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치명자의 후손
顯揚事業을 支援
崔再善 主敎 敎書로 協調 呼訴
殉敎의 勇德과 그들의 知性·行蹟 본받자
발행일1963-10-13 [제394호, 3면]
【부산】 요왕 최(崔再善) 주교께서는(현재 공의회 참석 중) 관하 성직자와 일반 신자들에게 순교자 현양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를 종용하는 교서를 발표했다. 동 교서는 우리의 열심한 기구와 아울러 물심양면의 지원이 있어야 『우리 조상 치명자들이 하루 속히 성인품에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치명자들의 행적을 본받아서 교회 서적을 애독하며 전교사업에 적극 참여하기를』 권고했다. 동 교서 전문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와 한 가지로 죽었으면 그리스도와 한 가지로 살 것이요 그리스도와 한 가지로 묻혔으면 그리스도와 한 가지로 부활하리라』 우리는 그리스도와 한 가지로 죽고 그리스도와 한 가지로 묻혔다가 그리스도와 한 가지로 살아 그리스도와 한 가지로 천국 영복을 누리시는 한국 치명복자들의 후손입니다.
그리스도의 피로 세워지고 그리스도의 피로 견고케 된 우리 천주교회는 가는 곳마다 다시 새로운 피로 건설되고 새로운 피로 자랐읍니다. 로마의 3백년 박해를 위시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은 가는 곳마다 미움을 받았고 자라는 곳마다 업신여김을 받았으나 치명자들의 붉은 피로 다시 생기를 얻고 순교자들의 선혈을 거름삼아 더욱 힘차게 자랐읍니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역시 복음의 씨가 뿌려지자 근 백년 동안이나 모진 박해가 계속 되었지만 결국 그동안에 흘려진 치명자들의 피로 복음은 더욱 깊이 뿌리를 박았고 교세는 날로 발전하였읍니다.
우리들은 치명자의 후손입니다. 우리는 우리 몸에 치명자들의 선혈을 지니고 있읍니다. 더구나 우리 조상 치명자들은 남다른 자랑을 가지고 있읍니다. 그들은 남의 가르침을 받기 전에 스스로 서책을 통해서 진리를 연구하고 깨달은 계명을 실천하다가 자진하여 멀리 북경까지 걸어가서 연구를 거듭한 후 성세성사를 받았으며 그 진리를 가슴에 품고 귀국하여 전교신부 한 분도 뫼시지 못한채 전교사업을 전개하셨던 것입니다. 이는 한국 천주교회의 자랑이며 한국 민족의 자랑입니다.
박해의 선풍이 일기 시작하자 한 번 깨달은 진리에 충실하기 위하여 정든 고향 산천과 아까운 가산과 전답을 버리고 산간벽지를 찾아들어 새로운 생계를 세우기에 급급하였읍니다. 많은 교우들은 자본이 가장 적게 드는 옹기굴을 마련했읍니다. 여기서 때로는 천주교란 옹기장수나 가난뱅이의 교라는 조소까지 당하였읍니다. 그러나 피묻은 가난이요 치명자들의 후손임을 증명하는 옹기굴은 수치가 아니라 오히려 자랑입니다.
우리는 이와같이 용감무쌍한 치명자들의 후손입니다. 치명자들의 후손일진대 치명자들을 정성껏 공경 찬미하며 치명자들의 후손다운 열심교우가 되어야 하겠읍니다.
