교리 시간에 그리스도의 사명을 실지 가르치고 교리서적 다툼에 있어 재검토할 시기가 온 것이라 했다.
왜 「문답」바꿔야해
대만은 포교의 신개척지인 만큼 전교의 열매는 풍성히 맺어지고 있다. 신자수의 증가와 예비자들의 격증은 선교사들의 교리에 대한 활동을 더 활발케 했다. 고로 그들은 전교상 교리연구뿐 아니라 교리강의의 「도구」 즉 자신과 예비자들을 위한 교리책이 필요했다.
몇해전에 소형 요리문답이 나오고 「상해요리문답」도 약간의 수정을 가한 개정판으로 발간되었다.
이것은 전국적인 보급판으로 주교들의 인준하에 현재 대만 전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와서 개정 혹은 전면적인 재편성을 서두르게 된 이면에는 아래와 같은 결점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상해 요리문답은 다음과 같은 네가지 주요한 부분으로 구분되어 377조목(역주-한국문답은 320)의 【문】과 【답】으로 되어있다. 즉 ①신조편 ②계명편 ③성총을 얻는 방법편 ④기도편인데(한국은 3편으로 구분) 이것은 원래 예비자들을 위한 것이며 뒤에 발간된 「대문답」을 간단히 추린 것에 불과하다. 「대문답」은 양이 훨씬 많은 1289조목의 문답으로 되어있어 성인들을 위한 교리서적이다.
상해 요리문답이 뿜는 첫인상은 딱딱하고 추상적인 표현인데다가 유기적(有機的)인 통일성이 결핍되어 천주교를 마치 착잡한 교리체계에 난잡한 종교적 실천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믿으라는 많은 진리와 지키라는 많은 계명과 구령에 필요하다는 많은 방법을 나열할 뿐이다.
이를테면 그리스도의 기쁜 사명의 본질을 망각하고 그리스도의 사명을 한갖 공리(功利)로서 취급하니 환언하면 우리의 구령만이 가톨릭교 신봉의 과녁이며 우리의 신앙은 오직 구령하기 위한 한 방법만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같이 「상해 요리문답」은 근본적 요소에서 소원(疎遠)함이 일대 약점이고 「대문답」은 복음전도의 한 방편으로만 간주된 것이 결점이다. 둘 다 다 그리스도교의 가장 핵심적인 미(美)를 지니고 있지 않다.
가톨릭교는 주로 잘 공식화된 교리의 나열에 기초를 두지 않고 실제 「행위」에 중점을 둔다. 천주께서는 처음 행동으로 우리를 부르사 당신의 무한한 부(富)를 주시고자 하셨고 우리는 그의 성소(聖召)에 호응해야 한다.
그리스도와 교회를 통해서 밝혀진 그의 계시(啓示)는 당신의 행복을 비천한 피조물에게 분여(分與)하시려는 한없이 착하신 천주의 부단의 성소(聖召)이다. 이것이 바로 성경말씀이며 우리의 가장 기쁨 희소식이다.
이에 반하여 상해 요리문답과 옛날 문답은 대체로 「책임만을 부과하는」 교회의 계시만을 가르치고 있다. 즉 너희는 구령하려면 수많은 교리를 믿고 수많은 대소의 계명을 지키고 몇가지 방법을 실천하라고 한다. 그리스도의 사명이 「기쁜 소식」으로 드러나지 않고 그리스도의 교훈이 많은 열매를 맺으니 너희는 믿으라는 식으로 되어있다.
또 한가지 결점은 논리적인 순서는 잘 따랐다 할 수 있으나 그리스도의 사명에 대한 유기적인 통일성에 결핍되고 구원에 대한 천주의 섭리가 뚜렷이 드러나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요리문답은 신학교의 신학과정의 요약(要略)이 아니다. 이런 요약은 「스콜라」 철학을 습득치 않은 교리교사나 주로 마음의 준비를 하는 중에 있는 예비자에게 그리 만족을 주는 것이 아니다.
요리문답은 신학의 이론적인 지식만을 부여함에 그칠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점은 역사적 계시를 통하여 우리가 알아야 할 실생활과 구원의 현의를 제시해 주어야 한다. 이는 천주 친히 현시(顯示)하신 말씀이다 -천주께서는 당신 사랑과 부(富)를 당신 백성에게 분배하시고저 당신을 드러내 뵈셨다.
그리스도의 강생은 교리의 중심적 내용이며 인간을 위한 천주의 사랑의 가장 완전한 표현이기도 하다.
현대의 이상적인 요리 문답은 구속의 전 역사가 이 중심문제까지 다루어 구원에 대한 천주의 의도의 일치성을 밝혀주는데 있다.
환언하면 우수한 요리문답의 내적 연관성의 해심은 가톨릭교의 중심이며 구원의 전현의(全玄義)의 소유자이신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야 한다.
둘째 계명편에서도 그리스도의 중심과 역사적 관점은, 그리스도의 사명에 대한 순수 「스콜라」철학적 표현에 치중함으로써 소홀히 취급되었다. 상해 요리문답에서는 신자의 생활을 오로지 천주의 계명의 준수와 동일시 했다.
