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信徒(평신도) 눈에 비친 美國(미국) 겉 핥기錄(록) - 美國(미국) 가톨릭 안팎 (11) 사제관 풍속
신부 개인방 찾지 않는 미국의 풍속
공·사 구별 뚜렷하고 「종부」갈 준비 언제나
발행일1964-04-26 [제420호, 3면]
초인종을 눌렀다.
주일날 미사끝난 직후였지만 사제관의 문은 잠겨있었다.
뚱뚱한 할머니가 어떻게 왔느냐고 묻는다.
『한국서 온 사람인데 ㄴ신부님 뵈러 왔읍니다.』
이곳 본당신부님보다도 11년이나 더 오래 이 본당을 지키고 있다는 마가렡 할머니는 친절하게 나를 응접실로 안내해 준다.
사무실을 겸한 응접실이었다.
주일날 미사가 끝난 다음에 이렇게도 본당신부님을 찾아오는 사람이 없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주일날의 본당사무실이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신부는 무척 반갑게 반겨주었다.
『자 우선 신부님방에나 들어가십시다. 그래도 어떻게 지내시는지 시찰 좀 해얄 것 아닙니까』
『그래요? 하하』
신부님은 대답대신 웃고만 있었다.
웬일인지 좀 주저하는듯 하더니만
『자 그럼 우선 본당신부께 인사나 하십시다』
보좌신부인 ㄴ신부는 본당신부를 소개해주었다.
『미스터 신한테 미국의 사제관 풍속을 좀 말해주어야 겠어요.』
2층 ㄴ신부방에 마주앉고 나는 사제고나의 풍속을 듣기 시작했다.
『뭐요? 신부님 개인방에 들어가는 법이 아니라고요? 그럼 난 너무 특권행셀 했게요?』
나는 신부님 말씀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괜찮아요, 그래도 이렇게 귀한 손님이 왔을때는 예외가 있긴 있죠. 하하』
나는 본당교우들도 용건이 있으면 응접실에서 면회하는 이곳 풍속을 무시하고 그것도 반다운분 만났다고 신부님방에서 떠들어 댄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신부님 옆방엔 누가 계십니까?』
『저 또 한분의 보좌 신부님이 계시죠』
『아이구 그럼 이렇게 떠들어 대서 되겠어요? 옆방에 떠드는 소리가 새어나갈 터인데 활짝 열린 저 방문이나 좀 닫아야겠군요』
난 사제관의 「에띠게뜨」를 전연 몰랐던 자신의 교양을 회복시키려고 기도하면서 문을 닫으러 일어섰다.
『아아 미스터 신! 문 안 닫아도 좋아요. 것두 사실은 문을 안 닫는것이 원칙으로 되어있어요.』
나는 또 하나의 망신을 당한 셈이 됐다.
신부님 방의 문은 언제나 열어 놓고 있다. 언제나 사실(私室)을 공개해도 좋다는 뜻이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문은 개방되었어도 교우들의 신부님의 사생활까지 범침 안하는 한계는 뚜렷한 것 같았다.
뚱뚱한 마가렏 할머니가 올라와 손님이 또 왔다고 알려준다. 수단을 벗고 있던 신부님은 부랴부랴 수단의 단추를 끼고 있었다.
본당교우와 만날 때는 반드시 신부의 정장을 하고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공(公과 사(私)가 옷차림에서도 뚜렷하다.
응접실 바로 문앞에는 비상등이 켜져 있고 언제나 켜져있는 그 등 밑의 「테이불」 위에는 왕진가방 같은 두툼한 가방이 놓여있다.
『저건 무슨 가방인가요?』
『봉당에는 새 보좌신부가 교대로 종부당번을 맡게 되는데 언제든지 종부를 청해오면 달려갈 수 있도록 필요한 것들을 갖추려 노은 종부가방이죠』
나는 마침내 본당신부와 보좌신부들이 합석한 식당에까지 들어가 본당신부의 회의로 회식을 할 기회까지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