천국에는 2천년 교회사에 빛나는 수백만, 수천만의 치명자들이 계실 것이며 그 중에 우리 조상 치명자들도 함께 계십니다. 우리 조상이기에 후손인 우리들이 거들을 공경 찬미하지 않는다면 누가 저들을 공경 찬미하겠읍니까? 모든 치명자들 가운데서도 남다른 자랑을 가지셨건만 또 치명하신지 근 2백년이나 되었건만 아직 우리 조상 치명자들 가운데 한 분도 시성되지 못하신 것은 우리 후손들의 열성 부족 때문일 것입니다. 조상 치명자들의 붉은 피로 무럭무럭 자라는 한국 천주교회의 모든 교우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조상 치명자들을 찬미하고 저들의 외적 영광을 천주님께 간구한다면 오래지 아니하여 우리도 우리 조상 성인들을 모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목적으로 「순교자현양회」가 창립되었으나 최근에 와서는 그 회원수도 얼마 되지 않을 뿐더러 순교자 현양회의 목적달성을 위한 기구도 대단치 못한 것은 크게 유감된 일입니다. 우리는 9월 복자성월을 맞이해서 더 한층 열심히 순교자들의 외적 영광을 위해서 기구와 희생을 바쳐야 하겠읍니다.
우리는 치명자들의 후손입니다. 치명자들의 후손일진대 치명자들의 행실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조상 치명자들은 스스로 서적을 통해서 천상진리를 찾아 얻었읍니다. 가끔 우리말로 된 교회서적이 없다고 비난을 즐기면서 있는 책도 몇 권 장만하지 못했을 뿐더러 장만해 놓은 책 위에 먼지가 가득한 것이 우리 실정이 아닙니까? 우리 조상 치명자들은 전교신부 한 분도 모시지 못한채 교우들끼리 전교사업을 도맡아 보았거늘 우리는 주교 신부들이 뒷받침을 해드리면서 전교에 협력하시라고 레지오 마리에나, 지성인회나, 학생회같은 데에 돌라고 하면 이 핑계 저 핑계 뺑소니 치는 것이 우리 교우들의 실정이 아닙니까? 이러고서도 치명자의 후손이라고 자랑할 수 있겠읍니까? 예수께서는 전일에 「바리세이」들에게 하신 말씀을 더욱 비웃는 어조로 우리에게 되풀이 하실 것이 두렵습니다. 『너희가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 말만 하지 말라 아브라함의 자손일진대 아브라함의 행실을 본받아라』 하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너희는 속으로 치명자들이 우리 조상이라 말만하지 말라. 치명자들의 후손일진대 치명자들의 행실을 본받아라』 하실 것입니다. 치명자의 후손임을 자랑하기 전에 치명자의 굳은 신덕, 치명자들의 교리 공부, 치명자들의 빛나는 전교, 치명자들의 행적을 본받아야 하겠읍니다.
우리는 치명자들의 후손입니다. 우리와 같은 땅에서 우리와 같은 음식과 우리와 같은 옷차림과 우리와 같은 환경 속에서 천주를 증거하셨기에 이 땅에 살고 있는 당신들의 후손인 우리들을 특별히 보호해 주실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 조상 치명자들의 보호를 더욱 많이 더욱 효과적으로 받기 위해서 몇 가지 권고해 두고자 합니다.
첫째로 복자 첨례를 더욱 성대하게 지내기로 결심하고 해마다 복자 성월을 더욱 거룩히 보내시기를 권고합니다.
둘째로 많은 교우들이 순교자 현양회에 입회하여 우리 조상 치명자들이 하루 속히 성인품에 오를 수 있도록 물심양면의 준비를 대대적으로 전개하시라고 권고하는 바입니다. 지금까지 순교자 현양회가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지도층의 계획 부족과 회 운영 방법의 졸렬도 탓할 수 있겠지만 일반 교우들의 무관심에 기인한 것이 분명합니다. 이제 우리는 침체상태에 놓여진 순교자 현양회의 새로운 발전과 목적 달성을 위해서 지도층은 지도층대로 교우들은 교우들대로 새로운 반성과 새로운 분발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로 우리들이 치명자의 후손임을 가끔 반성하여 치명자들의 행적을 본받아서 교회서적을 애독하며 전교사업에 적극 참여하시기를 권고하는 바입니다.
이상 세 가지 권고에 적극 호응해 주신다면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발전은 우리 조상 치명자들의 보호 밑에서 더욱 눈부신 진전을 보일 것입니다. 복자 노렌조와 안드레아와 모든 치명자여 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