이 결점은 신자의 생활은 그리스도를 모방하는 천주의 자녀가 되는 점에 있음을 망각한데 있다. 주께서는 계명을 가르치실 적에 우리에게 하나의 이상을 뵈어주셨으니 『너희는 하늘에 계신 너희 성부 완전하심 같이 완전한 자 되어라』고 하셨고 성바오로 종도 역시 『너희는 천주의 사랑하시는 자식 다웁게 저를 모범할지어다. 또한 너희는 그리스도 너희를 사랑하사 당신을 향기로운 제물과 희생으로 삼아 우리를 위하여 천주께 드리셨음과 같이 사랑 안에 거닐을 지니라』(에페 5장12절) 고 간파했다.
그리스도 신자생활은 부여된 어떤 의무나 법의 준수 이상의 것이라야 한다.
사랑에 이끌려 천주의 성소에 언제나 응해야 한다. 고로 계명은 천주의 사랑에 대한 사랑의 보답이라야 한다. 그런데 상해 ㅇ리문답은 신자의 윤리생활이란 구령의 한 방편으로서 다만 계명을 준수할 뿐이라 했다.
셋째 성총편에서도 상해 요리문답은 성총과 성사를 순전히 「방법」으로만 취급하고 있다. 즉 우리로 하여금 계명을 잘 준수케 하고 우리 구령에 도움이 된다는 사상뿐이다. 이 점이 성총편을 계명편 뒤에 취급하게 된 이유이다. 성총과 성사의 중요한 많은 점이 여기서는 볼 수가 없다. 성총은 무엇보다도 우리를 변화시킨다. 이는 우리의 구령을 위한 외적 면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천주성에 참여케 하고 우리도 성부를 「압바」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천주의 생활로 재생케 한다.
성사를 받을 적에도 다만 신자로 하여금 계명을 준수하고 구령하게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신비체를 형성해준다.
그런데 상해 요리문답은 성사와 교회(그리스도)의 관련성을 충분히 말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성사의 생활은 교회의 생활이며 그리스도의 신비체이다. 그런데 성사편을 보면 너무나 개인적이다. 그런 이유로 자녀의 영세는 다만 그 집안의 행사로만 들린다. 현재 몇 사람이나 아이의 영세를 본당의 큰 행사로 전교회의 행사로 생각하고 있을까?
이런 일에 우리는 모두 진심으로 그리스도와 함께 기뻐해야 한다. 『잃어버렸던 내 양을 찾았으니 나와 한가지로 즐거워 하자』(루15장 6절)
이상 서술한 바 외에도 상해 요리문답은 부활도리, 구속도리, 교회의 중심도리를 소홀히 한 점이 있다. 가령 그리스도의 「죽픔과 부활」에 대한 간단한 【문】 【답】에서 구속의 현의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그리스도교의 중심교리이며 기타 모든 것이 이와 연결되어야 한다. 성사로 영위되는 신자생활도 본질적으로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를 통하여 죽고 부활해야 하며 신자의 윤리생활도 주이 뜻을 평생 따르신 그리스도를 본뜨는데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구속사업의 진가는 주로 성부께 대한 그리스도의 완전한 사랑과 성부의 명에 대한 완전한 순명에 있었기 때문이다.
끝으로 가톨릭교의교리를 과도히 법적으로 표현한 결과 이 문답은 많은 「프로테스탄」 신자들의 반발을 일으켜 주었다. 이런 경향으로 교회의 주요한 점을 등한시 했다. 금번 「바티깐」 공의회의 토론과 의결에 순응하여 미래교회에 대한 표현을 진정 변경해야할 단계에 이른 것이다.
여기서 요리만답의 교수법이 진보함에 따라 개혁해야 할 필요한 요건을 구체적으로 다루어 보자. 현재 사용중인 「문답체」로 된 요리문답은 독자들에게 심리학적으로는 상당한 무게를 갖고 있기는 하나 신학과 학생들이 배우는 신학과정의 「요약」의 일종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처음 「문답식」 요리문답은 신앙을 지닌 교우들을 위해 발간되었다.
이것은 교리를 체계화하고 공식화한 것인 만큼 교육학적으로는 몇가지 이점을 내포하고 있다. 즉 읽는 자나 듣는 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정밀한 표현으로써 교리를 쉽게 암기하도록 해준다. 그러나 이런 형식은 예비자에게, 교리의 유기적인 통일성을 불어주지 못한다. 그의 내적 연관성이 결핍되어 있으므로 진리의 많은 진주를 군데 군데 그저 노출시켜 놓은 인상을 준다. 현대 요리문답은 모름지기 「요약」으로서 「문답체」를 다소 채택하면서 간단하고 현대적인 쉬운 표현으로 짜져야 한다. 이와같은 「혼합체」가 순 「문답체」로 된 것보다 교육학적 견지에서 보아 이점과 장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차제에 「상해요리문답」을 일부 개정판으로 하는 것보다 전면적 개편을 취함이 좋을 것이다. 다수인의 사소한 의견마저 모조리 충족시킬 수 있는 요리문답은 실현성이 희박하다 하겠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요리문답은 천주의 서적인 성경이란 점에는 모든 의견이 합치될 것이다. 가장 우수하고 이상적인 요리문답은 성경을 바탕으로 그의 내용을 구성하며 형식과 방법에 있어서도 영감하에 이루어져야 하겠다.
金正鎭(성신중고교 부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